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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교과부는 말 많았던 '2009 개정 교육과정'(이하 'MB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하였습니다. ▲ 학년군과 교과군 도입 ▲ 도덕과 음미 등 집중이수제 ▲ 창의적 체험활동 ▲ 고교 전과정 선택이지만 국영수 기초과목은 강화 ▲ 교과 기준시수의 20% 증감 운영 등이 주요 골자입니다.

예고되었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논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저기에서 말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집중이수제와 20% 증감의 핵심은 이것

다만, 핵심인 집중이수제와 20% 증감만 이야기합니다. '집중이수제'란 몰아쓰기입니다. 예컨대 중학교 도덕수업은 1학년 1학기에 주 2시간, 2학기에 주 2시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집중이수제를 하면, 도덕을 1학년 1학기에 주 4시간으로 몰아넣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2학기에는 도덕 수업이 없습니다. 1-3학년 도합 주 10시간을 중학교 첫 학기에 해치워버릴 수도 있습니다. 

'20% 증감'이란, 예컨대 영어수업을 중학교 1․2학년에는 주 3시간씩, 3학년에는 주 4시간씩 해야 하는데, 20% 범위 내에서 줄이거나 늘릴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만약 '영어'니까 최대한 하겠다고 학교가 마음먹으면, 3학년 1학기까지 5개 학기의 20%를 모아서 마지막 학기에 주 7.2시간 수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집중이수제와 20% 증감이 어떤 모양을 그릴 것인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어린이집의 친환경 급식으로 식습관이 좋아졌지만, 한창 편식할 때 딸아이는 싫어하는 건 아무리 "먹어" 해도 조금만 손대고 이내 옆으로 밀어버립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만 먹습니다. 아마 학교도 비슷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다만, 무엇을 편식할 것인지는 소수 몇 명이 정하겠지요.

더구나 일제고사 과목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입니다. 2011년 2월부터는 학교별로 일제고사 성적이 공시됩니다. 국제중, 특목고, 자사고, 대학은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는데, 아무래도 영어를 필두로 한 스펙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니 학교는 '자율'적으로 대비해야 합니다.

초등 영어시간은 딱 2배, 사교육비도 줄어들까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초등영어 수업시수의 변화, 주당 시간으로 환산은 34주로 나누기와 학년수로 나누기 하여(예: 3-4학년 68시간을 주로 환산할 때에는 68/34/2)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초등영어 수업시수의 변화, 주당 시간으로 환산은 34주로 나누기와 학년수로 나누기 하여(예: 3-4학년 68시간을 주로 환산할 때에는 68/34/2)
ⓒ 송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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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영어수업은 이명박 정부 초기에 비해 2배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정부 초기에는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어, 3~4학년은 주 1시간, 5~6학년은 주 2시간 수업이었습니다. 4개 학년 다 합하면 204시간입니다.

그러다가 2008년 12월 26일 초등영어 개정이 고시되었습니다. 3~4학년은 주 2시간, 5~6학년은 주 3시간으로 늘었습니다. 총 204시간에서 340시간으로 약 1.6배 정도 증가합니다. 당장 내년부터 초 3~4학년에 적용됩니다. 

이번의 MB 교육과정에서도 표면적으로는 340시간입니다. 하지만 '20% 증감'이 있습니다. 그래서 학교가 결정하면, 340시간의 20%인 68시간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도합 408시간입니다. 정부 초기 204시간에 비하면 정확하게 2배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선거부터 '학교만족 두 배, 사교육비 절반'을 외쳐왔습니다. 하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초등영어 두 배'부터 합니다. 

국어 시간 감축, 다른 과목도 줄줄이 대기

그런데 영어가 늘어나면 무엇인가 줄여야 합니다. 뭘까요? 작년 12월 초등영어를 주 1시간씩 늘렸습니다. 증가만 시켜놓았습니다. 다른 걸 손대지 않았습니다.

감축은 이번 MB 교육과정에서 이루어집니다. 초등 3~4학년에서 국어가 주 0.5시간, 현행 특별활동·재량활동이 0.5시간 줄었습니다. 5~6학년에서는 특별활동·재량활동이 1시간 감소됩니다. 이렇게 해서 3~6학년에서 주 1시간씩 늘어난 영어시간을 확보합니다. 곧, 국어와 특별활동을 줄이고 영어를 늘린 겁니다.

이걸로 끝이 아닙니다. MB 교육과정에서는 영어를 20% 추가 확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른 과목을 그만큼 감축해야 합니다. 어떤 과목을 얼마나 줄일지는 아직 모릅니다. 학교가 결정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교장선생님 등 몇몇 분들의 시선이 도덕과 실과로 향할 수도 있고, 음미체로 갈 수도 있습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영어가 일제고사, 주요 입시, 취업 및 승진시험 과목이니 그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씀하실 수 있겠습니다. "영어는 교육경쟁력이다"이라고 덧붙이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정말 영어가 교육경쟁력일까요. 특정 교과목 하나를 경쟁력으로 고르는 게 부적절하지만, 굳이 그래야 한다면 과연 영어일까요.

재밌는 사실은 국제학력평가에 영어시험이 없다는 점입니다. 대표적인 평가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PISA('피사'로 읽습니다),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협회 IEA의 TIMSS('팀스'로 읽습니다)가 있습니다.

이 중 TIMSS의 시험과목은 수학, 과학이고, PISA는 수학, 과학, 문제 해결력, 읽기입니다. 그리고 PISA의 읽기는 영어가 아니라 자국어입니다. 그 어디에도 영어시험은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정말 '교육경쟁력 = 영어'일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레디앙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2009 개정 교육과정, #MB 교육과정, #초등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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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교육기관에서 잠깐잠깐 일했고 지금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 있다. 꼰대 되지 않으려 애쓴다는데,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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