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현재 유럽 연합 의장국인 스웨덴은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계획안을 유럽 연합에 제시해 놓은 상태이고, 이번 주에 브뤼셀에서 개최되는 유럽 연합 회의에서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 계획안을 환영하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 계획안을 즉각 거부하였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예루살렘은 분리될 수 없으며, 항상 이스라엘의 수도로 존재할 것이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이스라엘의 입장은 별로 새로울 것이 없고 1994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립 이후 계속돼온 양 측의 기존 입장들을 재확인 한 것에 불과하다.

 

스웨덴의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창설 계획안에 대하여 팔레스타인 국제문제 연구소장인 마흐디 압둘 하디(PASSIA, Mahdi Abdul Hadi)는 필자에게 "스웨덴의 계획안은 UN 결의에 입각하여 움직여왔던 유럽 연합의 기존입장에서 나온 것이며, 이스라엘의 동예루살렘 유대화 정책에 시의 적절하게 경종을 울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부는 하루가 다르게 예루살렘을 독점적인 유대인의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유대화 정책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것이며, 유럽인들이 믿고 있는 국제사회의 도리와도 충돌되는 것이다. 스웨덴의 계획안은 국제법을 위반하는 예루살렘 유대화 정책에 제동을 걸려는 것이다"라고 설명하였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전쟁 이후 현재까지 동예루살렘을 불법으로 점령하고 있으나, 알아크사 모스크는 여전히 팔레스타인인들 정체성의 상징으로 남아있다. 2000년 9월 28일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야당지도자가 1천명의 이스라엘 경찰을 이끌고 알 아크사 모스크를 방문하면서 2차 팔레스타인 민중봉기가 촉발되었다. 이와 같이 알 아크사 모스크와 동예루살렘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정치에서 예민한 쟁점이며 핵심적인 상징이 되어왔다.

 

2009년 12월 2일 이스라엘은 셰이크 아크리마 사브리(Sheikh Ekrima Sabri)에게 6개월 동안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알 아크사 모스크의 출입을 금지했다. 셰이크 사브리는 현재 알 아크사 모스크에서 예배를 인도하는 설교자이며, 이슬람 고등 위원회 의장이다. 셰이크 사브리는 1994년 10월부터 2006년 6월까지 팔레스타인 종교 최고지도자(the Grand Mufti)를 역임하였다. 

 

이번 셰이크 사브리에 대한 알 아크사 모스크 출입 금지 명령은 그가 일주일 동안 메카 순례를 다녀온 날인 지난주 2일에 발생했다. 사브리의 딸인 루바바(Lubaba Sabri)는 필자에게 이 사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스라엘의 이러한 모스크 출입 금지 조치는 종교의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이다. 이스라엘은 나의 아버지가 팔레스타인인들을 알 아크사 모스크에 모이도록 고무시킨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나의 아버지는 알 아크사 모스크를 파괴하려는 행위들을 막고 모스크를 보호하는 것을 자신의 필생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알 아크사 모스크 주변에 굴착기를 동원한 굴 파기 등을 비롯한 모스크 파괴 행위를 중단시키도록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셰이크 사브리는 "우리는 인간에 관한 논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세계인들, 특히 유럽인들은 이스라엘의 인권 위반 행위들에 대해서 분명히 알아야 한다. 오늘날 예루살렘 문제는 예루살렘 주권을 대상으로 한 유대교도와 무슬림 간의 종교 분쟁이 아니라 정치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라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유대교도와 무슬림들 간의 종교 이념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며, 역사적으로 1917년 영국의 밸푸어 선언과 강대국들의 개입으로 촉발된 이후, 더욱 복잡하고 어려운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스라엘은 알 아크사 모스크 주변뿐만 아니라 동예루살렘에 위치한 예수의 묘가 있는 장소로 알려진 성묘 교회(the Church of Holy Sepulcher) 주변도 2009년 11월 23일부터 굴착 공사를 시작하였다. 요르단 정부는 2009년 12월 3일 이 공사에 대하여 이스라엘 측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였다. 올 해 7월 이후 현재까지 동예루살렘 세이크 자흐라 지역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계속해서 강제 퇴거당하고,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퇴거당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주택을 점령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1월 한 달 동안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주택 14채를 파괴하고 170채에 대한 파괴 명령을 내린 반면,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은 계속됨으로써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인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마흐디 압둘 하디(Mahdi Abdul Hadi) 소장은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의 새로운 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이스라엘 정부는 예루살렘에서 운영 중인 팔레스타인 기구들을 더 많이 폐쇄시키고, 더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추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상당히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페인은 곧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 계획안을 유럽 연합에 제출할 것이다. 그러나 실제 정치에서 유럽 연합 지도자들은 개별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이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독립 국가를 건설할 권리는 있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주장을 피력해 왔다. 따라서 유럽 연합이 어떤 결의를 한다할지라도, 그 결의가 예루살렘 유대화 정책에 제동을 거는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홍미정씨는 건국대 중동 연구소 연구교수로 재직 중에 있습니다. 이기사는 인권연대 웹진 주간 <사람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스웨덴,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알 아크사 모스크, #예루살렘
댓글

인권연대는 1999년 7월 2일 창립이후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국내외 인권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인권단체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