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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딸인 전지원 고려대 43대 총학생회장
 전병헌 민주당 의원의 딸인 전지원 고려대 43대 총학생회장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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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것을 숨겨야 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총학 선거에서 후보가 부모의 직업으로 학우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공약과 비전으로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것에 집중했을 뿐이다."

9일 오전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교과위) 소속 야당 의원들과 함께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시행방안 수정 및 시행유예를 촉구하고 나선 43대 고려대 총학생회장 당선자 전지원(24·경제학과 4)씨는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딸이다. 전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총학생회 당선자 중 일원으로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가 시행되면서 신입생은 기존 저소득층 무상장학금과 이자지원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며 ICL 수정을 요구했다.

전씨는 국회의원 '아버지'로 인해, 선거 기간 중 "고려대 총학생회가 민주당의 시녀가 될 수 있다"는 네거티브 전략에 휘말리기도 했고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정신적 연좌제가 투표에 작용할 것"이라며 전씨의 낙선을 점치기도 했다. 그러나 전씨는 지난 6일 전체투표자 7909명 중 2347명의 표(투표율 57%, 득표율 30%)를 얻어 총학생회장에 당선됐다.

전병헌 민주당 의원
 전병헌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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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씨는 "이미 (아버지의 직업에 대해)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며 "혼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성인인데도 '정신적 연좌제', '시녀' 등의 표현을 하는 것에 대해 황당했다"고 설명했다.

전씨는 "당시 염증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있던 아버지가 이에 대해 '국회의원이 신뢰받지 못하는 자리이고 그에 대해 내 책임도 적지 않다'며 가슴 아파했지만 곁에서 아버지를 지켜봐온 저로서는 인정할 수 없는 비방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 "등록금 문제는 현재 대학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하고, "현재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오히려 대학생들이 취업 후 20년 이상 빚을 갚아야 할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전씨는 또 "과거와 같이 '등록금 인하' 혹은 '동결'과 같은 동일한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학우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대학 총학생회가 외부단체에 소속돼 정치적으로 휩쓸리는 것은 안 되겠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전씨와 나눈 일문일답.

"민주당의 시녀? 나는 의사결정 홀로 내릴 수 있는 성인"

- 출마 당시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이 있었나.
"기본적으로 등록금 동결을 요구했고,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개선을 위해 정부와 학교를 압박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현재 학과별로 지급되거나 기준이 달라 학생들이 혜택을 잘 챙기지 못하고 있는 면학·경제위기 장학금 기준 통일과 수혜범위 확대를 약속했다. 한 가지 구호를 외치기보다는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모색하고자 했다."

- 현재 고려대의 한 학기 등록금은 얼마 정도인가.
"기본적으로 차등지급제이긴 하나, 인문계의 경우 한 학기 등록금이 360만 원, 이공계열의 경우 500만 원 정도이다."

- 현재 대학 사회에서 등록금 문제에 대한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학생별로 처한 입장이 다르긴 하나 그 요구는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고려대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모든 선본이 등록금 문제 해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전지원 고려대 43대 총학생회장 등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방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전지원 고려대 43대 총학생회장 등 대학 총학생회장단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정부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방안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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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등록금 대책으로 내놓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인가.
"현재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언발에 오줌누기 식 정책이다. 저소득층 혜택은 줄어들었고 학생들이 취업 후 20년 이상 빚을 갚아야 하는 정책이다. 그에 따른 문제점이 상당히 많이 있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이자가 기존 장학금 대출 제도보다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장학금 대출 학생을 위한 이자지원 제도가 있는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 시행으로 인해 그 제도도 없어질 수 있다. 결국 학생들을 위한 혜택만 사라지는 것이다."

- 이번 선거 과정에서 아버지의 직업을 숨겼다는 비방을 받기도 했다고 들었다. 보수논객 지만원씨는 '정신적 연좌제가 남아 있다'며 낙선을 점치기도 했다.
"황당했다. 총학 선거에서 학생들에게 후보자가 부모의 직업으로 평가받는 것이 아니라, 공약과 비전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시 아버지가 간단한 염증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 중이었는데 '국회의원이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지 못하고 있고 나 자신도 그에 대한 책임이 적지 않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러나 곁에서 아버지를 지켜봐온 나로선 인정할 수 없던 비방이었다. '정신적 연좌제', '시녀'라고 했는데 현재 나는 의사결정을 홀로 내릴 수 있는 성인이다. 고려대 학생들도 저의 이런 생각에 동의했다고 생각한다."

- 논란이 됐던 비방을 보면 "전씨가 정치적 배후가 없는 비운동권 총학을 만들겠다 해놓고 정작 본인은 국회의원 딸이라는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학 총학생회의 정치적 활동에 대해 부정적인 편인가.
"한 대학의 총학생회가 외부 단체에 속해 정치적으로 휩쓸리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학생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 아버지의 뒤를 이어 정치인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나.
"그런 생각은 없다. 아직 젊고 더 경험하고 생각할 것도 많다고 생각한다. 총학생회장에 당선된 만큼 많은 생각과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태그:#전병헌, #고려대, #취업 후 등록금 상환제, #연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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