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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5일 오후 6시 30분부터 여주읍에 소재한 노인복지회관 2층 강당에서는 울음소리와 박수소리, 환호성이 반복이 되고 있었다. 여주 이주민지원센터가 주관한 '2009 여주 이주민 문학제'가 열렸기 때문이다. 벽면에는 이주민 노동자와 결혼자들이 쓴 글이, 도자기와 걸개그림으로 만들어져 걸렸다.

 

이기수 여주군수를 비롯해 이주민지원센터 공동대표인 여주 신륵사 주지 세영스님, 그리고 이주민 결혼자와 가족들, 이주민 노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주민 문학제. 전국에서 이주민에게 가장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는 여주군은 다양한 이주민 지원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이주민 결혼자들이 영상교육을 통해 배운 실력으로, 자신의 일상생활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보여주기도 했다.

 

 

이기수 여주군수는 인사말을 통해 "남을 배려하고 보듬어 주는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하면서 "이주민이란 용어도 이제는 별 의미기 없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다문화적인 면을 갖기 때문에 그들 모두가 우리와 같은 공동체"라고 강조했다. 또 "피부색과 언어가 다르고 음식문화가 다르다고 남이라는 생각을 갖지 말고, 우리 모두가 그들을 가족처럼 따듯하게 대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필요한 때"라고 했다.

 

눈물 흘리며 듣는 비오레타의 이야기

 

여주에는 약 220명 정도의 이주민 결혼자와 노동자들이 있다. 이들이 그동안 말을 배우고 우리글을 읽혀 작품을 썼다. 물론 우리와 같이 잘 쓰지도 못하고 표현도 매끄럽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글을 썼다. 그 중 잘된 것을 골라 본인이 직접 발표를 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필리핀에서 온 비오레타는 자신이 쓴 글을 조금은 서툰 우리말로 읽어 내려갔다. 자신이 결혼을 해서 한국에 온 후 믿을 사람이라고는 남편밖에 없는데, 남편이 사고로 병원에 입원을 해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오레타는 늙은 시부모와 아이들을 데리고 낯선 이국땅에서 많은 고생을 한 이야기를 읽어 내려갔다.

 

그러는 중에 오빠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가보지 못해 마음이 아팠다고 하면서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같은 입장이란 생각을 해서인가 여기저기서 눈물을 닦아내고 흐느끼기도 한다. 10여분을 그렇게 한국에 온 후로 갖은 고생을 한 이야기를 울먹이면서 낭독을 했다. 말도 잘 통하고 않고, 모든 것이 낯선 곳에서 고생이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듯하다.

 

외할머니에게 자랑하고 싶어요

 

몇 명이 더 자신이 쓴 글을 읽었다. 재일동포 3세인 서금실씨는 자신이 결혼을 하게 될 때까지 이야기를 영상과 글로 표현을 하였다. 외할머니에게 쓴 편지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래도 남편과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서금실씨는 내년 2월이 산달이다. 외할머니가 어릴 적 밭을 매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서인가, 마을 어른들 틈에서 자신이 밭일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고 했다. 하루 일을 마치고 받은 3만5000원으로 남편이 좋아하는 것을 샀다고도 했다. 서씨는 남편과 함께 나와서 인사를 하면서도 그저 기쁜 표정이 역력했다. 가족과 떨어져 한국의 여주라는 곳에 와서 살면서, 나름대로 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들을 그렇게 발표를 하고, 듣는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박수도 치면서 문학제의 분위기는 고조되어 갔다.

 

고향에 다녀 올 왕복비행기표를 받아 들고 흐느껴

 

20명이 넘는 이주민 결혼자와 노동자들이 쓴 글 중에서 몇 편을 시상을 하였다. 중국에서 온 김화, 일본에서 온 미찌꼬와 서금실씨가 우수상을, 최우수상을 수상한 조다완씨는 태국에서 왔다. 본명은 다우완이지만 남편의 성을 따서 이름을 조다완으로 개명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울면서 자신의 아픔을 낭독한 비오레타가 대상을 받았다. 비오레타는 그리운 필리핀의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있는 왕복비행기표를 받았다. 조기현 목사는 개인적으로 비용에 쓰라고 10만원을 즉석에서 도와주기도 했다.

 

신륵사 주지 세영 스님은 비오레타를 개인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군과 협의해 강구해 보겠다고 약속을 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연신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비오레타를 보면서, 우리나라가 과연 이주민 노동자와 결혼자들에게 얼마나 따듯한 마음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묻고 싶었다. 이번 문학제에서 몇 년 동안 배운 사물놀이 실력을 뽐내려고 했던 이주민 노동자 중에 강제출국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주민들에 대한 대우나 환경이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노래패 꽃다지의 공연으로 끝난 여주 이주민 문학제. 앞으로 그들이 함께 '우리'라는 공동체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고대한다. '이주민' 혹은 '다문화가정'이라는 꼬리표를 떼고서.


태그:#이주민, #문학제, #이주민 결혼자, #이주민 노동자, #이주민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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