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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이라면 누구나 눈이 번쩍 뜨인다. 이 나라에 사는 국민은 투기꾼이 되거나 아니면 바보가 되거나 둘 중 하나다. 사람이 사는 도시인지 부동산이 사는 도시인지 참 알 수가 없다. 마치 부동산을 위해 사는 국민 같다.

 

나라 전체가 부동산 천국 또는 부동산 지옥이다. 그렇다. 이곳은 부동산으로 모두 사생결단으로 달려들어 서로 물어뜯는 정글이다. 부동산 동물이요, 부동산 짐승이다. 전혀 인간답게 사는 곳이 아니다. 싸움터이고 전쟁터이다. 따라서 이 난리통에 나가떨어진 피난민도 많다.

 

상식 이상으로 비싼 아파트를 얻지 못한 사람은 부동산 피난민이다. 땅 한 평 사놓은 것 없는 멀쩡한 사람은 자동으로 바보가 된다.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뿐인가? 사람들은 남의 집에 처음 가면 집이 몇평인지 집이 얼마인지부터 묻는다.

 

왜 그럴까? 땅은 좁은 나라이고 사람은 너무 많아 그럴까? 이것만으로 살인적인 부동산 투기를 설명할 수 없다. 근본적인 잘못된 점을 성찰해 보자. 네덜란드, 홍콩, 싱가폴, 도쿄 등 인구밀도가 똑같이 높은 나라, 도시들에도 부동산 투자는 있어도 이러한 범국민적이고 살인적인 부동산 투기는 없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온 국민이 속는 '부동산 바보 놀이'

 

우리는 텔레비전에서 '바보형' 정준하와 '챦은이형' 박명수의 재롱에 즐거워한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바로 '부동산 바보'이며 '건설 바보'이다. 정준하와 박명수는 국민들한테 웃음이라도 주는 소중한 존재이지만, 부동산 거품 경제와 건설 회사의 폭리는 대다수의 국민에게 눈물을 안겨준다. 이것이 과연 정당한가? 우리에게는 정준하의 눈물어린 호소와 박명수의 따끔한 호통이 절실하다.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무엇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고 모두가 빠져있었던 허상의 건설 체제는 다시 말해, 쉬운 말로 하면 온 국민이 속는 '부동산 바보 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 근본적인 체제는 일확천금을 노린 허상의 건설과 부동산이다. 그 안에서 더 이상 바보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근본적인 체제의 잘못된 점은 무엇인가? 토건 국가 청산에 이어 부동산 투기 국가도 청산을 시작할 때이다.

 

부동산 거품경제의 해괴한 현상, 허황된 일확천금의 허상은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퇴치할 수 있을 것인가? 도시는 건설회사들의 탐욕적 이익을 위한 잔치상인가? 도시를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 가는지, 건설회사가 뭘 하는지 시민과 전문기관과 정부의 감독 체계가 제대로 되어있는가? 도시는 단지 건설만 하면 되는 장소인가? 도시의 주인은 땅주인과 건설회사인가?

 

아파트 광고에 명품이라는 단어가 남발되고, 연예인을 동원한 비싼 광고와 화려한 모델하우스 등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건설을 담보로 하는 정치공약이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건설경기 촉진 및 경제 활성화를 구실로 건설을 추진해도 과연 좋은가? 정권이 바뀌면 자연보호지역이 별안간 재건축, 재개발지역등 규제완화 대상이 되어 건설가능지역으로 변해도 되는 것인가?

 

무엇이 뿌리부터 뼈대까지 잘못되었는가?

 

여기에 무엇이 뿌리부터 뼈대까지 잘못되었는지 명쾌하게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하는 떼오도르 폴 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얼마전에 출간된 <사고와 진리로 태어나는 도시>(시대의 창 펴냄)의 저자로 프랑스 정부건축사 및 도시계획가, 사회도시학자인 떼오도르 폴 김과 이메일로 장문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늘은 두번째 이야기로 그는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는 인문학적 사유를 되찾는 데서 출발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는 왜 한국이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고 왜 일확천금을 노린 허상의 건설 부동산 거품 경제가 되었는지 진단을 내리고 대안을 제시한다. 부동산 피난민에게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한 까닭을 읽어보자.

 

인류학, 사회학, 예술철학, 정치론, 역사학, 민속학, 언어학은 도시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에 의하면 도시는 인류 문화를 만들어내는 장소이므로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시민들을 보호하고, 축제와 파티를 끊임없이 베푸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도시는 민족의 역사를 보존하는 장소로 과거와 현재가 서로 공유되어야 한다. 이런 것들이 도시의 철학적 본질이다.

 

한국은 왜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을까? 그에 의하면, 땅 주인, 건설회사, 은행의 원시적인 개발 시스템은 비싸게 분양에 성공하여 일확천금을 얻는다. 이 모든 비용은 무주택자들의 노동의 대가에서 지불되고 있다. 한국에서 벼락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그 결과 프리미엄이 붙고 투기지역이 조성되는 부동산 거품경제의 해괴한 현상과 허황된 일확천금의 허상이 가득하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대안을 제시한다. 모든 건축물의 허가는 그 지역 시민단체, 사회연구기관, 국립인문연구소에 의해 검증, 승인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그 타당성의 결과인 최종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 시의회에서 면밀히 협의한 뒤, 지역발전위원회, 시 도 의회, 도시계획청, 건축청, 환경청, 교통청에서 최종 건축허가심의를 거친 뒤 건설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대형 건설회사는 재하도급을 못하도록 법을 규정하면 전문 중소 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국가 경제력이 강화된다고 한다. 특히 돈이면 다 해결되는 각종 민간 기술연구소의 교통, 환경, 구조계산 등의 형식적이고 부조리한 심사규정을 완전 삭제한다면, 부조리, 청탁, 어이없는 건물의 허가 취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도시는 과거와 현재가 공유되는 장소

 

- 유럽 역사에서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현재까지 도시는 어떤 사고로, 어떻게 발전했나?

"도시는 기원전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부터 인문사회학적 장소로 간주되어 형성되고 발전되어 왔다. 그 당시 도시는 라틴어로 시티바스라 했는데 하나의 완벽한 사회체제로 각 도시마다 독립된 고유의 법과 종교, 풍습, 민족성을 가진 독립된 국가와 같은 체제를 뜻하였다.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의 근원이다. 4세기경 중세의 유럽에서 도시는 성의 요새, 정치의 포럼광장, 성스러운 성당이 도시의 주 요소로 형성되어 오늘날까지 역사적 도시의 틀을 이루고 있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도시의 사고를 정리하면, 첫째, 도시는 사회학적 장소로 모든 사람이 도덕과 품위를 지키고 인류 문화를 만들어 내는 장소로 충족되어야 했는데, 바로 인류학, 사회학 분야의 사고를 의미한다.  둘째, 도시는 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존재하여야 하므로 도시에 건설되는 모든 것은 반드시 아름다워야 했고, 시민들을 보호하고, 축제와 파티를 끊임없이 베푸는 장소가 되어야 했다. 그래서 예술철학, 정치론, 도덕론 관점이 중요하였다.

 

셋째, 도시는 민족의 역사를 보존하는 장소로 과거와 현재가 서로 공유되어야 하므로 역사학, 민족, 민속학적 관점에서 고찰되었고, 마지막으로 도시는 도시의 본질과 인류의 기원을 의미하는 상징의 장소가 되어야 하므로 언어학, 형이상학적 관점으로 도시의 철학적 본질이 추구된 것이다."

 

아파트는 땅 주인, 건설회사, 은행, 신탁회사의 원시적인 개발시스템

 

- 한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 하는데 근본적인 문제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한국의 주택건설 정책은 너무 오랫동안 인문학적 사유 대신 기업의 영업 전략에 의존해왔다. 기업에 의해 건설이 행해지다 보니 도시의 지리학적, 역사적 특성은 사라지고 기업의 입맛대로 아파트 신상품의 장소, 땅값의 등급으로 나눠지게 되었다. 한국의 주택 건설은 유럽의 부동산 신용회사, 부동산 투자 신탁회사처럼 정부의 통제, 감시, 승인이 없이, 각 금융기관의 대출규정에 적합하면 누구나 건설융자를 받을 수 있기에 그 누구나 부동산 개발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시행사'라는 부동산회사, 건설회사, 금융기관의 3자 관계에서 건설이 결정된다. 

 

그런데 문제는 금융기관의 대출기준이 부동산 건설의 사업타당성을 입증하는 10년, 20년 수익률 상환을 근거로 하거나, 무주택자들을 위한 정부의 주택프로그램에 의한 금융대출방식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즉 땅 소유권, 건설회사 지급보증을 담보로 2, 3년의 짧은 공사기간동안 고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국민의 주택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땅 주인은 땅 값을 부풀리고, 건설회사는 높은 건설이익, 은행은 높은 단기이자, 신탁회사는 수수료로 배를 채우는, 단순하고 원시적인 이 개발시스템은 아파트가 성공적으로 분양되어야 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만일 조금이라도 경기 변수로 인해 분양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은행 모두 한번에 파산을 맞이한다. 반대로 최대한 비싸게 분양에 성공하면 일확천금을 얻게 된다.

 

그래서 부동산회사, 건설회사는 전체 아파트 물량을 다 팔아치우기 위해 무슨 방법이든 총 동원한다. 그래서 명품과 보석이라는 단어가 남발되고, 연예인을 동원한 비싼 광고, 화려한 모델하우스 등이 등장한다. 무주택자를 위한 주택건설에 왜 이런 것들이 필요한가? 결국 그들이 저지르는 이 모든 비용은 무주택자들의 노동의 대가에서 지불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방법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잘 진행이 되었고, 많은 기업들이 돈을 엄청 벌었다. 한국에서 벼락부자가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아파트를 짓는 것이고, 그래서 한국은 아파트의 국가가 된 것이다."

 

청탁비리가 존재하지 못하는 이유 

 

- 한국의 모든 건설은 부동산 개발과 수요, 공급의 시장논리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데,  유럽의 경우는 어떤가?

"유럽의 건설도 시장경제의 원리원칙을 중요시 한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적론은 반드시 인문학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프랑스에서 한 가구가 사는 건축을 제외한 모든 건설은 건축주, 그 건물에 살 지역주민, 행정관청, 시민단체 그리고 도시개발 분야에 관련된 국공립 연구소, 사회연구기관 등에 동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건축주가 공기업 혹은 국가일 경우라도 엄격한 공개심사를 거쳐 건축사를 선정하며, 그 선정된 건축사의 입회 아래 건설회사가 공개 입찰로 선별되므로 건설회사와 건축주, 건축주와 허가기관 사이에 청탁비리는 존재하지 못한다. 

 

공기업,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개발을 위해 도로, 항만, 철도 등의 기간산업을 포함한 어느 건설이 필요하다고 하면 건설 회사, 용역연구소등에 의뢰한 타당성 조사를 근거로 자체적으로 평가, 판단하여 독단적으로 건설을 추진하지 못한다. 아무리 중앙정부, 국가기관에서 추진하는 중대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건설에 대한 당위성의 검증, 심의 과정은 똑같다.

 

모든 건설의 당위성은 인문사회학자들로 형성된 지역개발위원회, 지역의회, 지방자치단체회의 그리고 그 지역에 살아가는 시민단체, 지역주민협의회에서 건설의 가능성을 결정하기에 건설을 담보로 하는 정치공약, 건설경기 촉진 및 시장경제 활성화를 구실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 사회연구기관, 국립인문연구소에 의해 검증, 승인되는 시스템 구축하라

 

- 그렇다면 한국의 현 건설정책이 시민의 행복을 위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론이 있는가?

"건설되는 모든 건축물의 허가는 모양과 목적이 어떤 형태이든 그 지역 시민단체, 시민을 대신하는 사회연구기관, 국립인문연구소에 의해 검증, 승인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즉 각 분야의 인문사회학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연구기관, 국립연구소, 지역개발위원회에서 건설대상에 대한 분석, 검증 등의 변증법적 방식을 통해 조사한다. 그리고 그 타당성의 결과가 해당지역 시민들에게 최적의 주거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지 설문, 앙케트, 토론회 등의 방식을 거쳐 최종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 최종보고서는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제출되고 이 보고서의 내용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시의회에서 건설의 최종 프로그램, 건설에 따른 지역 환경의 문제점 등을 면밀히 협의한다. 이러한 과정은 건설될 미래의 주거환경에 대해 사회학적, 심리학적, 생태학적 문제점을 가정하여 예측하지 못했던 돌발적인 상황을 미리 예방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리고 지역발전의원회, 시 도 의회, 도시계획청, 건축청, 환경청, 교통청에서 최종 건축허가심의를 거친 뒤 건설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한국의 모든 건설이 이 과정을 거친다면,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연보호지역이 별안간 재건축, 재개발지역등 규제완화대상이 되어 건설가능지역으로 변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건설사의 시행착오로 건물, 상가들이 텅 비거나, 아파트를 사자마자 프리미엄이 붙는 투기지역이 조성되거나, 이른 새벽부터 청약을 위해 모델하우스 앞에서 줄서서 기다리는 등의 부동산 거품경제의 해괴한 현상, 허황된 일확천금의 허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형식적인 심사과정 완전 삭제하라

 

- 한국의 도시는 대기업의 거대한 재력과 권력에 의해 그들의 부동산 판매시장으로 전락되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한국의 모든 대형 건설회사는 모든 건설공정을 계약하지만, 실제로 공사는 전문기업에게 재도급하여 공사 이익만을 취한다. 이와 같은 대형 건설회사의 횡포, 폭리 시스템을 유지하는 종합건설이라는 구식 제도는 이제 그만 사라져야 한다.

 

아무리 회사규모가 크다 할지라도 대기업은 토목, 기초, 구조, 플랜트, 골조공사만 하고, 그 외의 전기, 통신, 설비, 마감, 내부의 모든 공사는 그 지역의 전문기업만이 직접 건축주와 계약 체결하고 재 하도급을 못하도록 법으로 규정하면 된다. 전문기업,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해야 국가의 실질적 경제력이 강화된다.

 

또 건설회사의 지급보증 행위로 실질적인 부동산 개발자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자체 건축사들을 고용하여 건설허가를 마음대로 추진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 또한 돈이면 다 해결되는 각종 민간 기술연구소의 교통, 환경, 구조계산 등의 형식적이고 부조리한 과정과 심사위원들의 형식적인 심사규정을 완전 삭제한다면 부조리, 청탁, 어이없는 건물의 허가 취득은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시민의 생활환경을 대변하고 국가의 미래를 예견하는 인문사회학자들로 구성된 국공립 대학 연구기관, 지역개발위원회, 시민단체, 국립학술연구소등의 승인, 심의, 동의과정을 건축허가의 의무사항으로 지정한다면 더 이상의 일확천금을 노린 허상의 건설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고와 진리에서 태어나는 도시 - 파괴된 도시를 살리는 인문학적 상상력

떼오도르 폴 김 지음, 시대의창(2009)


태그:#떼오도르 폴 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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