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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일 기자는 <나는 미디어다. 꿈을 응원하는 방송>을 쓴 저자입니다.)

 

꿈에 대한 물음표, 미디어의 내일에 대한 질문

 

<나는 미디어다.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봄날)는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이자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왜 굳이 서른 살이 넘은 내가 꿈을 이야기해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을 앞에 놓고 한참을 생각하다 얼마 전에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해고된 친구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꿈을 좇아왔는데, 돌아온 것은 냉정한 해고 통지더라."

 

저는 친구가 말한 '꿈'과 '해고'라는 단어에 확실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 이야기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이십대를 비정규직 PD로 일했던 그는, 명찰은 비정규직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일하면 자신의 작은 꿈 하나를 미디어 구장에 꽃피울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10년의 보상이 결국 해고라는 이야기에서 개인의 푸념을 넘어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꿈 하나로 방송사에 들어왔다가 현실의 높은 벽을 깨닫고 구장 밖으로 쓸쓸히 퇴장한 수많은 친구들 마음이 그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더 슬픈 건 뭔지 알아? 내 자리를 채운 친구가 학교 후배라는 거야. 10년 전 나의 들뜬 꿈을 고스란히 닮은… 그 후배의 꿈은 또 어떻게 이용되고, 또 어떻게 버려질까?"

 

우리는 '들뜬 꿈'과 '슬픈 현실'에 내포된 의미를 되새기면서 뭔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이루는 데 안일한 우리도 변해야 하고, 꿈을 이용하고 착취하는 세상도 변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꿈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한 시대입니다.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이 문제인 시대에 낭만적인 꿈을 말하는 것은 왠지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보입니다. 서글프게 우리를 절망케 하는 일들은 오늘의 곳곳에 포진해 있으며, 일상은 자주 우리의 꿈을 배신합니다. 현실의 땅거죽은 언제나 불안하고, 그 불안함은 꿈을 우리 손아귀에서 자꾸 미끄러져 나가게 합니다.

 

특히 비정규직과 인턴, 프리랜서라는 명칭으로 젊은이들 꿈을 착취하는 욕심꾸러기 건달아저씨들이 너무도 많은 지금 시대에 우리의 꿈은 자주 이용당하고 자주 좌절됩니다. 그렇다고 꿈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좌절할 때마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우리의 손아귀에서 빠져 나가는 꿈을 움켜잡게 해 주는 무기가 필요합니다.

 

"내 꿈의 문장을 제대로 새겨 놓고, 그 꿈을 꽉 움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미디어다.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는 이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한 개인의 꿈의 지도,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질문은 추상적이지만 답변은 구체적이고 개인적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시절 자율학습을 땡땡이치기 위해 학교방송반(HBS)에 들어간 게 방송업계에 발을 담그는 계기가 됐습니다. 2005년 마침내 KBS편성본부에서 연봉계약직 연구원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올해 7월 해고될 때까지 4년여를 일했습니다. 지금은 전국언론노조 KBS계약직지부에서 홍보일을 맡고 있습니다.

 

책에는 지난 4년 간 일하면서 느낀 방송국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드라마국, 라디오국, 예능국, 보도국 사람들이 바삐 일하는 모습, 인간적인 모습을 담았습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PD나 아나운서들이 어떤 생각으로 방송을 만드는지 알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도 방송을 공부하고, 방송 현장에서 일하며, 방송을 제 꿈의 화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꿈을 움켜잡는 방법에 대한 대답은 여러 가지이지만 저의 방법은 어디까지나 방송이라는 미디어 구장에서 캐낸 것들입니다.

 

이 책은 가장 먼저 미디어 구장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단단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신문방송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 PD나 기자가 되기를 꿈꾸는 고등학생들, 저처럼 내일의 미디어 구장에서 블로그와 개인방송과 공동체 라디오를 매개로 새로운 성을 만들어가기를 바라는 젊은 세대들, 이들에게 내일의 방송 지형을 소개하고, 그 공간에서 제대로 꿈을 단련하는 방법,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법들을 소개합니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꿈을 이야기합니다. 누구의 꿈이 아니라 제 자신의 꿈을 이야기합니다. 내가 왜 꿈을 꾸고, 어떻게 꿈을 살아가고자 하며, 꿈을 위해 어떤 내일을 준비하고 상상하고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오형일의 꿈을 구경하면서 이 책을 읽는 누군가가 자신이 꿈꾸는 내일의 무엇을 자연스럽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

 

그럼으로써 팍팍한 현실 속에서 잊고 있었던 한 가지, 내게도 꿈의 날개가 있었음을 돌아봤으면 좋겠다는 소망. 이 책은 미디어 구장을 넘어, 자신의 꿈을 살아가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의 꿈을 응원합니다. 거창하게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30대, 오형일이란 인간의 꿈을 펼쳐놓으면서 당신도 같이 꿈의 지도를 그려보지 않겠느냐고 쑥스럽게 손을 건냅니다.

 

성실하게, 엉뚱하게 꿈꾸기

 

이 책은 정확히 3주 전에 세상에 나왔습니다. 고백하자면 지난 3주 동안 책을 꽁꽁 숨겨두었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과장되고 허황되게 꿈을 이야기해서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너무 솔직하게 삶과 꿈을 이야기한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런 맘이 아주 없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지치기도 했습니다. 지난 여름 KBS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후, 100일 넘게, 낮에는 피켓을 들고 '비정규직 철폐'를 외쳤고, 밤에는 꿈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런 생활이 100일 넘게 지속되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것도 이유라면 이유일 것입니다. 실제로 책이 세상에 나온 후 지난 몇 주, 꿈과 미디어에 대한 이야기도, 비정규직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은 손을 놓은 상태였습니다.

 

반전의 계기가 있었다면 엉뚱해보이지만, 지난 주 MBC <황금어장>에 출연한 원더걸스의 미국 원정기였습니다. 원더걸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다시 열심히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다시 열심히 꿈에 대한 <나는 미디어다>를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더걸스, 한국 최고의 꼬맹이 여가수들. 국내에서 최고였던 이들이 미국에 도전장을 내민 후 '저랑 사진 한 장 찍지 않으실래요? 저 가수거든요'라고 외치며 자기 음악을 거리에서 알렸다고 합니다. 원더걸스의 부지런함과 성실함, 에너지를 보면서, 30대인 나도 분기탱천, 다시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꿈꿔야겠다는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그러면서 꿈과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나는 미디어다>를 많은 사람들에게 열심히 소개하고, 부당하게 해고된 KBS계약직지부 이야기도 열심히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로 이 글은 <나는 미디어다.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글입니다.


2.0세대를 위한 상상, 나는 미디어다 - 꿈이 꿈을 응원하는 방송 HBS

오형일 지음, 봄날(2009)


태그:#미디어, #비정규직, #방송, #블로그, #개인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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