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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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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지난 8일 '2010학년도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관리원칙 개정안(이사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의 핵심은 이전 5년이던 특별전보 기간을 3년으로 줄이고, 언제라도 학교장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교사를 전보 내지 전보 유예 조치할 수 있는 '특별 전보 사유'를 신설하는 반면, 신체 허약 교사와 원거리 출퇴근 교사에 대한 전보 유예를 없애는 것 등이다.

특히, 이번에 신설된 '특별 전보 사유'에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저조한 교원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와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의 사유로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 ▲당해 학교 재직 중 3회 이상 주의 경고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 등을 신설함으로써 학교장의 전보 인사권을 대폭 강화했다.

이번에 발표한 개정안은 언뜻 그럴 듯해 보이기도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 개정의 실효성뿐 아니라 목적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문제 있는 교사, 다른 학교로 보내면 그만?

가장 먼저 특별 전보 사유 중 하나인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저조한 교원'은 우리 법에서 정한 직위해제나 직권면직의 사유로 이미 규정되어 있는 것으로 전보 사유가 돼서는 곤란하다. 이유는 교장에 의해 교원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장하는 것처럼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저조한 교원이 있다면, 재교육이나 연수 등을 통하여 능력을 높이도록 하는 것이 정답이다. 무조건 다른 학교로 보낸다고 해서 갑자기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비유하자면, 성적 나쁜 학생을 다른 반으로 전반 시키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는 것과 같다.

두 번째 사유인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와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의 사유로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이라는 기준은 더 황당하다. 만약 이런 교사들이 있다면 이건 징계를 해서 파면을 하든지 해야지 어떻게 이런 교사를 주의·경고만 하고 다른 학교로 전보할 수가 있는가? '문제 있는 교사는 우리 학교에서만 안 보면 된다'는 것인가.

이런 문제 있는 교사를 그 학교에서 징계하지 않고 다른 학교로 전보하면, 분명 그 교사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일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분란의 원인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런 문제는 일어난 학교에서 징계를 하는 등 분명하게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사안이지, 전보로 해결할 사안이 아니다.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 중 가장 황당한 것은 '당해 학교 재직 중 3회 이상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교원'에 대한 특별 전보 허용이다. 그나마 앞서 언급된 ▲직무수행 능력 부족과 근무성적 저조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행위와 금품수수, 시험문제 유출 등은 당사자(교사)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면 법적으로 사실 관계라도 다툴 수 있지만, ▲3회 이상 주의 또는 경고 처분을 받은 자는 법에도 호소할 수 없다.

현행 법률상 경고나 주의는 불이익 처분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법적 소송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교장이 주의나 경고를 주면 그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억울해도 호소할 곳도 없는, 그야 말로 엿장수 교장 마음이다. 주의·경고는 교장이 마음 내키면 하루에 10번도 줄 수 있다. 교장이 주의나 경고를 3회 이상 주고 이를 이유로 다른 학교로 전보 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어느 누가 교장에게 바른 소리하고 소신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세세하게 뜯어보지 않더라도 이번에 발표된 개정안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는, 도입 저의를 의심스럽게 만드는 그런 것이다. 이렇게 일방적인 교장권한 강화가 학교 자율성을 증대시키고 학교장 책임 경영을 더욱 높여준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학교 현실을 너무 모르는 탁상공론이다.

교장 징계 비율, 구성비의 4.7배... 교원 징계보다 심각

지금도 대부분 학교에서 교장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이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인 학교운영위원회나 인사위원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 요즘 대부분 학교들의 현실이다. 교장 권한 강화보다는 그 반대로 교장의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국회 교육상임위 소속 안민석 민주당 의원실에서 2009 국정감사 자료로 내놓은 '2006~2009년 최근 3년간 교원징계 현황'을 직급별 교원 구성 비율에 따라 분석해본 결과 평교사보다 교감, 특히 교장의 징계 비율이 훨씬 높았다. 특히 금품수수와 뇌물 등으로 중징계를 받은 비율은 평교사보다 교장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단순 징계 건수는 평교사가 많지만 구성비 대비 징계 건수로 환산하면 교장과 교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 징계 건수는 평교사가 많지만 구성비 대비 징계 건수로 환산하면 교장과 교감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김행수(원자료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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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전체 교원 징계 1637건 중 평교사가 85.2%인 1394건을 차지했고 교감(원감 포함)이 4.2%인 68건, 교장(원장 포함)이 175건으로 10.7%를 차지했다. 이 중 파면 1.2%, 해임 3.4% 등 중징계 비율은 전체의 17.0%고, 불문(경고)가 31.6%, 견책이 40.3%, 감봉이 11.1%로 경징계가 전체의 83%를 차지했다(직급별 교원 구성 비율은 교장 2.4%, 교감 2.3%, 평교사 95.3%).

이를 교원의 '직급별 구성비 대비 징계 비율'로 환산하면, 전체 교사의 2.3%인 교장의 징계비율은 10.7%로 구성비보다 징계 비율이 4.7배나 높았다. 아울러 교장과 교감을 모두 포함하는 관리직 교원의 징계 비율은 구성비보다 3.2배나 높았다. 이에 비해 전체 교원의 95.3%를 차지한 평교사의 징계비율은 85.2%로 상대적으로 구성비보다 징계 비율이 낮았다.

금품 수수, 뇌물, 횡령 등 금품 관련 징계 건수도 단순 건수로는 평교사가 많지만 구성비로 따지면 교장의 징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금품 수수, 뇌물, 횡령 등 금품 관련 징계 건수도 단순 건수로는 평교사가 많지만 구성비로 따지면 교장의 징계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 김행수(원자료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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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교원의 2.3%를 차지한 교장에 대한 징계 비중은 33.3%에 달해 징계 비율이 구성비보다 14.5배나 높았다. 파면과 해임은 전체 징계의 75%와 50%를 차지했는데, 금품 수수 등 금품 관련 비리로 배제 징계를 받는 사람의 58.3%가 학교장이었다. 이에 비해 전체 교사의 95.3%인 평교사의 징계 비율은 61.3%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자료를 종합해 본 결과, 금품수수 등 금품 관련 비리는 평교사보다 학교장과 교감 등 관리직 교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학교 회계의 투명한 운영을 위하여 학교운영위원회의 민주적 운영, 예결산의 투명한 공개 등 학교장의 권한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쌀직불금 불법 수령에서도 두각 보인 교장들

온국민을 분노케 했던 쌀직불금 불법 수령 관련 징계도 직급 구성비 대비 교장교감의 징계 비율이 훨씬 높다. 그나마 징계의 대부분이 경고 등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온국민을 분노케 했던 쌀직불금 불법 수령 관련 징계도 직급 구성비 대비 교장교감의 징계 비율이 훨씬 높다. 그나마 징계의 대부분이 경고 등 가장 낮은 징계를 받았다.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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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농민뿐 아니라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쌀직불금 불법 수령 관련해 문제가 된 교원은 231명이었는데, 이들 중 파면 해임 등 배제징계를 받은 교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4명이 정직을 받았고, 불문(경고)이 131명으로 56.7%를 차지했으며 견책이 32.5%를 차지하는 등 제대로 징계를 받은 경우가 없다.

특히, 쌀직불금을 불법으로 수령하여 징계를 받은 231명 중 교장과 교감이 50명이었고 평교사가 181명이었다. 이를 직급별 구성비 대비 징계 비율로 환산하면 교장과 교감은 21.6%로 직급별 구성비보다 4.6배나 높아서 상대적으로 교장과 교감이 평교사보다 도덕적 해이가 훨씬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원 직급별 구성비 대비 징계 비율에 있어서 교장이 평교사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파면 해임 등 중징계 비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대비율이 높게 나온다. 교장의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합리적,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교원 직급별 구성비 대비 징계 비율에 있어서 교장이 평교사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특히 파면 해임 등 중징계 비율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상대비율이 높게 나온다. 교장의 무소불위 권한에 대한 합리적, 민주적 통제 장치가 필요한 이유다.
ⓒ 김행수(원자료 안민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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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본 것처럼, 평교사보다 교장의 징계비율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이 중 교장의 징계 중 파면은 15.8%, 해임은 14.3%, 정직은 16.7%로 나타나 중징계 비율은 구성비 2.3%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학교장이 중대 비리를 상대적으로 많이 저질렀다는 의미이다(교장의 경우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통하여 감경되는 비율 역시 가장 높다).

이를 교원의 직급별 구성비와 징계 비율로 환산하여 계산해 보면, 교장은 구성비 대비 465%나 징계를 당했고, 일반교사는 89% 징계를 당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를 1인당 징계 비율로 다시 따져보면 교장의 징계 비율이 일반 평교사 징계 비율의 5.2배나 된다. 특히, 파면 비율은 교장이 평교사보다 8.9배나 높고, 해임도 7.2배, 정직은 8.6배나 된다.

교장 권한 말고 학생과 교사, 학부모 권한 강화하자

교장은 지금도 학교 운영에 대한 거의 모든 권한을 가진다. 이미 교사의 특별 전보에 관한 권한을 가지고 있고, 일제 고사 징계 사례에서 보듯 징계에 관해서도 결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이라는 형식을 거치기는 하지만 예산과 결산에 관한 권한 역시 학교장이 가지고 있다.

현재 학교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교사들이 하자고 해도 교장이 싫다면 못하고, 반대로 교사들이 아무리 하지 말자고 해도 교장이 한다면 해야 한다.

지금까지 상황만 봐도, 학교장의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학교 운영에 의한 비리나 문제점이 나타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앞서 안민석 의원실에서 낸 자료만 봐도 학교장 등 관리직들의 비리가 심각한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학교장 책임 경영과 학교자율화라는 미명 하에 교사의 전보에 관한 권한까지 학교장에게 몰아준다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더욱 고착화 될 것이다. 이렇게 교장 권한만 강화시킨다면, 어떤 교사가 바른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진정한 학교 자율화와 학교장 책임 경영은 교장·교감의 도덕적 해이와 독단적·폐쇄적 학교 운영을 막는 것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들의 독단적 학교 운영을 막기 위해서 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사, 학부모 권한을 강화하는 것도 민주적 학교를 만드는 한 방법일 것이다.  즉, '학교 자율성 강화'란 교장의 권한 강화가 아닌 학교 단위의 학교운영위원회, 인사위원회, 학생회 등의 민주화를 의미하는 것이 돼야 한다.

향후 교원평가제 법제화 등과 관련해서도 논의돼야 하는 중심 지점이 바로 이것인데 현재 이런 부분은 전혀 고려 안 되고 있다. 지금도 왕국인 학교를 교장의 천년왕국으로 만드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사를 학교장의 눈치나 보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은 교육의 자율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교사가 "교장이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하는 존재"라면, 그는 결코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의적인 인간, 자율적인 인간(학생)을 길러 낼 수 없음은 자명하다.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교장의 교사 특별 전보 강화는 민주화에 역행하는 것으로 당장 철회돼야 한다.


태그:#전보, #교장,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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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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