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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 읍내 도로 네거리에 세운 서울대 정문 모형도. 그 옆에는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과 해당 고등학교 이름을 새겼다.
 충남 금산군 읍내 도로 네거리에 세운 서울대 정문 모형도. 그 옆에는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과 해당 고등학교 이름을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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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서울대 입학생 현황 뒷면에는 '큰 꿈을 갖자'고 새겼다.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 현황 뒷면에는 '큰 꿈을 갖자'고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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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금산군(군수 박동철)이 명문대 진학의 희망과 꿈을 심어 준다며 수십억 원을 들여 도심 거리에 서울대 정문 등 전국 주요 대학의 상징물을 세웠다. 또 서울대에 진학한 군내 학생들에 대해서는 특별히 좌우명과 손도장 동판을 새겨 넣어 학벌주의 조장에 앞장서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은 공사비 부풀리기와 부실시공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충남 금산군은 지난 6월 모두 17억 원(전기공사비 1억 원 별도)을 들여 금산읍 우체국에서 용머리 광장에 이르는 양 도로변(약 400m)에 국내외 32개 대학의 축소 상징물과 학업과 관련된 16개 조형물 등 모두 48개의 조형물을 설치했다.

인근 학교 학생들의 주 통행로인 용머리 광장 네거리에 세운 대학상징물은 서울대 정문이다. 그 옆에는 '큰 꿈을 갖자'는 글귀와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과 해당 고등학교 이름을 새겼다. 또 서울대 진학생의 좌우명과 손도장 동판(핸드 프리팅)도 만들어 놓았다. 미래의 서울대 입학생들을 새겨 놓을 공간도 남겨 놓았다.

양 도로변 가로수와 전봇대 사이에는 KIST를 비롯하여 연세대, 고려대, 육군사관학교, 포항공대, 한국교원대, 경찰대 등 국내외 32개 대학의 교문 또는 상징물을 나란히 세워 놓았다. 해외 대학의 경우 영국의 옥스퍼드대와 일본의 동경대학교 상징물을 만들어 놓았다. 대학 상징물 사이에는 아인슈타인과 아이작 뉴턴 등 학자들의 동상과 '선생님의 하루', '상장수여'(교장이 학생에게 상장주는 모습 형상화), '내 꿈을 향하여' 등의 제목이 붙은 조형물을 배치해 놓았다.    

거리 인도변에 세운 경찰대 정문 모형도.  개당 수 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여됐으나 조잡해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을 사고 있다.
 거리 인도변에 세운 경찰대 정문 모형도. 개당 수 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여됐으나 조잡해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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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네거리에 세운 성균관대 모형도. 개당 수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여됐으나 조잡해 보여 공사비부풀리기 의혹을 사고 있다.
 거리 네거리에 세운 성균관대 모형도. 개당 수천만원의 사업비가 투여됐으나 조잡해 보여 공사비부풀리기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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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꿈을 갖자' = 명문대 입학... 연도별 서울대 입학생 새겨

금산군은 당초 이 사업에 15억 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나 공사 과정에서 설계변경을 통해 대학 상징물과 조형물 설치개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2억여 원을 증액했다. 조형물 한 개당 평균 3500여만 원이 쓰인 것.  
  
이에 대해 금산군은 지난해 말 군정결산 자료를 통해 "명문대 진학의 희망과 꿈을 심어 줄 교육특화거리 조성 사업"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분주한 금산교육 선진화를 위한 발걸음으로 매년 10억~20여억 원에 불과했던 교육관련 투자예산을 (교육특화거리 예산을 포함) 80억 원까지 끌어 올려 인재양성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금산군 관계자는 "사전 금산군교육청을 방문해 사업구상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으며 여러 아이디어도 제공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금산읍 거리에 대학 상징물을 만들어 놓으면 학생들이 더 좋은 대학을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학부모들로부터 서울대는 물론 동경대 등 상징물을 볼 수 있어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산읍에 사는 강모(45)씨는 "거리에 대학 상징물을 세워놓으면 대학 진학의 꿈이 커질 것이라는 생각도 어이없지만 학벌주의와 서울대(명문대) 병을 타파해야 할 자치단체와 교육청이 오히려 혈세를 들여 대학서열화와 교육양극화를 조장한 데 대해 할 말을 잃었다"고 말했다.

고려대 상징 모형물. 조형물이 주변 거리와도 어울리지 않아 졸속계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려대 상징 모형물. 조형물이 주변 거리와도 어울리지 않아 졸속계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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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군 교육청과 대학 상징물. 금산군교육청은 금산군으로 부터 사업계획을 듣고 좋은 사업이라며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금산군 교육청과 대학 상징물. 금산군교육청은 금산군으로 부터 사업계획을 듣고 좋은 사업이라며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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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 밝히려 관련 서류 압수

조잡해 보이는 조형물과 부실시공 및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일부 지방일간지 등은 일제히 '설치비용이 개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데도 조형물이 조잡하고 일부 시설물의 경우 녹물이 흘려 내리는 등 부실시공 의혹이 크다'며 '20억짜리라고는 믿기지 않는 사업'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기자들은 시공업체 간부로부터 추가기사 무마 청탁과 함께 광고비 명목으로 수백만 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구속 또는 불구속됐다. 시공업체 간부의 추가비판기사 무마 청탁으로 부실시공 의혹이 더욱 커진 셈이다. 

대전의 한 조형업체 관계자도 "세부자료를 볼 수 없어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지만 들어선 조형물만으로는 20억 원 가까운 돈이 투여된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업 자체도 졸속으로 추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금산군은 당초 별도 부지에 공원형태의 '청소년 미래센터'를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부지매입이 어려워지자 미래센터 대신 도로변에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으로 사업을 대체했다. 그런데도 사업비는 당초 계획 때와 별반 차이가 없다. 

충남지방경철청은 공사비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금산군으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편 금산군은 지난 해 9월 A 건설업체와 15억 원(국비 5억 원)에 조형물 설치 계약을 체결했으나 A업체는 다시 대전의 B업체에 10억 원 상당의 조형물을 하도급했다. 이 과정에서 금산군은 설계변경을 통해 2억 원의 예산을 증액했다.   

도로 인도변에 만든 학업 관련 조형물.  인물조형물 등  이같은 조형물만 16개에 이른다.
 도로 인도변에 만든 학업 관련 조형물. 인물조형물 등 이같은 조형물만 16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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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금산군, #명문대, #서울대 병, #압수수색, #부실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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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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