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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지난 밤 추위와 바람에 이렇게 노란 눈이 내렸습니다.
▲ 은행잎눈이 내렸어요. 지난 밤 추위와 바람에 이렇게 노란 눈이 내렸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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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2,3도로 내려간 날씨에 풀들은 모두 얼었다. 그 중에도 얼지 않고 살아있는 놈들이 있는데, 단연 국화꽃이 돋보인다. 봄에는 매화꽃, 가을에는 국화꽃, 왜 우리 조상들이 매난국죽을 사랑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
▲ 풀이 얼었어요. 영하 2,3도로 내려간 날씨에 풀들은 모두 얼었다. 그 중에도 얼지 않고 살아있는 놈들이 있는데, 단연 국화꽃이 돋보인다. 봄에는 매화꽃, 가을에는 국화꽃, 왜 우리 조상들이 매난국죽을 사랑했는지 이제는 조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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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동은 김장의 계절입니다. 김장용 배추라 하기엔 빈약해 보이지만 이렇게 묶어주면 속이 꽉찬 배추가 될지도 모릅니다.
▲ 김장용 배추? 입동은 김장의 계절입니다. 김장용 배추라 하기엔 빈약해 보이지만 이렇게 묶어주면 속이 꽉찬 배추가 될지도 모릅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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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우리는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 입었고, 나무들은 달고 있던 잎을 우수수 떨어냅니다. 그러고 보니 곧 입동입니다. 차가운 겨울에 들어가니 미리 미리 준비하라고 알려주는 절기지요. 아무리 입동이라지만 이번 주는 한겨울 날씨였습니다. 평균 기온이 2.9도였습니다. 평년값이 10.9도였던 것에 비하면 아주 추운 날이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추위에 약한 풀잎들은 다 얼어버렸습니다.

입동 전 가위 보리다.
보리는 입동 전에 묻어줘라.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라도 날려줘라.

입동과 관련된 속담을 찾아보니 이렇게 보리농사에 대한 속담이 많았습니다. 그만큼 춘궁기를 이겨낼 수 있는 보리농사가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입동날 따뜻하면 그해 겨울은 따뜻하다는 속담도 있다고 알려주니, 올해는 꼭 입동날 따뜻하면 좋겠다고 합니다. 아이들도 추운 것은 싫은 모양입니다.

입동에 탁구 유행이다.
입동 즈음 신종플루 대유행이다.
입동 즈음 첫 얼음이 얼었다.
입동 즈음 풀잎이 얼어 죽었다.
입동 즈음 겨울옷 장만한다.
입동에 목도리 장갑 찾는다.
입동에도 모기입이 삐뚤어지기는커녕 모기장 찾는다.
입동에 붕어빵, 어묵 장사 나왔다.
입동에 은행잎 한창이다

아이들과 함께 지어 본 속담입니다. 영하로 떨어지는 강추위에도 집안에 살고 있던 모기들이 여전히 극성인가 봅니다. 입동 무렵 겨울을 날 준비를 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보일러를 점검하고, 옷장을 정리하고 이런 소소한 일들이 바로 우리 모습입니다.

오늘은 노랗게 익은 은행알을 구워 먹고, 우수수 떨어진 은행나무 잎으로 꽃다발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옛 어른들은 책갈피 사이사이에 은행잎을 꽂아두어 좀이 먹는 것을 막았다고 합니다. 은행나무에는 벌레가 끼지 않는데, 은행나무에 들어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살균·살충 작용을 하기 때문이랍니다. 왕성한 식욕을 자랑하는 딱정벌레도 굶어 죽을지언정 은행잎은 절대로 먹지 않는다고 하니 대단하지요. 단풍이 든 은행잎을 헝겊으로 싸서 집 안 구석구석에 두면 바퀴벌레 등의 해충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상식일 겁니다.

이렇게 익힌 은행을 하루에 다섯알씩만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지요. 그만큼 은행은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있답니다.
▲ 노랗게 익은 은행 이렇게 익힌 은행을 하루에 다섯알씩만 먹으면 무병장수한다고 하지요. 그만큼 은행은 몸에 좋은 성분들이 많이 있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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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지천인 은행잎으로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 은행꽃 두송이 가을이면 지천인 은행잎으로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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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생각하며 만든 친구도 있었어요.
▲ 엄마에게 줄거예요. 엄마를 생각하며 만든 친구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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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보다 아름다운 것 같네요.
▲ 은행잎 꽃다발 신부가 들고 있는 부케보다 아름다운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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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야, 내 옆에는 오지마라는 경고의 표시로 은행잎꽃을 소매 속에 감추어두었답니다.
▲ 벌레 오지마! 벌레야, 내 옆에는 오지마라는 경고의 표시로 은행잎꽃을 소매 속에 감추어두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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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껏 만든 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 당신에게 드립니다. 정성껏 만든 꽃을 당신에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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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잎으로 꽃 두 송이를 만들었습니다. 노란 빛깔이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 이렇게 만들었어요. 은행잎으로 꽃 두 송이를 만들었습니다. 노란 빛깔이 어디에 놓아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 한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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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오란 은행잎을 헝겊에 싸서 두어도 좋지만 이렇게 꽃다발을 만들어 집안 곳곳에 걸어두거나 꽂아두는 것은 어떨까 하여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았습니다. 은행잎을 열 장 정도 포개서 둥글게 만 다음 테이프로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만들어서 모았더니 멋진 은행잎 꽃다발이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하나 만드는 동안 부지런히 만들었어요.
▲ 이런 꽃다발 받고 싶지 않나요? 다른 친구들이 하나 만드는 동안 부지런히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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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는 지구상에 살아 있는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식물이라고 합니다. 오랜 역사동안 살아남았다는 것은 질긴 생명력을 지녔다는 것입니다. 은행나무의 원산지라 하는 중국에서는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가 열매를 따먹는다고 해서 '공손수(公孫樹)'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한 알의 은행이 땅에 떨어져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지요. 모든 것이 속성으로 이루어지는 시대, 오래 살아남는 것은 무엇일까, 고운 은행잎 꽃다발을 보며 드는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학교는 북한산 자락 인수동에 자리잡은 대안학교입니다. 2010학년도 2학년, 3학년, 4학년, 5학년, 6학년 편입생을 모집합니다. 매주 수요일 절기 공부를 하며 우주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이 절기 공부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의 환경교육현장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지원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태그:#아름다운마을학교,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입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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