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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를 강화시키는 소선거구제

현재 우리는 전체 국회의원 299석 중 245석의 지역구에 대해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나머지 54석의 전국구에 대해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선거제도 아래에서 1인 2표의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들은 그 한 표를 지역구 투표에, 다른 한 표를 전국구 정당 투표에 행사한다.

그러나 전국구 비례대표 의석은 전체 의석의 18%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전체 의석의 82%를 차지하고 있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효과는 매우 큰데, 그 효과는 전국적으로는 제1, 2당에, 그리고 지역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특정 지역에서는 그 지역주의 정당에 그들이 얻은 득표율보다 더 많은 의석률을 가져다주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런 점에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효과는 지역주의정치를 지탱시키거나 그것을 강화시켜주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의 현행 선거제도가 개편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의 대안으로서 어떠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는가? 그 동안 제기되고 거론되었던 방안들을 정리하면 그것은 다음과 같다.

18대 총선
 18대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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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2표 독일식 비례대표제 방안

이 방안에서는 1인 2표제를 통해 제1 투표는 소선거구제의 지역구 투표에, 제2투표는 비례대표제의 정당 투표에 행사된다. 여기에서 정당간의 총의석 배분은 제2 투표에서 각 정당들이 전국적으로 획득한 득표 비율에 따라 이루어지며, 이를 통해 각 정당들에 배분된 의석은 그 정당의 각 권역 득표 비율에 따라 다시 각 권역에 배분된다. 그리고 각 권역에 할당된 각 정당의 의석은 우선 그 권역의 지역구에서 소선거구제에 의해 선출된 의원을 통해 채워지게 되며, 이를 통해서도 채워지지 않은 잔여 의석은 각 권역별 정당 명부에 따라 채워지게 된다.

특히 각 권역의 지역구에서 선출된 정당의 의원이 그 권역에 할당된 의석수보다 많을 경우 그 과다 의석은 국회의원 정수 이외의 잉여의석으로 인정된다.

이와 같은 독일식 선거제도는 전국적인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이 배분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비례대표제이다. 물론 소수정당의 난립을 막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3석에서 5석 정도의 진입장벽)은 존재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정당 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의 비례성을 크게 해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전체 의석의 절반(독일의 경우 지역수 선출 의원과 비례대표 선출 의원의 비율을 1:1로 하고 있다)을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 선거를 통해 채움으로써 지역구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근접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소선거구제의 장점도 살리고 있다.

이상과 같은 1인 2표의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우리의 선거제도로서 전면 도입하고자 할 경우 그것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대한 우리의 판단을 요구한다.

즉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 선출 의석수와 비례대표 선출 의석수의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점이 그것이다.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하여 그 비율을 독일처럼 1:1로 할 경우 그 의석수 대비는 150:150이 된다.

이 경우 우리는 현행의 지역구 의석수를 대폭 축소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는데, 이는 기존의 지역구 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시킬 수 있다. 물론 이를 피하기 위해 국회의원 정수를 400석으로 확대하여 그 비율을 200:200으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국회의원 정수의 확대에 대한 국민 반발의 소지가 크다. 다른 한편, 우리는 지역구 선출 의석수와 비례대표 선출 의석수 비율을 전체 의석수를 300석으로 하여 200:100으로, 또는 전체 의석수를 400석으로 하여 250:150으로 조정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비례대표 선출 의석에 비해 지역구 선출 의석의 비율이 클 경우 이는 우리와 같은 지역주의의 조건 아래에서는 다수 잉여의석의 산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1인 2표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병립 방안

이 방안에서도 1인 2표제를 통해 제1 투표는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 투표에, 제2 투표는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투표에 행사된다.

그러나 이 방안이 독일식 비례대표제와 다른 점은 소선거구제에 의한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제에 의한 정당 투표가 독일식처럼 상호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병립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이다.

소선거구제에 의해 245명의 지역구 의원을 선출하는 한편 비례대표제를 통해 54명의 전국구 의원을 선출하는 현행 우리의 선거제도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모색되고 있는 새로운 방안은 그것이 비례대표제에 의해 선출되는 의석을 전국구가 아니라 각 권역별로 뽑고자 한다는 점에서 현행의 제도와 다르다. 이와 관련하여 권역별로 비례대표 의원을 선출하고자 하는 것은 이를 통해 특정의 지역주의 정당들이 상대 지역에서도 의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이 같이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립하여 운용하는 대표적 사례로서는 일본의 중의원 선거를 들 수 있다.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는 전체 480석의 의석 중 300석에 대해서는 소선거구제 다수대표제를 통해, 그리고 180석에 대해서는 11개 권역에 걸친 비례대표제를 통해 선출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에도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가장 커다란 문제가 되는 것은, 각 권역에 할당되는 비례대표 의석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것이 지역주의 극복의 효과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각 권역 할당의 비례대표 의석수를 증대시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현행 국회의원 정수를 299명으로 고정시킬 경우, 각 권역 할당의 비례대표 의석수의 증대는 지역구 의석의 감소를 요구하며 이는 기성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만일 우리가 국회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확대할 경우 지역구 의석수 대 비례대표 의석수의 비율은 이를테면 250:150으로 구성할 수 있는데, 이 같은 비율은 현행 지역구 의석의 축소를 요구하지 않음으로써 기존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을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또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따른 국민들의 반발을 피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이 방안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각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수가 증가한다 할지라도 유권자들이 비례대표제의 정당 투표에서도 집중적으로 지역주의 투표를 할 가능성이다. 그럴 경우 이 방안은 지역주의의 극복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는 각 권역별 비례대표 의석의 배분에 있어 각 정당들이 획득한 권역 득표율이 아니라 전국 득표율을 각 권역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일률배분 권역별 비례대표제).

둘째는 특정의 권역에서 그 권역의 지역주의 정당이 획득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수의 상한선을 정하고(예를 들어 그 권역 비례대표 의석의 2/3), 그 나머지 의석은 타 정당들의 득표율에 따라서 배분하는 방식이다(권역별 제한 비례대표제).

셋째는 석패율(惜敗率: 낙선후보의 득표율/당선후보 득표율 x 100) 제도를 두는 방식인데, 이 제도는 특정 지역주의 정당의 후보가 상대 지역의 지역구에 입후보하는 경우 그 후보에게 비례대표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고 그중 가장 높은 석패율로 보인 후보에게 비례대표 의원 당선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국회 본회의
 국회 본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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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선거구제 및 복합선거구제 방안

중대선거구제란 한 선거구에서 2-5명 또는 그 이상의 의원을 선출하는 제도로서, 이 제도 아래에서는 한 선거구에서 여러 의원들이 당선되기 때문에 특정 지역주의 정당의 후보가 상대 지역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를테면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영남지역에서 민주당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과 호남지역에서 한나라당 의원이 당선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중대선거구제 아래에서는 당선자간 득표율 차이가 클 경우 표의 등가성 문제가 제기되는 동시에 같은 정당의 여러 의원들이 한 지역구에서 당선됨으로써 당내 파벌을 강화시킬 우려가 크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한편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하여 인구가 분산되어 있는 농촌지역에서는 소선거구제를, 인구가 밀집되어 있는 도시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도농 복합선거구제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지역주의 정당이 주로 농촌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지역주의의 극복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선거제도 개편, 그 현실과 이상

이상의 선거제도들을 살펴보았을 때 가장 이상적인 선거제도는 독일식 비례대표제라 할 수 있다. 유권자들의 지지에 거의 정확히 비례하여 그 대표들을 선출할 수 있고, 지역주의의 극복에 있어서도 일정 정도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역주의 정당들이 이 제도를 선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것은 독일식의 이 제도에 대한 이해가 쉽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수 정당들에게 유리하고 지역주의 정당들에게는 그 기득권의 약화를 의미하는 이 제도를 지역주의 정당들이 먼저 나서 채택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의 현실적 방안으로서 그 채택 가능성이 그래도 높은 방안은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립시키는 일본식 방안이거나 중대선거구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우선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립시키는 전자의 경우 관건은 다음과 같은 두 문제이다.

그 하나의 문제는 각 권역에 할당할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그 확보는 다음과 같은 두 방식으로 시도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기존의 지역구 의석수를 줄임으로써 비례대표 의석수를 증대시키는 방식이며, 다른 하나는 국회의원 정수 자체를 확대함으로써 지역구 의석수를 축소시키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증대시키는 방식이다.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병립시키는 전자의 또 다른 문제는 각 권역의 비례대표 선거에 있어 지역주의표가 몰리지 않도록 하는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정의 권역에 의석 상한선을 두거나 석패율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소선거구제 대신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는 후자의 경우도, 비록 그것이 표의 비례성이나 등가성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할지라도,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에는 일정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문제는 기존의 지역구 의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동요시킬 이 방안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 하는 점에 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가 중심을 이루는 현행의 선거제도는 그것이 우리의 지역주의를 지탱해주고 강화해주는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개편의 필요성은 그 무엇보다도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 정해구 기자는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생활정치연구소 소장입니다.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활정치연구소, #소선거구제, #독일식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 #지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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