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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 극복에서 선행되어야 할 선거제도 개편

지난 8월 광복절 축사를 통해, 그리고 이후 여러 번에 걸쳐 이명박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선거제도 개편을 강조해오면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물론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일종의 레토릭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제기하고 있고, 이는 부분적으로 타당한 인식이기도 하다.

'중도실용'과 '친서민' 정책을 내세우며 오랜만에 국정운영 지지도의 상승을 만끽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이 개헌과 행정구역 개편 그리고 선거제도 개편 등을 한꺼번에 제기함으로써 정국 주도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의도가 어디에 있든, 현재 우리의 정치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커다란 장애인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특히 그 효과가 불분명한 다른 대안보다 그 효과가 비교적 분명할 것으로 기대되는 선거제도 개편의 문제는 지역주의 극복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렇다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이면서도 실천 가능한 선거제도 개편의 방안은 무엇인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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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의 문제점

지역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제도 개편의 방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우리는 지역주의가 드러내고 있는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잠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그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많은 논의들이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그중 새삼 지적할 문제점들은 다음과 같다.

지역주의의 첫 번째 문제점은 그것이 정당정치의 요체라 할 수 있는 정당간 상호 경쟁을 매우 왜곡시킨다는 점이다.

우선 지역주의 정당들은 사실 상호간에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잉 경쟁을 추구한다.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스스로의 노선과 정책 개발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경쟁과 적대의식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지역주의 정당들이 그 확인을 위해 과도한 경쟁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서울 및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지역인 영남과 호남 그리고 충청지역에 그 기반을 두고 있는 지역주의 정당들은 중앙정부의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과도하게 경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지역주의 정당간의 이 같은 과잉 경쟁에 비해 지역주의 지역 내에서의 정당 경쟁은 매우 약하거나 거의 부재하다. 그것은 특정 지역에서 패권적 지위를 지니고 있는 지역주의 정당들이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독점 또는 과점함으로써 그 지역 내부의 정당 경쟁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영남지역에서는 한나라당이, 호남지역에서는 민주당이 패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 지역 내 정당 경쟁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이들 지역에서 중요한 것은 선거가 아니라 공천이다. 정당 경쟁이 약하거나 부재한 상황에서 공천은 곧 당선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주의 정당간 과잉 경쟁과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특정 지역 내에서의 정당 경쟁의 부재는 우리 정당정치의 정상적인 발전이 아니라 지역주의정치의 왜곡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주의의 두 번째 문제점은 우리의 정당정치가 상호 적대적 의존관계를 통해 존재하고 강화되는 지역주의 정당들의 카르텔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익히 알다시피, 우리의 정당정치는 영남의 지역주의 정당으로서의 한나라당, 호남의 그것으로서의 민주당, 그리고 충청의 그것으로서의 자유선진당 등 지역주의 정당들이 그 중심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이들 지역주의 정당들에 의한 카르텔은 비지역적 정체성에 바탕을 둔 다른 정당들, 즉 창조한국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의 정치권 진입과 그 확대를 가로막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의 정당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 중심의 선거제도는 지역주의정치를 더욱 강화시켜주는 제도적 장치로서 기능하고 있다.

정치의식 발전까지 가로막아...

지역주의가 수반하는 세 번째 문제점은 그것이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점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비해 현저히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은 그 낙후성으로 인해 무엇보다도 먼저 지역발전의 열망을 지니게 된다. 그러나 이 같은 열망에도 불구하고 많은 자원의 투자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지역발전의 실현은 쉽사리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역발전의 열망은 높으나 그 실현은 쉽지 않은 이 같은 현실에서 지역주민들은 심리적으로 자신의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주의 정당에 대한 의존을 증대시키고자 한다. 그래야만 그들은 이를 통해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는 한편 자신들의 소외감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역주의 정당에 대한 이 같은 의존의 증대는 그들이 다른 차원의 정치의식을 발전시키는 데에는 장애가 된다.

투표소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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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의 정치 기피와 투표 불참

지역주의가 수반하는 마지막 문제는 그것이 지역주의와 관계가 없거나 관계가 적은 사람들, 특히 젊은층의 정치적 무관심과 정치 혐오를 초래하며 이에 따른 투표율 저하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사실 지역주의는 주로 지역주의가 지배하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이나 자신의 출신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비교적 나이든 세대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지역주의와 관계가 없는 많은 사람들, 특히 도시의 젊은층들에게 지역주의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지역주의와 별 관계가 없는 그들은 지역주의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이를 혐오하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다. 민주화 이후 지역주의정치의 전개 속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던 사실은 젊은 층의 정치 기피와 이에 따른 투표 불참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생활정치메타블로그(www.lifepolitics.net)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활정치연구소, #정해구, #선거제도, #지역주의, #이명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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