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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늘과 바다'의 포스터
▲ 하늘과 바다 영화 '하늘과 바다'의 포스터
ⓒ 하늘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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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객들 관심을 끌만한 병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를 자주 볼 수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내 사랑 내 곁에>의 소재였던 루게릭 병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28일 개봉한 <하늘과 바다>에서는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이라는 병을 가진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영화는 누군가 한 포털 사이트에 서번트 증후군을 검색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서번트 증후군이란 발달장애 혹은 정신지체와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그 장애와는 달리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정신지체나 자폐성 장애를 앓지만 천재적인 암기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노래방 책 속의 숫자와 노래 제목을 단기간에 모두 암기한다거나 잠시 노출된 숫자들을 모두 암기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증상을 말한다.

서번트 증후군은 장애와 천재성을 넘나들며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증상을 나타내는 병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라마나 영화 소재로 많이 등장하였다. 영화 <하늘과 바다>도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하늘이(장나라)를 줄기로 해서 진행된다.

하늘과 바다, 진구의 순수한 우정

주인공 하늘(장나라)은 22살이지만 지능이 6살에서 멈춰버린 서번트 증후군 환자이다. 하늘은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고 바이올린과 고양이를 벗 삼아 요정세계라고 믿는 자기 집에서 살아간다. 비록 지능은 조금 떨어지지만 그녀는 천재적인 바이올린 실력과 암기력을 갖고 있다. 하늘은 자신이 요정이라고 믿으며 자신만의 공간에서만 살아가던 중 바다(쥬니)와 진구(유아인)를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세상을 향해 한 발자국씩 내딛는다. 상처  투성이인 바다와 아픈 과거를 가진 진구는 처음엔 장애가 있는 하늘을 거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순수함에 동화되어 결국 자신들의 상처를 치유하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위로를 받는다.

왼쪽부터 하늘(장나라), 바다(쥬니), 진구(유아인)
▲ '하늘과 바다'의 한장면 왼쪽부터 하늘(장나라), 바다(쥬니), 진구(유아인)
ⓒ 하늘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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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하늘이'역을 맡은 장나라는 순진무구한 표정과 행동으로 6살 지능을 가진 순수한 아이로 완벽 변신한다. 이와 함께 순수하고 깨끗함을 잘 물들여낸 하늘이라는 캐릭터와 영화 속 세 명의 순수한 우정은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또한 극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하늘이의 집, 요정 나라는 상처를 치유해주고 위로를 받는 장소로 의미가 부여되고 이를 통해 관객들은 훈훈함을 느낀다.

착한 동화 이야기에 그쳐버린 진부함

하늘이의 캐릭터는 그동안 많이 노출되어 누구나 예상 할 수 있는 서번트 증후군 환자의 이미지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하늘이의 순수한 마음을 표현하는 착한 행동과 착한 말은 관객들로 하여금 '정말 순수한 하늘의 모습'이라는 공감을 끌어내기보다는 그저 하늘이의 착함을 어떻게든 강조하려는 보여주기식 대사와 행동이라는 느낌을 준다. 또한 극 중에서 뛰어난 암기력으로 모든 사건의 날짜를 기억하며 기계적으로 그 날짜들을 내뱉는 하늘이의 모습 역시 하늘이의 천재성을 강조하기 위한 설정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그녀의 요정 나라 역시 영화 초반에 치유와 위로의 공간으로 묘사되었던 의미는 점차 퇴색되어 단순히 그녀의 순수함과 지적 장애를 강조하기 위한 공간이었음을 느끼게 된다.

하늘(장나라)의 모습
▲ '하늘과 바다'의 한장면 하늘(장나라)의 모습
ⓒ 하늘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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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하늘이 요정나라에서 천재적인 음악성과 함께 자신만의 세계에 심취하여 상상을 하는 장면을 나타내는데 사용된 CG효과는 앞뒤 장면과 전혀 자연스럽지 못해 낯선 느낌마저 준다. 압도적인 배경음악 속에서 상상에 빠진 하늘이의 얼굴에는 순수함이 가득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몽환적이고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 같다. 하늘의 천재적 음악성이 느껴진다기보다는 그저 '장나라'라는 배우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기 위한 한편의 뮤직비디오 같아 억지스러움까지 느껴진다. 이것은 단지 장나라를 찬양하는 중국을 타깃으로 하기 위한 한 장면인 것일까.

하늘의 친구인 바다와 진구도 그렇다. 영화 속 바다와 진구가 대학생으로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너무 철없는 말과 행동은 사춘기 청소년처럼 극단적이어서 그들의 모습을 20대의 일탈라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늘을 구박하던 그들의 행동이 갑자기 반성하는 태도로 바뀌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도 영 어색하다.

결말도 세상과 소통하게 된 하늘이의 인생을 나타내려는 것인지 아니면 세 명의 변함없을 우정을 말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이 둘을 모두 말하려는 것인지 흐지부지하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하늘이의 인생에 대한 좀 더 진지한 접근과 하늘, 바다, 진구의 우정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필요했다. 더불어 모호하고 성급했던 결말에 아쉬움이 남는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캠퍼스 라이프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하늘과 바다, #장나라, #서번트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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