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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좋아하시죠?"

이 말은 여자대학교를 다니는 내가 간혹 소개팅이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밥을 먹어야 할 때 많이 듣는 소리다.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여대생'에 대한 환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여중, 여고, 여대의 전형적인 여자학교 출신의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절대 여대생 모두가 그렇지 않다.

이슬(?)만 먹고 살 것 같은 그녀들도 '밥'을 먹는단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여자대학교를 4년 동안 다닌 사람으로서 여대생의 학생식당을 소개하고 팠다. 금남의 구역인 여대, 그 중에서도 내가 몸 담은 숙명여대의 학생식당을 속속들이 파헤쳐 보았다.  

가격은 세지만, 분위기 좋아 찾는 구내식당 '눈다방'

일명 '눈다방'이라고도 불리는 숙대 스노우카페에서 한 학생이 주문을 하고 있다.
 일명 '눈다방'이라고도 불리는 숙대 스노우카페에서 한 학생이 주문을 하고 있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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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점심 뭐 먹을까?"
"눈다방 갈래?"

아니, 별다방 콩다방은 알겠는데 '눈다방'은 뭐지?. '눈다방'은 바로 스노우 카페라고 하는 학생식당 이름이다. 숙명여대의 상징인 눈송이의 이름을 따서 그렇게 부르고 있단다.

일명 '눈다방', 스노우카페는 정문에서 도서관으로 넘어가는 길에 자리잡고 있고, 안락한 소파가 있어서 학생들이 애용하는 편이다. 음식의 가격은 3000원대에서 4000원대, 명신관 학생식당에 비하면 가격이 센 편이지만, 식당보다는 카페 같은 분위기에 인터넷 사용까지 가능해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잦은 편이다.

매일 메뉴가 바뀌는 학생 식당과는 달리 이곳은 메뉴가 일정하게 정해져있다. 치즈 김치 볶음밥, 오뎅 모듬 등 보통 음식점 같은 음식들을 팔고 있다.

"어머, 칼로리가 이만큼이나 돼"

숙명여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메뉴를 고르고 있다.
 숙명여대 학생식당에서 학생들이 메뉴를 고르고 있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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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의 대표적인 학생식당은 명신관이라는 건물 지하에 있다. 여름방학 동안 재정비해서 새로운 모습과 함께 '미소찬'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학생 식당 입구의 식권 뽑는 기계 옆에는 오늘의 메뉴들이 진열돼 있다. 식단표에는 칼로리가 명시되어 있는데 "어머, 칼로리가 이만큼이나 돼"라며 관심을 보이는 학생도 보였다.

주요 메뉴는 한식, 일품, 특식으로 나뉘어져 있다. 가격은 1900원, 2400원, 2700원으로 3000원이 넘지 않는 금액이다. 학생들이 들고다니는 교통카드 T머니로도 메뉴 구입이 가능하다. 일품이나 특식은 모밀국수나 함박 스테이크, 가츠돈 등 매일 다양한 메뉴를 선보인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점심 시간대는 입구까지 줄이 서 있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몰린다. 평소에 명신관의 학생식당을 애용한다는 김미나(24, 인문학부)씨는 "다른 학생 식당보다 명신관 식당이 가격도 싸서 자주 이용한다. 하루는 아침에 일찍 학생 식당을 갔더니 아주머니께서 '첫  손님'이라며 동그랑땡을 많이 주셨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 "한식 같은 경우에는 맛이 깔끔해서 좋다. 조미료가 많이 사용되지 않아서 자칫하면 싱겁긴 한데 그런 점이 더 좋은 것 같다"라며 특정 메뉴에 대해서 설명해 주기도 했다.

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동은별(20, 언론정보학부)씨는 학생식당이 위생적이라서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녀는 "학생식당이 학생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서 좋다"며 "학교 게시판에 올라온 학생 식당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서 문제점을 시정하는 것이 좋다"라고 했다.

공부하면서 혼자 먹는 점심, 전혀 어색하지 않아요

도서관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밥을 먹고 있다.
 도서관 학생 식당에서 학생들이 밥을 먹고 있다.
ⓒ 김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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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기간에는 평소에 그렇지 않던 학생들도 도서관을 찾곤 한다. 단기간내에 다량의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다보면 일분 일초가 아까울 때가 많다. 챙겨 먹자니 시간은 아깝고, 굶자니 배 고파서 공부가 잘 되지 않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도서관 5층에 학생 식당이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취재 차 도서관 식당을 갔을 때는 마침 시험기간이라 그런지 한 손에는 프린트물을 들고, 한 손으로는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는 학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메뉴는 명신관에 있는 학생 식당과 비슷하다. 커피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을 위해서 커피도 저렴하게 팔고 있다. 아메리카노 가격의 경우에는 2000원이 되지 않는 가격이다.

학생 식당을 이용하는 학생들 중에는 불만 사항을 호소하는 학생도 있었다. 문화관광학과에 재학 중인 허모씨는 "학생 식당이 작아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이 불편하다"며 "공간이 조금 더 여유로워졌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얼마전 TV에서 다른 대학의 학생 식당을 봤다는 이하림(24, 아동복지학과)는 "교직원 식당처럼 뷔페식으로 만들어보면 더 좋을 것 같다. 반찬류를 봤더니 생선 등 괜찮은 것이 많더라"라며 건의사항을 제시하기도 했다.

밥 리필, 여대생도 한답니다

여자대학교의 학생 식당 풍경은 다른 학교 학생 식당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밥을 퍼주시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많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물론, 모자라면 서슴지 않고 리필해 달라고 내밀기도 한다. 밥을 퍼주시는 식당 아주머니에게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는 모습을 보면 그 모습이 참 예뻐보이기도 한다.

조금 다른 게 있다면 혼자 먹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밥 먹으면서 떠드는 수다 덕분에 학생 식당이 시장판처럼 시끄럽다는 것 정도? 개인적으로 여대생의 한 명으로서, 유일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은 맛있는 밥을 먹으면서 수다를 떠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먹는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요소들까지 고려하게 되는데, 그렇다고 모두가 고상한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써는 것을 최고로 여기지는 않는다.

제일 최고의 식사 시간은 학창 시절을 함께 보내는 좋은 친구와 함께 밥을 먹는 것이 아닐까. 이런 이유 때문에 모두들 점심시간이면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학생식당으로 가나 보다.


태그:#학생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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