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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고향마을 / 봉화산 부엉이바위야 / 너는 알고 있느냐 // 푸른 오월 신새벽 어찌하여 역사 속으로 / 홀연히 온몸 던져야만 했던가 / 그것은 분명 영원히 다시 올 수 없는 / 아득한 과거이고 태양이 찬란한 미래일 수 없어라

 

이천팔구년 하루하루 또 하루 / 백천길 낭떠러지 마냥 / 악몽처럼 산산히 부서져내렸는가 / 노무현 대통령 아닌 한국 민주주의여 // 6·15 자주통일 10·4 평화번영의 공든탑 / 드팀없이 쌓아온 남북해외 온 겨레 / 고통의 바다에서 통곡했어라 // 노무현 대통령 고향마을 / 봉화산 부엉이바위야 / 너는 알고 있느냐" - 박해전 '몽화산 부엉이바위야 너는 알고 있느냐' 몇 토막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5월 23일)한 지도 벌써 5개월이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마음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마구 밀어붙이고 있는 4대강 살리기, 세종시 축소 등 2MB악법을 반대하는 집회장소에 가보면 지금도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열기가 뜨겁다.   

 

이러한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고등학교 때 읽었던 <삼국지>에 나오는 한 구절 '죽은 공명이 산 사마의 중달을 쫓다'라는 글귀가 떠오른다. 2MB 정권이 지난 민주정부 10년에 이루어놓은 여러 가지 업적이나 사업을 축소하거나 덮어버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노무현이 산 2MB를 쫓'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뿐이 아니다. 서점가에 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된 책들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학고재) <그에게서는 사람 사는 향기가 난다>(열음사) <내 마음 속 대통령>(한걸음 더) <노무현의 리더십 이야기>(행복한책읽기) <여보, 나 좀 도와 줘>(새터)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오마이뉴스) <성공과 좌절>(학고재) <노무현 대통령>(사람일보) 등이 그것들이다.

 

그중 가장 눈에 띠는 책은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기자가 사흘 동안 노무현 대통령과 나눈 심층대화를 꼼꼼하게 정리한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못다 쓴 회고록을 담은 <성공과 좌절>, 참여정부 때 청와대를 출입한 기자 박해전이 쓴 시평 <노무현 대통령>이다. 이 세 권 중 이번 글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살펴보자.  

 

노무현은 불세출의 대정치인

 

"노 대통령은 임기 말인 2007년 12월 <문화방송> 인터뷰에서 '임기 중 후회되는 일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별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대답에 이어, 자신이 겪은 정치적 좌절과 관련해 '결국 선거제도도 고치지 못했고, 또 헌법도 고치지 못했고, 대연정도 하질 못했고, 그리고 열린우리당마저 마침내 깨져버렸으니까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정치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것'이라며 '그 점에 대해서 숨기지 않고 좌절이라고 얘기한다, 좌절했다'고 밝혔다." - 머리말 '노무현은 불세출의 대정치인' 몇 토막

 

노무현 대통령이 재임 동안 이루어놓은 모든 업적과 사업을 축소, 덮어버리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2MB의 '노무현 죽이기'에 맞서 '노무현 살리기'를 위한 <노무현 대통령>이란 책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책은 참여정부 때 청와대 출입기자를 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시대정신을 밝혀온 박해전 기자가 쓴 시평. 

 

박해전은 참여정부 청와대 출입기자 때 '탄핵'을 비롯한 '노무현 죽이기'에 맞서 노무현 대통령의 소중한 가치와 시대정신을 대변한 언론인이다. 박해전은 이 책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내뱉은 목소리를 통해 노 대통령이 왜 우리 정치의 산 교과서이며, 우리 정치 색깔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인가를 꼼꼼하게 적어놓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한 칼럼 '21세기 첫 대선 어디로 가나'(오마이뉴스 2002.10.29.), '한국정치 새판짜기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희망의 나라', '봉화산 부엉이바위야 너는 알고 있느냐', '6.15 10.4시대 언론의 역할과 과제' 등 70여 편의 시평과 보도 글이 그것.

 

박해전은 "노 대통령 퇴임 한 달을 앞둔 2008년 1월 25일 그를 향한 정치권과 언론의 일방적 매도와 공격을 두고만 볼 수 없어 '노무현 대통령은 성공한 불세출의 대정치인' 제하의 시론을 발표해 그 부당성을 비판했다"라며 "노 대통령의 정치철학과 신념, 업적을 비롯해 6.15 10.4 시대정신을 공정하게 이해하는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5년 내내 특권과 유착과 기득권과 싸웠다

 

"5년 내내 특권과 유착, 기득권과의 싸움이었다. 특권과 유착은 싸울 만한데, 기득권과의 싸움에서는 가짓수가 너무 많아 가지고 안 걸리는 데가 없었다. 기득권에는 온갖 기득권이 다 있어서, 진보의 기득권도 있고, 서민의 기득권도 있고, 노동조합의 기득권도 있다. 어떤 경우에는 전쟁처럼, 어떤 경우에는 싸움처럼, 또 어떤 경우에는 씨름처럼 특권과 반칙과 유착과 기득권과의 갈등 속에서 살아왔다." - 277쪽, '민주주의 아직도 갈 길 먼 데 왜 포기하는가' 몇 토막

 

이 글은 박해전 기자가 2008년 1월 4일 인터넷언론 <참말로>에 실은 기사 몇 구절이다. 박해전은 이 기사를 통해 참여정부 5년 동안 노무현 대통령이 고민했던 속내를 엿본다. 노 대통령이 퇴임을 코앞에 둔 2008년 1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밝힌 언론과의 갈등, 경제위기, 복지제도, 안보, 이명박 신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에 노 대통령의 지난 5년 통치철학이 담겨 있다는 것.

 

노 대통령은 언론에 대해 "이것은 전쟁이었다. 전쟁과 씨름의 차이는, 씨름에는 룰이 있고 전쟁에는 룰이 없다. 그래서 룰 없이 규칙 없이 언론과 사생결단의 싸움을 해 왔던 것 같다"라며 "정말 힘들었다"고 말한다. 경제위기에 대해서는 "5년 동안 아슬아슬한 금융발 위기가 네 번 정도인 것 같다"라며 "다음 정부에 위기상황, 인사불성의 경제를 넘기지 않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복지제도에 대해 "복지는 성장과 선순환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 보면 경쟁력의 밑천이다"라며 "지난 10년 동안이 잃어버린 10년이 아니라 경제도 건전한 체질을 바로 찾았고, 경제다운 경제시스템을 다 정비했고 지금 경제 정상적으로 가고 있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복지의 기틀을 수준은 낮지만 토대는 다 정비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평화와 대화를 추구한 안보에 대해서는 "보수는 대외적으로 강경책을 쓰지만, 진보는 그러지 말고 같이 한번 살아보자, 좀 위험한 데가 있어도 공존하자는 그런 정책을 대개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며 "진보 쪽의 외교노선, 안보노선을 선택해서 5년 내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시대'에 대해서도 "참 기뻐하는 사람은 많고 또 그만큼 많지는 않지만 섭섭하고 불안한 사람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시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정치 승복에 대해서도 "민주주의의 과제는 승복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다. 마음 속에 그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권위주의와 온갖 특권을 타파한 노무현 대통령의 성과를 계승해 국민주권시대를 완성해야 한다. 보다 높은 품질의 정치를 요구하고 있는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후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통일부'는 폐지가 아니라 확대 강화해야 하며, 국민의 인권 보장을 위한 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 287~8쪽, '제정당사회단체의 사명과 진로' 몇 토막

 

박해전은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들의 분신이었다"라고 말한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모든 권력을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돌려주고 국민의 뜻에 따라 봉사했다"라며 "권위주의와 제왕적 대통령상을 깨고 '국민이 대통령'인 새로운 국민주권시대를 열었다"고 거듭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업적을 이어가야 할 것을 강조했다.

 

정일용 전 기자협회 회장은 추천사에서 "박해전 선생은 흰 눈처럼 순결하고 티없이 맑은 푸른 하늘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노무현을 사랑했고 지금도 가슴 속에서 차마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다"라며 "이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생생한 육성과 정치철학,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저자의 인생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고 평했다.

 

정 회장은 이어 "박 선생과 함께 있을 때면 조국과 민족이라는 두 단어가 반드시 등장한다. 이 말이 없는 박 선생과의 얘기 자리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라며 "1980년 전두환 쿠데타 일당에게 모진 고초(아람화 사건)를 당한 것도 순결하고 고귀한 민족애, 조국애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언론인 박해전은 1954년 충남 금산에서 태어나 <한겨레> 창간기자 및 여론매체부 차장을 맡았다. 2002년 대선 때에는 노무현 대통령후보 시민사회특보를 맡았으며, 그 뒤 인터넷신문 <참말로> 회장, 6.15 10.4선언실천평화통일국민대회 상임공동대표, 2008 남북경제협력촉진대회 기획단장, 노무현 전 대통령 49재 추모예술제 행사위원회 공동위원장 등을 맡았다.

 

그는 5공반국가단체 고문조작 '아람회사건'으로 옥고를 치렀으며, 2009년 5월 21일 서울고법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5.18 민주유공자, 제1회 민족언론상, 민족평화상을 받았다. 지금은 인터넷신문 <사람일보> 회장, (사)남북민간교류협의회 공동대표, 남북경제협력포럼 공동대표, 아이건강국민연대 공동대표, 6.15남측위언론본부 대외협력단장을 맡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에도 보냅니다


노무현 대통령 - 참여정부 청와대 출입기자 박해전 시평

박해전 지음, 사람일보(2009)


태그:#박해전, #노무현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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