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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 밥 사준다는 선배들이 제일 좋았다. 학교 선배들이 사주는 밥은 학교 식당에서 파는 밥이랑 차원이 달랐다. 돈가스, 중국집, 8가지 반찬이 있는 정식집, 닭볶음밥 등 집에서도 자주 먹지 못하는 음식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딱히 선배들과의 약속이 없으면 발길 닿는 곳은 학교 식당이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1학년 시절에는 학생식당 만큼 적당한 곳이 없기 때문이다.

함박스테이크+볶음밥(우), 참치김치덮밥(좌)
 함박스테이크+볶음밥(우), 참치김치덮밥(좌)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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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4년째 다니고 있지만 언제나 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주는 곳은 학생식당 밖에 없다. 돈이 없을 때는 친구들과 한두 푼 모아 음식 하나를 시켜서 3-4번 리필해서 먹기도 하고, 내가 라면을 시키면 친구는 꼭 정식을 시키게 하여 밥을 리필 받아 라면 국물에 말아 먹기도 했다.

좋은 기억만 있었던 건 아니다. 음식을 남겨 식당 아주머니에게 핀잔을 들은 적도 있고, 국물 속에 빠진 정체 불명의 벌레를 목격하기도 했다. 또 냉면에서 퐁퐁(세제) 맛이 난다는 친구도 있는 등 학교 구내식당은 내게 많은 추억이 있는 곳이다. 한 데 모아서 책으로 엮어도 될 만큼.

동아대 '학식', 요즘 이렇게 먹고 삽니다

식권 판매기.
 식권 판매기.
ⓒ 배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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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요즘 학생 식당 식권을 어떻게 파는지 아는가. 가격은, 메뉴는? '나 대학 다닐 때'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혹 궁금하다면 이제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풀어볼까 한다. 내가 다니는 부산 동아대 승학캠퍼스를 중심으로, 일명 '학식'이라고 불리는 학생식당을 조사해보았다.

동아대는 3개의 캠퍼스로 이루어져 있다. 하단동에 위치한 승학 캠퍼스, 구덕동에 위치한 구덕캠퍼스, 부민동에 위치한 부민캠퍼스. 그 중 내가 다니고 있는 승학캠퍼스에 있는 학교 식당에 대해서만 언급하려 한다. 

승학캠퍼스에는 인문대, 공대, 체대, 생활대, 생명대, 자연대 등이 있다. 동아대 전체 캠퍼스 중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다니는 캠퍼스이다(약 1만2천 학생이 다니는 걸로 파악됨). 모든 학생식당에는 기본으로 정식(2000원)이 있다. 메뉴는 다르지만 모든 식당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그 외에 볶음밥, 찌개, 전골, 면, 패스트 푸드 등이 있다.

 
정식(된장, 고르게, 두루치기, 부추 등)
 정식(된장, 고르게, 두루치기, 부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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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학생회관 건물에 위치한 식당은 인문대생과 공대 2호관 학생들이 주로 찾는 곳이다. 이곳의 특징은 밖에서 사먹기 귀찮은 인문대 학생들이 많이 온다는 것이다. 캠퍼스 위치가 상당히 가파른 지형에 있어, 학교에 한 번 올라가면 밑으로 내려가기 귀찮아지기 때문.

인문대 S씨는 "점심을 먹을 때 매번 선택을 해야 합니다. '땅'(학교 밖을 동아대 학생들은 이렇게 표현한다)에 내려가서 맛있는 거 먹고 친구들과 수다떨며 놀다 올지, 대충 학생회관 식당에서 식사를 때워야 할지 난감해요. 매번 고민하다가도 수업이 빽빽이 있는 날은 땅에 내려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냥 학생식당에서 먹어요"라고 말한다.

한편 국문과 S씨는 "올해로 학교를 4년 째 다니고 있는데, 작년에 1500원이던 것이 올해 갑자기 2000원으로 올랐다. 그렇다고 맛이 더 좋아진 것도 아니고. 좀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매일 바뀌는 탕, 스파게티가 단돈 1700원
 
공대 식당 정문
 공대 식당 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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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관 식당은 승학캠퍼스 식당 중에 제일 크다. 약 200~300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다. 메뉴는 정식(밥, 국, 밑반찬)과 일품이라고 해서 날마다 바뀌는 메뉴가 있다. 정식 메뉴는 2000원. 19일 기준으로 들깨시락국, 돈육장조림, 오징어버그, 콩나물 무침 등이 나왔다.

일품 메뉴는 나오는 음식마다 다르다. 돈육칠리덮밥이 2300원, 불고기 생채비빔밥은 2000원이다. 닭갈비볶음밥, 참치덮밥, 순대돼지국밥, 쇠고기볶음밥, 닭버섯카레덮밥, 순살돈까스, 참치오므라이스, 돈육두루치기 등의 음식도 나온다.

그리고 일품 메뉴 뿐만 아니라 학생회관에서는 면 종류 하나와 라면, 치킨, 햄버거, 토스트 등도 판매 한다. 면 종류는 칼국수가 1500원 하며 쫄면 등도 나오며 가격은 비슷하다. 라면은 1300원 하고, 치킨은 그 양에 따라서 2500원에서 5000원 사이 이다. 햄버거와 토스트는 콜라와 함께 나오며 1500원 가량 한다.
  
인문대 학생 L씨는 "저는 인문대생이라도 공대에 자주 밥을 먹으러 갑니다. 왜냐하면 공대에 가면 매일 탕 종류의 찌개, 전골 등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시원한 국물 한 번 들이키면 하루 속이 편하거든요"라고 말한다.

L씨의 말대로 공대는 매일 탕 종류가 바뀌어서 나온다. 꽃게 된장찌개, 닭백숙, 참치김치찌개, 감자탕, 쇠고기버섯전골 등 많은 종류의 탕 종류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가격은 19일에 나왔던 꽃개 찌개가 2000원이었고, 나머지 탕은 질에 따라서 2000원~2300원 사이이다.

또 공대식당은 유일하게 학생식당에서 스파게티를 판매하는 곳이다. 스파게티 가격은 1700원이다. 그 밖에도 쇠고기불고기비빕밥, 참치생채비빕밥, 돈육덮밥, 닭칠리덮밥, 순살치킨 등이 2300원에 팔리고 있다.

교수식당 메뉴 좋지만, 그 돈으로는 학교 밖에서

학생들의 상황이 이런 반면, 교수들은 어떨까. 올해 초 조교 선생님과 함께 교수회관 식당에 간 적이 있다. 그 당시 학교 식당 밥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 나는 교수회관 식당 메뉴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 식당에서 2천원짜리 정식을 먹으면 국 하나와 3가지 반찬 밖에 없다. 하지만 교수회관은 국 하나에 5개의 반찬 그리고 디저트(과일, 음료수 등)가 있었다. 또 다른 점이 있다면 식사하는 사람이 먹고 싶은 만큼 먹는 자율배식(뷔페식)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삼겹살이 나왔는데 자율배식이라 정말 마음껏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물론 학생식당과 가격 차이는 난다. 학생식당 정식이 2천원인데 비해 정식이 4천원이나 하니까. 또 교수회관 식당은 학생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교직원들이 주로 이용한다.

메뉴를 나열해 보면 쇠고기버섯전골, 삼치구이, 모듬야채튀김, 산나물무침, 검은콩조림, 포도주스, 콩나물밥이 한 끼 메뉴이다(대구국, 미트볼케찹볶음, 어묵감자조림, 꽈리잔멸치볶음, 사과, 누룽지, 생선가스 등 한 세트 메뉴가 매일 바뀐다). 

J씨는 "교수회관에 학생들도 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교수회관은 학교에서 식당을 이용한다는 메리트가 없어요. 학교 식당의 장점은 가격이 싼 것인데, 교수회관 식당은 땅(학교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비싼 것 같아요. 차라리 땅에 내려가서 먹고 싶은 음식을 먹는 게 낫죠"라고 말하기도.

우리 학교 구내식당, 함께 보니 어떤가요. '나 학교 다닐 때'와 많은 차이가 있나요?


태그:#학교 식당, #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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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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