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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색색의 예쁜 단풍과 낙엽들로 곱게 화장한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 어서 만산홍엽(滿山紅葉)의 산하가 보고파서 가슴이 두근거리기도 하구요. 하지만 가을에 아름다운 것이 어디 단풍뿐이겠습니까. 화사한 색깔의 가을잎들이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이게 한다면, 또다른 가을의 전령사 억새들은 마주선 이의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운치있는 가을꽃입니다.

가을 억새꽃하면 명성산, 민둥산, 화왕산등 지역마다 억새들로 유명한 산들이 많습니다. 해당 지역의 지자체에서는 억새꽃 축제까지 열기도 하지요. 그 이름처럼 생명력강한 억새꽃은 섬에서도 피어 납니다. 올 가을 찾아간 제주에도 억새들은 섬 이곳 저곳에 만발해서 육지처럼 따로 축제까지 할 필요가 없더군요. 조천읍에 있는 유명한 관광지인 산굼부리에서 억새축제를 하지만 제주도에는 굳이 축제에 가지 않아도 억새꽃들이 사람들의 곁에 서있습니다.

억새꽃이 육지에서는 높거나 낮은 산들에 주로 피어 난다면, 제주도에 사는 억새꽃들은 산이나 오름은 물론 들판이나 언덕, 해안가, 동네 어디에나 심지어 무덤가에도 가릴것 없이 피어나 가을 정취를 온몸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가을 제주는 가히 억새꽃의 천국이라고나 할까요.

뒤로 오름을 배경으로 햇살에 비친 억새꽃들이 제주도의 은빛 갈치처럼 아름답게 빛나네요.
 뒤로 오름을 배경으로 햇살에 비친 억새꽃들이 제주도의 은빛 갈치처럼 아름답게 빛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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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피어난 억새꽃들이 가을 바람에 손을 흔드니 길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네요.
 길가에 피어난 억새꽃들이 가을 바람에 손을 흔드니 길이 보였다 안보였다 하네요.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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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사진만 찍고 먹을것을 안주어서 말이 토라진 모양입니다. 억새는 말의 좋은 먹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앞에서 사진만 찍고 먹을것을 안주어서 말이 토라진 모양입니다. 억새는 말의 좋은 먹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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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가에 피어난 억새들은 산이나 오름에 피어난 억새들과는 다른 애잔하고 쓸쓸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무덤가에 피어난 억새들은 산이나 오름에 피어난 억새들과는 다른 애잔하고 쓸쓸한 느낌을 전해 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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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억새는 그래서 피어나는 장소마다 다른 느낌과 감흥을 전해 줍니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길 양 옆에 피어난 억새꽃들은 힘차게 손을 흔들며 응원을 하는 것 같고, 동네 주민이 묻힌 무덤가에 자라난 억새꽃들은 떠난 사람을 슬퍼하고 그리워하는 몸짓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오름에 피어난 억새들은 가을의 아름다운 오름을 찬양하는 자연의 손짓같고, 해안가에 피어난 억새들은 바다의 움직임과 어울려 은빛 파도처럼 출렁입니다.

뭐니뭐니 해도 억새는 해질녘 여러 종류의 풀벌레 소리가 오케스트라단의 연주소리처럼 들리는 평원에서 서서히 져가는 붉은 노을과 어울릴때가 가장 멋스럽습니다. 가을저녁의 노을도 깊고 운치있는데 가을 전령사 억새꽃들까지 합세를 하니 그 풍경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억새는 별명도 많습니다. 옛날 노래에 나오던 으악새 (아아, 으악새 슬피 우는 가을인가요 ♪)도 새가 아니라 억새의 별칭이라고 합니다. 제주도 곳곳의 무덤가에 피어난 억새가 바로 으악새네요. 예전에 제주도에서는 억새를 어욱새로 불렀다고 합니다. 아마도 사람마다 억새꽃을 보며 어떤 사람은 가을의 쓸쓸함과 애잔함을 느끼고 어떤 이는 계절의 풍성함과 운치를 느껴서 그런 별칭들이 생겨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굳이 산을 오르지 않아도 사람 많은 억새축제에 가지 않아도 가을이면 늘 동네에, 300여개가 넘는 오름들과 푸른 바닷가에, 넓은 들판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피어나는 제주 어욱새 여행을 떠나보지 않으시렵니까!  

억새꽃들을 배경으로 홀로 고독을 즐기고 있는 백로 한마리가 왠지 엣지있어 보입니다.
 억새꽃들을 배경으로 홀로 고독을 즐기고 있는 백로 한마리가 왠지 엣지있어 보입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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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의 동네에 피어난 억새꽃들이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운치있게 해줍니다.
 해안가의 동네에 피어난 억새꽃들이 깊어가는 가을을 더욱 운치있게 해줍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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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삐도 없이 유유히 지나가는 말과 억새 언덕이 많은 이야기가 담긴 소설속의 한장면 같습니다.
 고삐도 없이 유유히 지나가는 말과 억새 언덕이 많은 이야기가 담긴 소설속의 한장면 같습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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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해질녘의 노을과 억새꽃은 참 잘 어울립니다.
 가을날 해질녘의 노을과 억새꽃은 참 잘 어울립니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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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제주도, #어욱새, #억새 , #가을 , #자전거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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