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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가면서 들녘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 낟알이 실하게 여물어 여느 해보다 풍년이다. 당초 우려했던 가뭄도 벼가 익는 시기에 맞춰 해소됐고, 아직까지 태풍도 오지 않아서다.

 

하지만 수확을 앞둔 들녘에 풍년가가 울려퍼지기는커녕 긴장감마저 감돈다. 쌀값이 형편 없어서다. 올해 쌀값은 벼 40㎏ 1가마에 4만4000~4만5000원. 이는 지난해보다 1만 원 가량 떨어진 것이다. 쌀값은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불안감을 느낀 농민들은 서둘러 쌀을 내다 팔고 있다. 농민단체에서 쌀값 하락을 부채질한다며 시장에 내놓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먹히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단체들은 정부에서 공공비축미 매입 물량을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정부 수매물량을 늘리면 쌀값이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란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시장가격의 혼란도 진정될 것이라는 것이다. 쌀 재고물량의 해소를 위해 북한에도 쌀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농업지역인 전라남도도 농민단체와 목소리를 같이 하고 있다. 공공비축미 매입 확대와 쌀 대북지원에 나서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나아가 재고 쌀에 대한 자체 수매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난 16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300∼400억 원 정도의 규모로 자체 수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강기갑(경남 사천) 의원의 쌀 대책을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전라남도의회 역시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남도의원들은 의회 차원에서 건의문과 성명서를 발표한데 이어 천막농성까지 벌이고 있다. 전남도의원 51명 전원은 지난 14일 제244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직후 도의회 앞 광장에 모여 "쌀값 폭락으로 벼를 수확하지 않고 갈아엎는 초유의 사태에 대한 책임은 현 정부에 있다"며 쌀값 안정에 대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도의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쌀값 하락은 우리 농촌을 붕괴시키고, 영농 의욕을 상실한 농업인은 농사를 포기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공공비축미 매입 확대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생산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쌀값으로 농업인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수확을 앞둔 벼를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면서 "쌀값을 시장에 맡기지 말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쌀 생산비 보장을 위한 쌀 소득보전 목표가격을 현실에 맞게 인상하고, 인도적 차원의 대북 쌀지원 재개 및 법제화할 것도 요구했다.

 

15일부터선 전남도청 앞에 천막을 치고 천막농성에 들어갔다. 의원들은 각 상임위원회별로 돌아가며 천막농성을 이어가기로 했다.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 농식품부 등에 대한 상경투쟁도 병행키로 했다. 16일엔 국정감사를 위해 전남도청을 찾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탄 버스를 가로막고 쌀문제 해결에 국회가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농민과 농민단체는 물론 행정기관과 의회까지 나서 한목소리로 쌀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풍년에 대한 기쁨은 아랑곳없이 농심은 피멍 들어가고 있어 농민들의 반발과 시위는 갈수록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피멍 든 농심을 어루만져 줄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태그:#쌀문제, #전남도의회,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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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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