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역시 <PD수첩>이었다. MBC <PD수첩>은 13일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발생한 9억 원대 해군 납품비리 문제를 보도했다. 이날 <PD수첩>은 <한 해군 장교의 양심선언 "나는 고발다">라는 제목으로 방송되었는데 현역 해군 장교인 김영수 소령(현 해군대학 교관)의 양심선언으로 시작됐다.

 

김 소령은 이날 "2003~2005년 계룡대 근무지원단에서 일어난 만성적인 비공개 수의계약 입찰로 9억4000만 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됐다"며 "이 과정에서 국가계약법상의 공개경쟁 입찰규정을 피하기 위해 소액으로 여러 차례 나눠서 계약하는 분할 수의 계약이 횡행하고 위조견적서를 사용하는 등 불법, 탈법들이 자행됐다"고 증언했다.

 

김 소령은 이러한 탈법 관행의 문제점을 고치고, 공개 경쟁 계약을 통해 양질의 비품을 저렴하게 구입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칭찬과 좋은 평가가 아니라 오히려 등급 외 근무 평정인 'E' 등급이었다.

 

'E'등급 이유는 '업무적응 미숙'이었다고 김 소령은 증언했다. 나랏돈을 법대로 사용하기 노력한 군인이 업무적응 미숙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일을 당한 것이다. 김 소령에게 업무적응 미숙이라는 사유로 'E'등급을 내린 상관이 생각하는 업무적응 미숙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묻고 싶다.

 

김 소령은 탈법의 관행을 해군 수사기관에 이 문제를 알렸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감싸기 수사와 면죄부 수사였다고 <PD수첩>은 밝혔다. 면죄부 수사를 받아 들일 수 없었던 김 소령은 국민권익위원회(당시 국가청렴위)에 제보했고, 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조사를 벌여 9억4000만 원의 국고손실 사실을 확인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역시 같은 액수의 공공예산을 낭비한 사실을 확인하고 불법행위 관련자 16명을 징계하라고 해군에 통보했다고 <PD수첩>이 밝혔다.

 

하지만 해군은 당시의 수의 계약된 물건들과 동일한 물건들을 구할 수 없으므로 비교 견적이 불가능해 국고 손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관련자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즉, 9억 4천만 원의 국고 손실이 있었다는 국방부 조사본부의 결론을 정면으로 뒤집어 버린 것이라고 <PD 수첩>은 지적했다.

 

김 소령이 폭로한 이 사안은 지금 국방부 검찰단이 지난해 12월부터 3차 수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3차 수사 과정에서도 참고인들이 철저한 말맞추기 후 동반 출석하는 등 조직적,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국방부 검찰단이 <PD수첩>에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고 이날 <PD 수첩>은 전했다.

 

한편 이날 <PD 수첩> 제작진이 김 소령에게 "군 핵심에서 일해 온 엘리트 장교가 왜 이렇게 고난의 길을 자초하세요?"라고 묻자 김 소령은 "저희 사관생도 훈에 보면 그런 말이 있습니다. '귀관이 정의를 행함에 있어 닥쳐오는 고난을 감내할 수 있는가?'란 물음이 있다"면서 "제가 3년 반 동안 이 사건을 가지고 투쟁하면서 느낀 것은 군 자체적으로 정화시스템이 중지됐다는 것입니다. 물론 역사라는 것은 순차적으로 자연스럽게 개혁이 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어떠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계기에는 항상 희생이 따른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하여 양심선언을 하게 된 이유를 담담히 밝혔다.

 

김 소령은 두려움이 있지만 양심과 정의를 위해 자신이 희생을 감수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떨렸다. 방송이 나가자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김영수 소령의 용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rinrinsnow'는 "김영수 소령님의 용기와 신념에 빚진 국민"이라며 "이제 국민이 김영수 소령님을 지켜드려야 합니다. 소령님, 피디수첩 감사합니다"고 했다.

 

'dongxi77'은 "당신은 이 시대의 진정한 군인이라"며 "현재 직업군인의 신분으로서 권력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당신의 모습은 참으로 용감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PD 수첩 마지막 장면에 소령님이 부대로 출근하시면서 기자가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당당하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다짐에 찬 모습을 보면서 그 동안 안일하게 생활했던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김영수 소령 후배라고 밝힌 'limddong98'은 "선배님... 너무나 너무나 힘든 길을 택하셨네요"라며 "생도때 보아 오던 군수과장 선배님의 모습이 너무 생생합니다. 많이 힘드시겠지만. 힘내시고요. 아직까지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실천으로 보여주신 것 같다"면서

아직까지 학교 교훈에 맞는 멋진 생활을 하고 계시는 모습에 정말 존경과 반성의 눈물이 흐릅니다"고 했다.

 

'code1of1'은 김영수 소령이 군복무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입을 피해를 염려하면서 모금 운동을 벌이자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 김 소령님, 당신 같은 분이 있어 난, 아직도 이 땅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또, 당신과 동시대를 호흡하며 같은 하늘아래 살고 있다는 설레임도 가득한다"고 했다.

 

'ym2207'은 "방송을 보다가 눈물이 물컹 쏟아지더라. 뜨겁게 물컹 물컹. 저 모습이 지금 우리의 리더였으면 하는,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아! 돌아서 가는 그의 뒷 모습을 따라 가는데 그를 혼자 보내는 마음이 어찌나 죄스럽다는 생각이 들든지, 그렇게 프로는 끝이나고 나는 잠 들기 힘들었고. 오랫 만에, 정말 오랫 만에 가을 하늘만큼이나 맑은 건강한 희망을 보았다"고 했다.

 

한편 포털 다음에는 2000개가 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 '널담구러왔다'는 "정말 존경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말투와 눈빛에서 묻어나오는 당당함에서 참 군인의 모습을 보았습니다"고 양심선언을 지지했다.

 

최고 권력자들이 시간만 지나면 양파껍질처럼 까도까도 온갖 의혹이 밝혀지는 2009년 가을에 온 나라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PD수첩>을 통하여 우리들은 진정한 군인과 양심을 경험하였다.

 

그렇다 희망은 법과 질서를 입만으로 지키는 권력자들이 아니라 김영수 소령처럼 자기 희생을 각오하고 양심선언을 한 사람들 때문이다. <PD 수첩>은 역시 달랐다.


태그:#해군, #김영수, #양심선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