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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창원, 진해, 함안의 행정통합 문제, 그리고 마산 + 함안 행정통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꾸준히 작성하다보니 가끔씩 통합에 대하여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전화로 문의를 해오시는 경우가 생기는군요.

 

지난 주말께 함안에 계시는 농민 한 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마산 + 함안 행정구역 통합에 대하여 쓴 제 글을 잘 읽어보았다고 하시더군요. 아울러 그 분은 통합 이후 농업의 변화에 관하여 질문을 하셨습니다.

 

"나는 농사짓는 사람이고 함안에는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마산과 함안이 통합되면 함안 지역의 농업과 농민들의 삶은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갔습니까?"

 

 

저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마산 + 함안 통합에 관하여 이런저런 저의 생각을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포스팅하고 오마이뉴스 기사로 송고 하였지만 농업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본적도 없고 깊이 고민해 봐야한다는 마음조차 먹어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솔직히 저도 마산 + 함안 통합 이후에 농업문제에 대하여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울러 지금 통합 논의의 문제점이 바로 그 지점에 있습니다. 누구도 마산 + 함안 통합 이후에 함안지역의 농민과 농업의 변화를 고민하지 않고 있다는 것 입니다."

 

행정구역 통합 논의, 상공인이 주도... 농업은 뒷전?

 

실제로도 그런 것 같습니다. 마산과 함안에서 통합논의를 주도하는 민간단체는 대부분 상공인들입니다. 마산상공회의소, 창원상공회의소에 관계하시는 분들, 그리도 사실상 마산생활권에서 살고 있는 삼칠지역 분들이 마산 + 함안 통함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함안지역 농업 및 농업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고 있지 않습니다. 마산에서 배포되는 통합추진 유인물을 보면 마산 + 함안이 통합되면 공장이 늘어나고, 도농통합의 시너지 효과로 공장부지난이 해소되며, 산업경쟁력이 극대화 된다는 내용만 가득합니다.

 

항간에 떠 도는 이야기도 마산 + 함안 통합이 되면 함안 지역 땅 값이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는 무성하지만, 농업이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혹은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습니다. 마산 + 함안이 통합될 때 농사를 짓는 분들은 어떤 이익이 있고, 어떤 손해가 생길 수 있는지는 누구도 모른 채 통합논의가 추진되고 있는 것 입니다.

 

결론적으로 마산 + 함안이 통합 될 때, 농업이나 농민들이 어떻게 된다는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없습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마산에 사는 저만 그런 정보가 없는 것이 아니라 함안에 살고 있는 농민들도 정보가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현재의 행정구역은 농경사회의 행정구역? 그럼 농촌은?

 

행정구역 통합 논의에 농업이 뒷전이라는 사실은 10월 12일자 <경남도민일보>에 실린 김두관, 허성관 전 행정치부장관 인터뷰 기사에서도 다시 한 번 확인 되었습니다.

 

"현재의 행정구역은 1896년 갑오경장 이후 개편된 1부 13도 체제로, 100년이 넘은 것입니다. 따라서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의 조건을 반영한 행정구역인데요. 지금은 도로의 여건이나 교통체계도 바뀌었고, 21세기 지식 정보화 시대로 넘어왔으니 거기에 맞는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김두관 장관의 인터뷰를 봐도 행정구역 개편은 농경사회에 적합한 행정구조를 지식정보화 사회에 맞게 개편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아직도 농업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농민들에 삶에 미치는 영향, 대책 등도 강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전임인 김두관 장관은 물론이고, 현재 행정구역통합을 주도하고 있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런 고민은 전혀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치 농업을 도시중심의 상공업과 정보화산업에 맞춰 농업을 뒷전으로 밀어버리려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자동차와 휴대전화 수출 많이 해서 쌀은 품질 좋은 외국산 쌀 사먹으면 된다는 논리가 행정구역 통합논의에도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행정구역 통합논의 자체가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날, 함안에 사는 농민분과 전화 통화를 해보고서야 농협을 비롯한 함안 지역 농업인 단체에서 마산 + 함안 통합 문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논의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마산 + 함안 통합 논의를 보면, 농업 문제는 뒷전인 것이 분명합니다. 그냥 뒷전이 아니라 아무도 관심없는 뒷전 중의 뒷전인 상황입니다.

 

다른 지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입니다. 농업문제는 효율성과 경쟁력의 잣대로만 평가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식량안보의 문제이기도 하고 생명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효율성, 경쟁력만 바라보는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좀 더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놓치지 않아야 할 때 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행정통합, #마산, #함안, #행안부, #지방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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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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