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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진상역, 하루에 10번 기차가 이곳 간이역에서 멈춘다.
 광양 진상역, 하루에 10번 기차가 이곳 간이역에서 멈춘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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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면 우리는 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어진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전남 광양의 진상역이다. 역사의 간판을 보고 들어서니 생뚱맞게도 식당이다. 한참을 두리번대다 열차 타는 곳의 출구를 찾았다. 비좁은 통로 벽에는 열차 시간표와 여객운임표가 붙어 있다.

광양 진상역은 1968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으나 현재는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 되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하동군과 인접해 있어 옛날에는 하동 사람들이 훨씬 많이 이용했다고 한다.

가을에 떠나요! 간이역으로...

그러나 지금은 매표소도 없고 역무원도 없다. 표는 열차에 승차한 뒤 구입할 수 있다고 이곳에서 만난 광양역의 이신기 역장(54)이 귀띔한다. 이용객이 없어 늘 한산하기만 했던 진상역이 때 아닌 어린이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표는 열차에 승차한 뒤 구입할 수 있다고 이곳에서 만난 광양역의 이신기 역장이 귀띔한다.
 표는 열차에 승차한 뒤 구입할 수 있다고 이곳에서 만난 광양역의 이신기 역장이 귀띔한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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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이곳에서는 광양역에서 주관한 '미래고객 초청 진상역 코스모스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코스모스 필 때면 해마다 진행되는 행사는 올해로 두 번째다. 9월초에 시작 이번이 마지막이다. 작년에는 3천명, 올해는 8백여 명이 체험을 다녀갔다.

"나의 조그마한 배려가 남에게는 기쁨이 됩니다."

광양 진상의 조그마한 간이역에서 만난 이 역장의 말이다. 광양역 직원 7명은 야근을 한 후 쉬지도 않고 현장으로 나왔다. 이 역장 역시 휴무일도 마다않고 아이들의 행사도우미를 자처했다.

이 역장은 2008년에 진상면과 함께 코스모스 꽃밭을 조성하고 대합실에 한우판매장을 열어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지역민들의 소득증대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했다.

즐거운 점심시간 광양불고기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즐거운 점심시간 광양불고기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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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역 역사를 개조한 식당 '진상영농 한우촌'에서의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진상역 역사를 개조한 식당 '진상영농 한우촌'에서의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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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는 광양역 직원들의 초청에 의해 이루어졌다. '한국철도공사 전남본부 광양 대표역'에 소속된 백운동아리(47명) 회원들이 모든 비용을 부담한 것이다.

"기차를 탈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얘들한테 인기가 굉장히 좋아요."

최근 이곳에는 또 하나의 명소가 생겼다. 하루 종일 서성거려도 오가는 사람구경하기가 어려워 한때 뜯길 운명에 처해지기도 했던 진상역이 이 역장의 아이디어로 식당과 한우 전문판매점으로 변신한 것이다. 역사를 개조해 '진상영농 한우촌'이 이곳에 입주했다. 광양지역의 암소 중 1등급 고기만으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기차 타는 게 재미있어요!"

광양역에서 주관한 '미래고객 초청 진상역 코스모스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광양역에서 주관한 '미래고객 초청 진상역 코스모스 체험학습'이 진행되고 있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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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하세요.”에는 빨간색이다.
 “정지하세요.”에는 빨간색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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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은 철길을 따라 하늘거리는 색색의 코스모스가 아름답다. 문득 이곳에 서니 가을과 썩 잘 어울리는 풍경이 기찻길과 코스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경운기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뭉게구름 피어오르는 누런 가을들녘을 경운기가 벼 가마니를 가득 실은 채 달려가고 있다.

유진이(11)와 서연(11)이는 기차 체험이 재미있었다며 환하게 웃는다.

"기차 타는 게 재미있어요!"
"창밖의 풍경이 너무 좋았어요. 다음에는 엄마 아빠와 함께 오고 싶어요."

부산에 있는 부전역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다.
 부산에 있는 부전역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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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발을 들어 수신호를 하고 있던 혜인(8)이 역시 신나고 재미있다고 말한다. 깃발신호로 열차가 안전하게 오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교육을 한다. 광양역 열차운영원 심윤경(37)씨다. 교육의 목적은 "아이들이 위험시 자신을 보호하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있다"고 한다.

"기차 오너라! 무슨 색?" "녹색입니다."
"정지하세요"에는 빨간색이다.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없이 좋은 '진상역'

3가지 종자를 파종했다는 진상역의 코스모스는 8월에 개화해 10월말까지 꽃이 핀다. 이듬해 봄에는 이곳 코스모스 진 자리에  노란 유채꽃이 환하게 피어난다.

하루에 10번 기차가 이곳 간이역에서 멈춘다. 상행선 5번, 하행선 역시 5번이다. 부산에 있는 부전역에서 출발해 목포까지 가는 무궁화호 열차다.

가을과 썩 잘 어울리는 풍경이 기찻길과 코스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가을과 썩 잘 어울리는 풍경이 기찻길과 코스모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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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이와 유진이는 코스모스 꽃이 예쁘다며 만개한 코스모스 꽃처럼 활짝 웃었다.
 서연이와 유진이는 코스모스 꽃이 예쁘다며 만개한 코스모스 꽃처럼 활짝 웃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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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저마다 신이 났다. 코스모스 길을 걷기도 하고 수세미를 따 신기한 듯 관찰하기도 한다. 서연이와 유진이는 코스모스 꽃이 예쁘다며 만개한 코스모스 꽃처럼 활짝 웃었다.

순천과 진주에서 광양 진상역까지는 기본요금(2600)이다. 왕복해도 5200원으로 부담이 없다.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곳이 간이역이다. 이 가을에 가족과 함께 간이역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전라도뉴스'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광양 진상역, #역무원, #가을, #광양역,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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