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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침 산책을 하러 나가다가 깜짝 놀랍니다.'아! 이젠 정말.. 가을이구나'하는 읊조림으로 길을 건너고 하늘을 봅니다. 청명한 공기도 낯설지가 않지만 하늘의 빛깔이 날로 신선해 집니다. 차를 몰고 가던 사람들이나 호수 주변을 산책하던 사람들 모두 한 번씩 하늘을 올려다 봅니다.

날씨가 쌀쌀해짐에 따라서 가을 하늘의 색이 선명해진다.풍성해진 구름을 감상하는 것도 가을의 묘미이다.
▲ 가을 하늘 날씨가 쌀쌀해짐에 따라서 가을 하늘의 색이 선명해진다.풍성해진 구름을 감상하는 것도 가을의 묘미이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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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을 아침 저녁으로 가꾸시는 어느 할머니가 사는 집의 창문입니다. 이따금씩 그 집앞을 지날때면 노란 불빛아래에서 티비 소리며 할머니의 말소리가 흘러나오곤 했습니다. 이 집 창문에도 소담스러운 가을이 주렁주렁 달렸네요. 여름내내 싱그러운 빗물을 가득 머금었던 잎들이 이젠 열매 쪽으로 영양 덩어리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러 예술 속에서 창가의 풍경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자줏빛 콩이 영글어가는 이 창문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어나고 있을까?
▲ 콩이 영글어가는 창가 여러 예술 속에서 창가의 풍경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자줏빛 콩이 영글어가는 이 창문에선 어떤 이야기가 피어나고 있을까?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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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걸어가다 만난 어느집 대문 앞에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감을 말려서 먹으려나 봅니다. 아주 작은 감인데 그걸 얇게 잘라서 채반 위에 놓은 모습이 귀엽습니다. 먼 훗날, 이 집 주인이 올해 가을을 기억할 때면, 감을 썰어 말리던 추억을 떠올리겠지요.

가을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채반 위에 얹어놓은 주홍 감이 가을의 도착을 알린다
▲ 곶감 만들기 가을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채반 위에 얹어놓은 주홍 감이 가을의 도착을 알린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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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기적소리가 문득 발길을 멈춥니다. 철로 위로 나 있는 육교를 건너며 먼곳을 바라보고 싶어집니다. 육교 입구로 들어서다 보니 꽃분홍색의 덤불이 무더기로 어우러져 있습니다. 이 꽃들도 멀리 가고 싶은 것일까요? 가을 여행을 떠나고 싶은 설렘을 이 꽃들에서 느껴봅니다.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가을꽃의 특징인 듯하다.철길 위를 지나는 육교 근처에 분홍빛 이름 모를 꽃이 애수를 자극한다
▲ 철로변 꽃들 흐드러지게 피는 것이 가을꽃의 특징인 듯하다.철길 위를 지나는 육교 근처에 분홍빛 이름 모를 꽃이 애수를 자극한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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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기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기차가 역으로 들어오는 광경은 새 희망과 미래에 대한 자극을 불러일으킵니다. 저 기차 안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바깥을 보고 있을까요?혼자서나 가족과 함께, 혹은 연인과 함께 이 가을의 한페이지를 넘기고 있겠지요. 문득, 어린시절의 첫 기차여행이 떠오릅니다. 아빠가 사주셨던 사탕의 향기가 몹시도 그리워집니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는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도 정겹다
▲ 달리는 기차 여행하기 좋은 계절, 가을에는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도 정겹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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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배가 고파서 근처 분식집에 들어갔습니다. 아줌마가 라면을 끓일 동안 가게 안을 둘러봅니다. 난데 없이 늙은 호박 세 덩어리가 웃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화분도 갖다 놓으셨네요. 매일 좁은 공간에서 일하시느라 밖에 나갈 기회도 없으실 텐데 가을을 냉큼 들여놓으셨군요. 때마침 라디오에선 '가을편지'라는 노래도 나옵니다. 아줌마도 눈빛이 환해지면서 노래를 흥얼댑니다.

늙은 호박 몇 덩이가 얹어져 있을 뿐인데 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 김밥집 선반위의 가을 늙은 호박 몇 덩이가 얹어져 있을 뿐인데 가을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 조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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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이 끝나고 나면 조금쯤 평안해져 있을까요? 석이네집 형편도, 현이 어머니 병환도, 선희 언니 힘든 연애까지도요. 한 번만 눈 질끈 감고 다 같이 희망 가져보기로 해요. 결국, 가을은 너무 짧기에 아쉽고 소중했다는 생각만 남을 테니까요.


태그:#가을, #가을 여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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