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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비오는 아침, 운치있는 보성 녹차밭

전화벨이 울린다. 오늘 여행에 함께 하기로한 친구녀석이다. 시계를 보니 새벽 5시 반이다. 사람들 들어차기 전에 도착하려면 지금 출발하잔다. 조금만 더 자자고 통사정을 한 끝에 7시 반에 만나기로 한다. 운송업에 종사하는 녀석답게 놀라운 생활력이다.

7시 반에 친구녀석과 만났다. 비가 내린다. 어서 출발하자는 녀석에게 어차피 비가 오니 사람들 없을 것이라고 설득한 끝에 해장국 집으로 들어갔다. 메뉴는 전주식 콩나물 해장국. 지금이야 어디서든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었지만 역시 전라도에서 먹는 맛은 또 다르다.

한시간을 넘게 달려 보성 대한다원에 도착했다. 수많은 광고와 사진 속에 등장한 그 보성 녹차밭이다. 휴일이긴 하지만 비가 내리는 터라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상쾌한 아침 비를 맞으며 녹차밭으로 들어섰다.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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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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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잎을 따낸 자리에 새로 난 어린잎들이 싱그런 색을 띈다. 빗망울을 머금은 녹색의 차나무 잎들이 크게 곡선을 그리며 이어진다. 선 위에 다른 선 또 다른 선들이 켜켜이 쌓여 온 동산을 뒤덮고 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비를 가리느라 한손에는 우산을 한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연신 셔터를 눌렀다. 카메라 액정에 온통 녹색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차밭을 타고 내려오는 아침녁의 빛줄기도, 녹색의 차밭과 어우러지는 파란하늘과 흰구름도 절경일 터다. 하지만 비내리는 녹차밭도 결코 빠지지 않는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있다. 잠시 날씨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

보성군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군 대한다원 녹차밭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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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보성 대한다원 녹차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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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우연히 찾은 명소, 장흥 편백숲 우드랜드

관광버스에서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리는 것을 보고 녹차밭을 빠져 나온다. 아직 이른시간이다. 하지만 딱히 정해놓은 목적지가 없다. 그냥 차를 타고 목포로 되돌아오는 길을 따라 달리기 시작한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을 위해 전라도로 온 나를 위해 친구는 새로 뚫린 편한길 대신 구불구불 이어지며 전라도를 관통하는 오래된 지방도로들로 차를 몰아준다. 더딘 대신 중앙분리대와 방음벽에 갇힌 도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풍광을 보여주는게 2차선 지방도로다.

그렇게 장흥을 지나다 만난 곳이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다. 올 여름 개장한 이곳은 장흥 억불산 기슭의 편백나무 숲에 위치해 있는 우드랜드는 삼림욕, 편백나무를 이용한 목공예와 생태건축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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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장흥 정남진 편백숲 우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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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자라있는 편백나무, 편백나무 숲 속에 지어진 그림같은 목조주택들이 이어진다. 원목과 자연에서 나는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 놓은 놀이터, 편백숲 사이사이 놓여있는 원목벤치와 나무로 만든 작은 정자들이 운치를 더한다.

대나무로 선을 잡고 그 사이를 톱밥으로 채워 만든 오솔길은 비가 오는데도 전혀 질퍽거리지 않는다. 살짝 푹신하면서도 나무의 느낌이 전해지는 톱밥의 감촉을 느끼며 편백나무 사이를 걷는다. 자연에 있는 것을 그대로 가져다 쓴 이 오솔길은 인간이 만들었으나 그저 자연의 일부인냥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톱밥을 이용해 만든 오솔길
▲ 편백숲 우드랜드 톱밥을 이용해 만든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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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편백나무 둥치에서 자라나고 있는 편백나무 새싹
 잘린 편백나무 둥치에서 자라나고 있는 편백나무 새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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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가 굵어진다. 꼭 한번 시간을 내서 생태건축체험장 내의 숙박시설을 이용해 몇일 쉬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아쉽지만 내려왔다. 발길 가는데로 가다 만난 뜻밖의 행운이다.

11. 빗 속 전라도 드라이브

강진에 들려 열가지 반찬이 나오는 백반으로 점심을 먹는다. 산지의 나물들, 그리고 호박을 넣어 만든 고등어조림이 인상적이었는데, 운수업을 하느라 전라도 곳곳의 기사식당과 백반집들이 일상인 친구녀석은 '돈가스'를 먹을걸 그랬다고 투덜댄다. 친구 때문에 고생해주는 녀석이 먹고 싶은걸 못사줘서 미안한 마음이 열이면, 전라도에서 돈가스를 먹고 싶지 않은 마음은 백만쯤이다. 다른건 몰라도 먹는 것에서는 전라도에서 사는 것 자체가 호사다.

점심을 먹고 해남을 거쳐 목포로 돌아가는 코스를 잡았다. 역시 구불구불한 2차선 지방도로를 따라 움직였다. 추수를 앞둔 벼들, 구름이 걸려있는 산자락들이 운치있었지만 빗줄기가 너무 거세다. 비 때문에 사진 찍기도 힘들지만, 아픈 팔로 운전하는 친구녀석에게도 안좋은 조건이다. 카메라는 가방에 넣어버리고 구불구불 이어진 빗속의 2차선 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기로 한다.

여행 내내 따라다니던 비
 여행 내내 따라다니던 비
ⓒ 문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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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끝도, 한참 시작되는 갈치잡이의 모습도, 방조제와 바다건너 보이는 목포의 전경도 비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대신 좀 오래되 지붕을 때리는 비소리가 충분히 전해지는 차에 20년지기 친구녀석과 함께 앉아 즐기는 드라이브와 대화들을 얻는다. 그래, 이정도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목포에 들어오니 4시쯤이다. 종일 운전으로 피곤할 녀석을 위해 소주한잔을 간단히 하고 헤어진다. 종일 우리를 따라다니던 비가 발걸음을 멈추니 그친다. 좀 억울하기도 하지만 내일의 청산도 행은 맑은 하늘과 함께 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든다.

내일은 계속 기대하던 청산도다.


태그:#보성, #장흥, #녹차밭, #편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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