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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가 강호동을 메인으로 하는 토크쇼, 일명 '강호동쇼'를 기획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지난 8월부터 잇따라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든 생각은, "왜 하필 토크쇼를, 그것도 강호동과 함께?"였다.

 

일단 프로그램의 형식에서 의문이 들었다. 가제에 불과했지만 최근 몇 년 간 소위 '누구누구쇼'라는, 진행자의 이름을 내건 토크쇼들은 지난해 <최수종쇼>(SBS)부터 올해 <박중훈쇼>(KBS)까지 두 번 연속 실패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행자들도 모두 입담이라면 자타가 공인하는 최수종과 박중훈이었고, 출연한 게스트들의 면면도 김태희, 장동건, 김연아 등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두 토크쇼 모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대세로 자리 잡은 요즘, 더 이상 시청자들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 토크쇼에 흥미 있어 하지 않는다. 이것이 두 번의 실패로 방송가가 얻은 교훈이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또 토크쇼인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쇼의 메인MC가 강호동이라니. 물론 강호동은 유재석과 함께 예능의 세계에서 소위 '유강시대'를 열고 벌써 몇 년째 최고의 위치를 고수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MC다. 좌중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능수능란한 진행으로 모든 예능PD들이 탐을 낼 정도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미 강호동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대한민국 대표 토크쇼 <황금어장 - 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 토크쇼에선 볼 수 없었던, 포장하지 않은 날카롭고 과감한 질문들로 시청자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방송 3년차에 접어든 대표 브랜드 <무릎팍도사>를 진행하고 있는 강호동이 또 다른 토크쇼를 한다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베일 벗은 '강호동쇼' <강심장>, 그 첫회는...

 

물론 유재석의 경우 월요일에는 MBC에서 <놀러와>를, 목요일에는 KBS에서 <해피투게더>를 진행한다. 두 프로는 형식면에서 같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매우 흡사하다. 여러 MC들이 마찬가지로 여러 게스트를 맞아 그들과 함께 대화하며 그 속에서 웃음을 찾아내는, 버라이어티쇼다. 그러나 이런 버라이어티쇼가 아닌, MC와 게스트의 맨투맨 토크쇼를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개나 하는 경우는 방송가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것이 가능할 것인가? 또, 가능하다 하더라도 이미 <무릎팍도사>라는 토크쇼가 확고부동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서 똑같은 MC를 내세워 새롭게 시작하는 <강호동쇼>(가제)는 어떤 차별화를 선보일 것인가? 시청자들은 좋아할까? 이런 것들이 의문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6일), 정식으로 제목을 정한 <강심장>이 모습을 공개했다. 방송 전에 떠돌던 소문처럼 일반적인 토크쇼는 결코 아니었다. 강호동과 이승기라는 2MC체제에, 무려 24명이라는 대규모의 게스트들이 자리했다. 토크쇼는 물론이거니와, 버라이어티쇼에서조차 쉽게 볼 수 없었던, 많은 수의 게스트들이 토크왕이 되기 위해 서로의 입담을 뽐내는 자리였다. 과거 <서세원쇼>에서 볼 수 있었던, 토크배틀의 개념이었다.

 

24명의 대규모 게스트들의 면면도 화려했다. 에픽하이의 타블로, 미쓰라진, DJ투컷츠, MC몽, 빅뱅의 지드래곤, 승리, 소녀시대의 윤아, 장윤정, 개그맨 안영미, 유세윤, 김효진, 한민관, 붐, 탤런트 견미리, 김영호, 문정희, 오영실, 팝아티스트 낸시랭 등등, 대부분 방송에서 화려한 입담을 뽐내던 이들이었다. 한 마디로 올스타 총출동이었다. 이미 게스트의 구성만으로 최소한의 재미는 보장된 것과 다름없었다.

 

신선했던 토크 배틀... 하지만 너무 많은 게스트

 

 

게스트들은 주어진 주제에 맞춰 자신들의 재미있었던, 혹은 감동적이었던 일화를 하나씩 꺼낸다. 그리고 각자 테이블 옆에 놓은 블랙보드에 에피소드의 제목을 달아놓는다. MC들은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제목을 골라 게스트에게 발언 기회를 준다. 게스트의 토크가 재미있다고 판단되면 현재의 '강심장'으로 임명하고, 바로 뒤의 게스트가 이야기를 해서 앞의 것과 재미를 비교한다.

 

전자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으면 그대로 강심장을 유지하고, 후자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으면 강심장은 교체된다. 이런 식으로 게스트들의 이야기가 쭉 이어지다가 최후에 남은 한 사람이 바로 그 날의 '강심장'이 되는 것이다.

 

토크배틀이라는 형식 자체는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게스트들이 자신들의 경험담을 늘어놓는 것 자체는 비슷하지만, 거기에 '경쟁'이라는 구도를 깔아 '승자'와 '패자'를 구분하여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도 좋은 판단으로 보였다.

 

또 짧지 않은 시간동안(더구나 첫 회는 스페셜로 무려 90분 편성이었다) 오고가는 이야기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것을 감안, 중간 중간 게스트들의 특별한 공연을 배치한 것도 좋았다. 지드래곤을 패러디한 붐의 멋진 무대는 큰 웃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동시에 문제점도 눈에 띄었다. 무엇보다 '24명이라는 대규모의 게스트가 필요한가?'에 대해 방송을 보는 내내 의문이 들었다. <강심장>의 방송시간은 90분이었다. 첫 회 스페셜 편성임을 감안할 때 2회부터는 일반적인 예능 프로와 같은 70분 편성으로 돌아갈 것이다. 70분짜리 예능 프로에 떠드는 사람은 MC 2명을 포함해 무려 26명이나 된다. 출연진이 지나치게 많았다.

 

이번 방송에서 몇몇 게스트를 제외한 다수의 게스트들은 철저하게 방송에서 소외됐다. 장윤정이나 한민관 같은 몇몇 게스트들은 아예 말 한 마디 제대로 못 했다. 초반 MC들의 게스트 소개도 편집되었는지 찾아볼 수 없었고, 언뜻 카메라가 비치는 잠깐 동안에만 화면에 잡혔을 뿐,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런 게스트가 적지 않았다. 다행히 중간 중간 끼어들어 몇 마디 건진 게스트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했다.

 

폭발력 있는 강호동의 진행력, 볼 수 있을까

 

방송은 대체적으로 빅뱅의 지드래곤과 승리, 소녀시대의 윤아에게 편중됐다. 특히 지드래곤의 경우 노골적으로 밀어주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MC들은 그에게 발언기회를 자주 줬고, 뿐만 아니라 요즘 한창 유행하고 있는 그의 솔로곡을 부를 수 있는 무대도 2~3차례나 만들어줬다. 그들 몇 명과 발언 기회를 얻은 게스트, 그리고 예능에서 활약 중인 붐, MC몽 등을 제외한 나머지 게스트들은 리액션용 들러리 신세에 불과했다.

 

한 사람의 말이 끝나면 동시에 몇 명이 입을 연다. 적절한 편집으로 시청하는데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굉장히 산만했다. 게스트가 많고 카메라가 여러 대이다 보니 순간순간 많은 게스트들이 화면에 잡혔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그것 또한 집중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결국 솔깃할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나온,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수에게 편중할 것이면서, 뭐 하러 그렇게 많은 이들을 섭외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강호동과 이승기, 두 MC들의 역할도 애매해보였다. 게스트가 말하기 바쁜 <강심장>에서 MC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게스트에게 발언기회를 주는 것과 게스트의 이야기에 크게 웃어주는 것뿐이다. 딱히 어떤 진행을 요구하는 성격도 아닌 프로그램이다 보니, 강호동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진행력을 선보일 구석이 없었다. 뭔가 크게 활약할 것처럼 보였던 보조MC 이승기도 방송 초반 이후부터는 존재감이 없어졌다.

 

기존에 월요일 편성이던 <야심만만2>를 폐지하고 시간대를 화요일 밤 11시로 옮긴 것은 좋은 판단이었다. <놀러와>, <미녀들의 수다>와 맞붙은 예능 3파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다소 여유가 있는 화요일로 옮긴 것으로 보인다. 화요일은 <상상더하기>만 상대하면 되니 월요일보다는 부담이 덜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상상더하기>가 꽤 오래 전부터 혹평에 시달려 왔던 만큼, <강심장>의 기선제압은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강심장>의 첫 회 시청률은 무려 17.3%(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방송 첫 회 만에 동시간대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첫 회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전망이 낙관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했던 문제점들을 개선해 나가지 않는다면, 시청률은 언제라도 곤두박질칠 수 있다. 과연 <강심장>은 화요일의 맹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인가. 제작진과 강호동의 역량을 기대해 본다.


태그:#강심장, #강호동,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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