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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밝힌) 복수노조,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하반기의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보는데, 정책 연대를 맺은 우리와의 대화도 없이, 입맛에 맞는 교수들의 자문을 받아 내놨다. (…) 저희들이 볼 땐 합리적인 노동운동이 막 내릴 수 있는 지경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다." - 한국노총 장석춘 위원장

 

"여러가지 현실적 제약과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지난 13년 동안의 관습대로 '제자리 뛰기'를 한다면 우리의 노사문화가 선진화되는데 더 많은 어려움이 될 것이다. 또 국가발전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 임태희 노동부 장관

 

예상대로 노동조합총연맹의 수장과 노동부 장관은 서로에게 불편한 발언을 내놓았다. 5일 오전 한국노총을 찾은 임태희 신임 노동부 장관을 맞는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의 표정은 내내 굳어 있었다.

 

임 장관은 지난 1일 취임사를 통해 지난 13년 간 유예되어 왔던 '복수노조 허용-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건에 대해 "이제 결론낼 때가 됐다"며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지난 97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을 통해 법제화됐지만 워낙 노사 견해차가 커 시행이 그동안 유보돼왔다.

 

장석춘 위원장 "정책연대 맺은 우리와 대화 않고 입맛 맞는 교수들 자문 받아"

 

 

이른 바 '뜨거운 감자'였던 '복수노조-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가 임 장관이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정 갈등도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우선 노동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말까지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임 장관도 지난 1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3년 간 해결을 미뤄 온 복수노조와 노조 전임자 임금 문제는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후진적인 노사관계의 틀을 새롭게 바로잡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 개혁과제"라며 "(이 문제에 대해) 당 정책위 의장 시절 유예의사를 비친 것으로 와전됐지만 이제 결론을 내릴 때가 됐다"고 강행 의지를 비쳤다.

 

하지만 당장 정부·여당과 정책 연대를 맺은 한국노총이 지난달 말 "임금지급 금지를 강행하면 대정부투쟁에 나서겠다"며 총파업 등 강경 태세로 맞서고 있다. 산하 사업장의 약 90%가 300인 미만 중소업체인 한국노총 입장에선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마저 금지되면 단위 노조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해져 노총 활동 기반 자체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장석춘 위원장은 이날 장관과의 '상견례'에서도 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백하게 표했다.

 

장 위원장은 "전임 노동부 장관이 퇴임하면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19세기, 20세기에 머물러 있다고 그랬지만 우리는 노동부의 정책이 그러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국노총의 경우 정책연대를 통해 대화를 제시하고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데 정부는 노동자들을 투쟁의 장으로 내모는 정책을 일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저의를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복수노조 허용-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건과 관련해) 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은 노조 말살 정책"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조직적 사활을 거는 것만이 아니라, 다른 일반 대중들과도 함께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저항해봤자 너희들이 죽을 것이란 시각을 가지고 있다면 장담하건대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기구도 좋다, 어떤 식으로든 투쟁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분위기를 조성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임 장관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임 장관은 "여러 가지 지적해주셨지만 우리나라 노동문화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이나 처한 상황을 볼 때 후진적인 관행들을 탈피해야 한다"며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복수노조 허용-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문제, 이 문제도 앞으로 한 번 나갈 때가 되지 않았냐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전제한 후, "물론 일방적인 추진이 새로운 갈등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며 "말씀하신 대로 대화와 여러 참여 속에서 논의되어야 하는 것은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장관은 이날 한국노총을 시작으로 한국경총·대한상의 등 경영인단체를 방문하고 오는 12일 오전엔 민주노총을 방문할 예정이다.


태그:#한국노총, #임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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