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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의 무학대사가 학이 나는 듯 하여 승학산이라 지었다
 
승학산은 억새군락지로 부산에서 가장 유명한 산이다. 이 승학산은 고려 말 무학대사가 전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산세를 살폈는데, 이곳에 오니 산세가 준엄하고 기세가 높아, 마치 학이 나는 듯 하여 승학산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넓게 펼쳐진 억새가 은빛 서정을 물들이고 있다. 복잡한 도심 속에서 가을의 정취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산, 승학산은 9월과 10월에 올라야 가장 제격이다. 9월의 초입에 찾은 승학산. 은빛 가을 서정을 느끼기 위해 찾아온 등산객이 줄잇고 있었다. 수만평에 이르는 승학 억새 군락지는 부산의 자랑거리이자, 어느 억새밭 못지 않게 장관이다.
 

억새는 민중의 풀, 억울한 백성의 심정 대신 울어주는가
 
억새는 가을을 대표하는 풀. 억새꽃은 9월에 줄기 끝에 부채꼴이나 산방꽃차례로 달리며 작은이삭이 촘촘히 달린다. 억새 뿌리는 약으로 쓰인다. 내가 어릴 적에는 억새의 줄기와 잎은 가축사료나 지붕 잇는 데 쓰는 것 많이 봤다. 억새는 자줏빛 억새도 있고, 노란빛을 띠는 억새도 있다. 하지만 억새는 은빛이 제격이요 장관이리라. 
 
우리 네 유행가 가사의 옛구절에 나오는 '으악새'의 '억새'. 억새는 왠지 민중의 풀이자 억울한 백성의 심정을 담고 있는 풀 같아서 몹시 정겹다. 그리고 억새는 가을의 통신사이다. 이 가을의 초입에 피는 억새풀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풀이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억새군락지에서 열리는 억새 축제들이 많다. 이 많은 억새 축제 속에 승학산 억새가 빠질 수 없을만큼 승학산 억새군락지는 부산의 얼굴처럼 유명한 것이다. 
 

승학산 정상에서 부산의 시가지를 다 조망할 수 있다
 
승학산 억새 군락지는 장산의 억새밭이나, 천황산이나 화왕산의 억새 군락지와 또 다른 느낌이다. 학이 내려와 우는 듯한 억새밭 사이로 걷는 묘미도 묘미지만, 높지도 낮지도 않는 승학산의 산높이에서 내려다 보이는, 손이 닿을 듯 한 푸른 낙동강의 줄기 속을 떠다니는 오리 같은 을숙도와 진우도의 풍경은, 어느 화가가 그린 그림속을 거닐고 있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뿐만 아니다. 정상으로 올라 갈수록 목측의 절영도와 신선대 등과 가슴 가득 밀려오는 해풍을 안고 서 있으면 콧노래가 절로 나오는 것이다.
 
승학산은 이 산의 전설을 증명하듯이, 위에서 아래를 굽어 살펴 보면 학이 날개짓을 하는 형상이다. 학은 옛부터 우리 풍속에서 성물로 여겨 함부로 살생하지 못하는 새이다. 이 승학산에 가득한 억새는 그냥 새가 아닌, 으악새... 나도 억새밭 사이를 걸다보니 한마리 학이 되어 나는 비상의 기분이다.  
 

 
승학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동아대학교에서 올라가는 길도 있고, 하단, 당리지하철 역에서 올라가는 길과 범일동 안창마을에서 수정산을 종주하는 코스 등 어느 코스를 택해도 실망하지 않는다. 나는 하산 할 때 승학산에서, 구덕산, 구봉산, 엄광산을 거쳐 수정산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를 택했다. 이 등산로는 여느 등산로보다 전망이 좋았다. 목측의 부산 시가지와 아득히 손 닿을 듯 떠있는 그림 같은 조각 배들이 이곳이 무릉도원임을 깨닫게 한다. 부산은 산도 물도 바다도 좋은 정말 최적의 관광도시임을 다시 깨닫게 한다. 
 

 
억새 하나 하나 학의 깃털을 날리고 있다
 
하산길에서 예전에 눈에 띄지 않았던 오밀조밀한 풀꽃들을 만났다. 허리풀, 큰 오이풀, 산오리풀, 등대풀, 제비꽃, 나도양지꽃 등 정말 내가 그 이름을 다 외울 수 없는 풀섶에 숨겨진 별처럼 아름다운 풀꽃들이 억새길을 따라 오고 있었다. 
 
승학산에서 수정산 능선을 따라 걷는 코스에는 돌탑이며 옹달샘이 있다. 그리고 조금 하산하면, 꽃동네로 유명한 구덕꽃마을이 있다. 꽃과 풀과 나비와 새소리에 묻혀 가만히 정상에서 부산시자기를 내려다 보니 삼국 유사의 설화의 무대가 여기가 아닐까 싶다.
 
내 눈에 승학산자락이 마치 큰 선비의 도포 자락이 하늘에서 깃처럼 떨어진 것 같아 보이니 말이다. 신효 거사가 홀어머니의 어머니에게 효도를 하러 고기를 구하러 집을 나서면서 부터 그의 눈에는 모든 사람이 짐승으로 보여 살생을 품게 되는데, 그 신효거사에게 화살을 맞은 5마리 학 중의 화신이 나중에 신효거사에게 그 깃을 달라고 하여, 그 깃조각을 맞추어 대어 보니, 선중의 가사에서 떨어진 한 깃이었다는 얘기처럼, 승학산 자락은 학의 깃털을 막 바람에 나붓끼고 있었다.
 

 
혼자서도 좋고 둘이면 더욱 좋고 가족과 오면 더욱 좋은 가을산
 
승학산은 혼자 와도 좋고, 연인과 함께 오면 더욱 좋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오면 더욱 좋은 산이다. 산이 낮아서 중도에 탈락할 염려가 없어서 산행 초보자들은 더욱 좋다. 뿐만 아니다. 승학산 자락의 꽃마을에는 유명한 오리고기집이 즐비하다. 등산 후 가족들과 어울려 찾는 이들이 많다. 

무엇보다 승학산에서의 일몰은 억새 군락지와 함께 더욱 장관이다. 낙동강과 을숙도를 붉게 물들이는 일몰을 보지 않고는 부산의 자연예술을 이야기 하기 힘들다. 그것은 억새는 풀의 새. 그 한 포기 포기 억새들은 수천 수만 마리 학을 품고 있다. 그리고 그 학의 울음이 하늘을 수 놓는 가을이다. 한국의 가을은 부산의 승학산에서 시작되어 북상하는 중이다.
 

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지나친 그 세월이 나를 울립니다.
 
여울에 아롱젖은 이즈러진 조각달 
강물도 출렁출렁 목이 메입니다.
 
 아~ 뜸북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
잃어진 그 사랑이 나를 울립니다.
 
들녘에 떨고 있는 임자없는 들국화 
바람도 살랑살랑 맴을 돕니다..
 
아~ 단풍이 휘날리니 가을인가요!
무너진 젊은 날이 나를 울립니다.
 
궁창을 헤매이는 서리맞은 짝사랑
안개도 후유 후유 한숨 집니다
<짝사랑>-고복수 노래
 


태그:#승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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