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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 모습
 지난 27일 금강산 호텔에서 열린 남북 적십자회담 모습
ⓒ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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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공동취재단, 황방열 기자] 남북은 올해 추석을 앞두고 9월 26일부터 28일, 28일부터 10월 1일까지 상호 100명씩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28일 합의했다. 단체상봉은 지난해 7월 완공된 뒤 방치상태였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개별상봉은 금강산 호텔 등 기존 시설에서 하기로 했다.

남북 적십자는 2박3일 일정의 회담 마지막 날인 이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서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준비차원에서 9월 1일 쌍방이 각 200명씩 생사확인 의뢰서를 교환하고 15일에는 회보서를, 17일에는 최종명단을 교환하기로 했으며 선발대 사업은 상봉시작 5일 전부터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07년 10월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합의문은 또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 등 적십자 인도주의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의 견지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고 명시했다. 이후 적십자 회담 추가 개최의 문을 열어 둔 것으로, 식량과 비료 등 대북 인도적 지원 등의 문제에 대한 협의 가능성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합의는 남측의 대한적십자사와 북측의 조선적십자회 사이에 나온 것이지만, 사실상 남북정부 간 회담이라는 점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부 간 합의가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적 분야를 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못 담아... "'달라진 정부의 달라진 회담' 호언 물거품" 

전날 회담까지 논란이 됐던 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추석 상봉 이외의 추가 상봉 문제는 "추석 상봉 논의에만 집중하자"는 북측 요구에 따라 합의문에 담지 않았다.

통일부는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를 적극 협의키로 했다"는 내용을 합의문에 넣자고 주장했으나, 최종적으로는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한 입장을 전달했기 때문에 이후에 계속해서 인내심을 갖고 협의할 생각"(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이라는 선으로 물러섰다. 

통일부는 지난해 3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었고, 이번 회담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특수 이산가족'으로 분류해 이산가족 상봉에 끼워 넣어왔던 것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도 결국 원칙적인 입장 표명에 그쳐, "'달라진 정부의 달라진 회담'을 강조했던 호언은 물거품이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합의는 지난 16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묘향산 합의'의 후속조치다. 당시 양측은 '금강산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합의했고 정부가 이를 당국 간 합의로 올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산가족 추석 상봉에 대한 정부 간 합의가 이뤄졌다 해도 금강산관광이 재개되지 않으면 실제 상봉이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묘향산 합의'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연계해 놓은 것이기 때문에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상봉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후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가 어떻게 진전될지도 주목된다.

정부 "이번 회담은 10차 회담 아닌 1차 회담"... 지난 정부 회담과는 단절

정부는 이번 회담을 '10차 남북적십자 회담'이 아니라 '남북적십자 회담'으로 규정해 이전 정부들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했다. 언론은 이번 회담을 2000년 이후 적십자 회담부터 헤아려서 지난 2007년 11월 9차 회담에 이은 10차 회담으로 표현해왔으나 정부가 이를 부인한 것이다.

한 회담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10차 남북적십자 회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이번 회담은 남북적십자 회담이 정확한 명칭이고, 이후 차기회담은 제2차 남북적십자 회담이 된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10차 적십자 회담이 아니라 남북적십자 회담으로 고쳐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6·15선언과 10·4선언이 이번 합의문에 명기될지, 명기된다면 어떻게 표현될지 관심을 받기도 했지만, 합의문에 두 선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북측 대표단장인 최성익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회담 첫날인 26일 기조발언에서 이번 추석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 대해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북남관계 개선의 새로운 계기이자 역사적인 북남선언들의 첫 이행과정이 될 것"이라고 두 선언의 이행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다.

[전문] 남북적십자회담 합의서
남북은 2009년 8월26일부터 28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적십자회담을 갖고 다음과 같이 합의하였다.

1. 남과 북은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오는 9월26일부터 10월1일까지 다음과 같이 진행한다.

①상봉규모는 남과 북이 각각 100명씩 하기로 한다.
②생사확인의뢰서는 9월1일 쌍방이 각기 200명씩, 회보서는 9월15일, 최종명단 100명은 9월17일에 교환한다.
③상봉 장소는 단체상봉은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개별상봉은 금강산호텔 등 기존 시설에서 하기로 한다.
④쌍방은 상봉의 원만한 보장을 위해 선발대사업을 상봉시작 5일 전부터 진행한다.

2. 남과 북은 이산가족 문제 등 적십자 인도주의 문제를 남북관계 발전의 견지에서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

2009년 8월 28일

남북적십자회담 남측대표단 수석대표 김영철   북남적십자회담 북측대표단 단장 최성익


태그:#이산가족, #금강산 면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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