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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님!

돌아가신 분만 불쌍하지

"산 사람은 어떻게든지 산다고" 하는 이야기를

항상 남의 이야기처럼 그동안 흘려 들어 살아 왔는데....

 

오늘 누님 돌아가시고 

삼우제를 모시기 위하여

매형이 잠드신 고향마을 언덕 공동묘지를 오르다 보니

이름 모를 야생화꽃들이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조카(누님의 자녀)의 도착 전이어서

누님 이 동생은 그 뜨거운 무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공동묘지 오름길에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 야생화

사진을 찍느라 잠시 슬픔도 눈물도 잊어버렸었습니다.

 

▲ 큰 누님 삼우제를 모시고 며칠 전 돌아가신 큰 누님의 삼우제를 조카들과 함께 모시는 과정을 동영상에 담았어요.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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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전만 하여도

나 홀로 차를 몰고 자유로를 달려오면서

누님 안 계신 이 세상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하면서

마치 내가 고아라도 된 듯 별의별 생각 다 하며

눈두덩이 퉁퉁 붓도록 울고 왔는데....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배시시 웃는 모습에

잠시 누님 여읜 슬픔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야생화 촬영에 눈길을 쏟고 말았습니다.

 

그런 내 모습을

누님과 매형 묘 산 역을 하는 근로자들이

한참이나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모습이

저 사람 정말 하릴없는

마음 편한 사람이란 소리를 하는 듯

자격지심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늘 그렇게 뭔가에 심취되어 빠져들면

이성을 구분하지 못하는 천치 바보 같은 사람이 되고 합니다.

 

누님 용서하세요

누님 돌아가시고 이튿날 새벽같이 달려가

누님댁 가장인 순일이와 누이들을 다 모아놓고

"엄마" 상을 어떤 형식으로 모실 것이냐고 물으니

 

조카 순일 이와 며느리 이야기가

어머님께서 생존 하셨을 때 이 다음 당신 죽거들랑 화장 모셔

절에 안치하여 달라고 하셨다고 하며

누님을 화장을 모셔

사찰 봉안당에 모시겠다고 말을 하여

 

순일이 부부, 큰딸 부부, 둘째딸 부부, 세째딸 부부, 막내딸 부부

다 모아 놓고

누님 이 동생이 일장 연설을 했습니다.

 

 

 

그 옛날 청개구리 엄마가 나 죽거들랑 시냇가에 묻어달라고 하여

평소 늘 부모 말에 반대로만 하던 청개구리 형제들이

엄마가 돌아가시고 그 엄마 시신을

시냇가에 묻어두고 비만 내리면

엄마의 묘가 쓸려 내려 갈 것이 걱정되어

허구헌 날 그렇게 슬프게 울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그럼 너희 생각해봐라

30여 년전 먼저 돌아가신 너희 아버지 묘 따로 두고

또 엄마의 유골을 절에 모신다는 것은

삼촌은 반대한다.

 

그러니 엄마는 화장을 모셔 너희가 정성이 있다면

생존 시 엄마의 신앙이셨던 사찰에서

100일제가 되든 천도재가 되든 모셔 드리고

 

외로이 30여 년 전 먼저 하늘나라에 가신

너희 아버지 곁에

엄마의 유골을 합장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하니

갑작스럽게 졸지에 엄마를 여의고

 

중추적인 구심점을 잃고 우왕좌왕하던

조카들 모두

'외삼촌의 말씀에 자신들도 동의'한다고

의견일치를 보여

 

아이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석재공장에 전화하여

누님을 매형이 잠들어 계신 묏자리에 화장을 모셔

유골함으로 합장으로 모시기로 하고

 

기존 재래식 돔형으로 된 매형의 묘를

과감하게 낮추고 대리석을 이용

야트막하게 봉분을 모시고

누님과 매형을 합장을 모셨습니다.

 

 

그랬더니 이를 본 누님의 자녀

하나같이 외삼촌 아주 좋아요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란히 계신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하다고 하며  

 

외삼촌이 아니었으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로

자칫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돌아가시어서도

이산가족이 되게 하여 드릴 뻔 하였다고 하며

그렇게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마 누님께서 생존하셨을 때

절에 모셔달라고 하신 그 말씀은

어디까지나 자식들 묘소 관리 생각하여

배려하신 누님의 뜻이라 생각을 하며

 

동생으로서 누님과 매형

두 분 당신들 결혼 생활의 세월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매형과 일찍 사별하신 관계로

적적하게 누님 혼자 나 홀로 자녀 키우며

고생하신 그 애틋한 인고의 세월을…….

이제야 편안한 마음으로

"매형과 누님"의 묘를 바라볼 수 있어

 

동생의 마음도 마냥  흡족하기만 합니다.

지금까지 매형의 묘소는

가족도 없는 사람의 무연고 묘처럼

묘비 하나 없이 무명인의 묘소로 존재해왔는데…….

 

누님 그 매형의 묘소 그 자리에

누님을 함께 합장으로 모시고

묘비에

昌原黃公善宇                

儒人 坡平尹氏 之墓라 새기고

누님과 매형의 자녀

그리고 손자 손녀들 이름까지 모두 묘비에 새기고

 

제상도 놓고 양편에 화병도 나란히 두 개 세우고

화병 가득히 누님 생전에 그렇게나 좋아하시던

백합이랑 국화꽃을 가득히 꽂아 두었습니다.

 

그러니 누님

이번 누님과 매형의 사후 묘에서의 합장 만남은

누님의 생존 유지를 받들어 사찰에 모실 것을

이행하려 하였던 자녀의 잘못이 아니라

 

순전히 한 다리 건너 외삼촌의

강력한 주장에 의하여 억지 춘향으로

아이들이 외삼촌의 뜻을 따른 것이니

 

누님

절대로 자녀 원망하지 마세요

모두 다 매형과 누님 두 분이 함께 살아오신 생전의 날보다도

누님께서 나 홀로 살아오신 날들이 더 많게 외로이 살아오신

누님의 애처로운 여생이 하도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

친정 동생의 고집 때문이라 생각을 하시고

 

누님

아무쪼록 비록 묘에서지만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고향마을 보시며

매형과 30여 년동안 못다 하신

긴긴 이야기 오손도순 나누시며

 

두 분 하늘나라에서는 절대로 헤어지지 마시고

오래오래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영생을 살아 주세요

네 누님!

 

앞으로 자주는 아니어도

부모님 묘소 찾는 길에

매형과 누님 두 분 묘소 자주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지요

누님 사랑합니다.

 

2009년 8월 25일

누님 삼우제를 모시고 와서

 

동생 도균 올림


태그:#삼우제 , #합장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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