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북조선 당국에서 직접 운영하는 음식점입니다.

장춘
▲ 평양관 장춘
ⓒ 박건

관련사진보기


북조선 인민기가 간판과 복무원 옷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이런 식당은 장춘 평양관뿐 아니라 중국 주요 도시 전역에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배웅하는 여성 복무원에게 아쉬운 마음으로 말을 건넸습니다.

사진 한장 찍어도 될까요?
사진은 안됩니다. 함께는 찍겠습니다..
그럼, 함께 찍읍시다

평양관 여성 복무원
▲ 한옥분 평양관 여성 복무원
ⓒ 박건

관련사진보기


한옥분씨입니다. 평양관은 옥분씨와 함께 7명 복무원 동무들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안내, 식탁세팅, 음식주문, 배달, 식사시중, 연주, 노래, 춤, 마무리, 계산... 이 모든 일들을 빈틈 없이 해내고 있었습니다. 쉰 석이 족히 넘을 식당은 이날 빈자리 없이 손님들로 가득 찼습니다. 복무원 여성들은 서 있거나 쉬는 사람 없이 모두 바지런이 움직였습니다.

여성 복무원 드러머
▲ 평양관 여성 복무원 드러머
ⓒ 박건

관련사진보기


음식이 어느 정도 이르면 노래와 춤공연이 펼쳐졌습니다. 조금 전만 해도 음식을 나르던 아가씨들이 무대 위로 번갈아 섰습니다. 그리고 키보드와 드럼을 치고 노래와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흥을 돋구기도 하고 애조와 서정을 담은 노랫말과 가락으로 동포애를 적시고 맙니다.

작은 공연이라 하지만 노래에 맞게 의상을 바꿔 입고 열성으로 열창했습니다. 모두가 예쁘고 건강합니다. 추임새와 표정 또한 맑고 순수해 보입니다. 무대에서 내려오면 어김없이 바로 손님들의 음식시중을 들었습니다. 나중에 여성 동무들 얼굴은 땀으로 푹 젖어 있었습니다.

공연과 회식이 마칠 무렵에는 손님과 복무원들이 하나같이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고마움, 애처러움, 아쉬움 따위가 뒤섞였습니다. 공연하고 감상하는 동안 같은 핏줄이 땡기고 서로가 하나임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음식보다 여성들의 노래와 춤, 표정에 넋을 잃고 동화되고 말았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 오는 한 동무에게 악수를 청했습니다.

열창 답례로 한 손님이 꽃다발을 안겨 주었습니다
▲ 평양관 열창 답례로 한 손님이 꽃다발을 안겨 주었습니다
ⓒ 박건

관련사진보기


수고 많습니다. 악수 한번 할 수 있을까요?
같은 동포인데 못할 이유 있슴네까.

아릿따운 얼굴과 달리 손은 단련되어 힘있고 묵직한 무게감마저 들었습니다. 고단한 일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잠시 아렸습니다.

이름이 뭐요.
한동무라 불러주세요.
한씨라면 우리 외할머니와 같은 성씨요. 외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고향이 함흥입니다... 힘드시죠...
그렇지 않슴다. 동포들을 위한 일인데 그럴 리 있겠슴까...
실례지만 몇이세요
얼마 들어 보입네까?
27세? 아니 25세?..
섭섭함다. 23세임다.
미안해요. 재능과 솜씨가 세련되고 노련해서 높여 불렀을 뿐이오. 헤어지기 정말 아쉽슴다.
또 들르십시요...
그래요 건강하시고 다시 봅시다...

헤어지기 아쉬워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외할머니의 증손주 같을 아이들이요, 자식같은 아이들입니다. 비록 중국 땅이지만 잠시동안 통일 맛을 본것 같습니다. 통일 못할 게 무엇이며 어려울 게 무엇이겠습니까. 이다지도 통일은 쉽습니다.

덧붙이는 글 | moovi.net



태그:#장춘 평양관, #조선여성복무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