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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8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한 8.15민족대축전 김기남 북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5년 8월 17일 청와대를 방문한 8.15민족대축전 김기남 북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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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2005년 8월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해 김기남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당역사 및 선전선동 담당)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조문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김기남 비서가 3년 전인 2005년 '8·15 민족대축전' 때도 대표단장으로 방문해 파격적인 행보를 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감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측이 '김대중평화센터'에 알려온 바에 따르면, 북한 조문단은 김기남 비서를 비롯해, 김양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 부장,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실장, 맹경일 참사, 리현 참사, 김은주 국방위 기술일꾼 등 6명이다.

이들은 직항기로 서해항로를 통해 내일(21일) 오후 3시10분에 김포공항에 도착해 다음날인 22일 오후 2시에 다시 김포공항에서 북한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22시간 50분 동안 체류하게 된다. 빈소방문 등 조문 일정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김대중 평화센터 부이사장)이 창구가 돼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북측 대남 라인 실력자들 총출동

이번 북한 조문단은 고위급 인사들로 구성됐다. 정세현 전 장관은 "어느 언론은 김기남 비서를 청와대 수석급이라고 하던데, 당비서는 당이 나라를 이끄는 당-국가체제인 북한에는 몇 명 없는 최고위급 인사"라며 "북한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해 최대한의 예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926년생으로 알려진 김 비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최다수행한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함께 오는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북한에서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인물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다. 그해 11월 서울을 방문했으며,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만났었다.  당시 그의 서울 방문목적은 대선 이후 남북관계 정세변화에 대한 남측인사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관측되었다. 최근에는 '클린턴-김정일', '현정은-김정일' 면담에 배석하는 등 여전히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2005년 5월 남북장관급 회담 대표로 나오기도 했던 맹경일 참사를 비롯해 원동연 실장과 리현 참사도 서울 방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20일 "정부는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고 남북관계 등을 고려하여 북한조문단의 방문을 수용할 방침"이라며 "앞으로 구성될 장의위원회가 유가족측과 협의하면서 북한조문단 방문에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 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김기남 "불원간 통일이 이뤄질 것만 같다"...현충원 참배 등 파격행보 주목

지난 2005년 6월 14일 오후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이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가운데 김기남 북측 단장과 그 왼쪽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사람이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지난 2005년 6월 14일 오후 북측 당국 및 민간 대표단이 동작동 국립현충원 참배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가운데 김기남 북측 단장과 그 왼쪽으로 보이는 안경을 쓴 사람이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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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8·15 민족대축전'때 김기남 비서가 이끌었던 북한 대표단은 도착당일에 현충원을 참배하는 등 체류기간 내내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 큰 주목을 받았었다.

북측인사들이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한국전쟁 전사자들이 묻혀있는 현충원을 참배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 있었던 일로, 동족상잔의 비극을 넘어서려는 의지의 표현이자 분단의 '금기'를 깬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김 비서는 참배를 마친 뒤 "불원간에 통일이 이뤄질 것만 같다"고 말했고, 고인이 된 림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관문으로, 6.15 시대에는 모든 것을 초월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거들었다.

이들은 이어 국회를 방문해 국회의장단과 각 당 원내대표들을 만났는데, 북측인사들의 국회방문 역시 분단 이후 처음이었다. 김 비서는 1박2일 일정으로 경주를 방문해 석굴암 본존불 앞에서 삼배합장을 하고, 불국사 대웅전에서는 분향하고 참배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비서는 또 당시 폐렴으로 입원 중이던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했고, 청와대를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도 만났다. 2시간 정도 진행된 접견과 오찬에서 김 비서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김 위원장의 안부 인사를 전했고, 노 전 대통령은 "(대축전 과정을) 화면으로 지켜보면서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는구나'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2005년 8월 무렵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한 사이에 최고의 훈풍이 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DJ 서거로 만들어진 기회...남북 당국이 살려낼 수 있을까

8·15 민족대축전 북측 당국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임동옥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2005년 8월 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리문병'을 했다.
 8·15 민족대축전 북측 당국대표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비서가 임동옥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2005년 8월 16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중인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리문병'을 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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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김 비서의 방문은 '축전' 참가가 아닌 '조문'이 목적이라는 점에서 2005년 방문과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1년 반 동안 단절된 남북 당국간 대화를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미국과 북한 사이의 관계 변화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합의해온 이산가족 상봉문제의 후속으로 대한 적십자사가 북측 적십자사에 회담을 제의했다.

또 외교통상부는 현 회장과 북한 아태의 '금강산 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합의에 대해 "(북한 2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1874호 제재결안에 저촉되지 않는다는게 일차적 판단"이라고 밝혀, 금강산 관광문제에 대한 족쇄를 풀어놨다.

남북화해에 평생을 바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만들어진 기회를 남북한 당국이 살려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김기남, #김양건, #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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