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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명목으로 안동소주제조업체를 늘리고 있는 가운데 그 제조방법조차 변형되고 있어 전통 민속주로서의 브랜드 가치는 물론 그 정통성마저 희석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재 안동소주 제조업체는 소위 원조안동소주인 '민속주 안동소주' 와 C주조를 모체로 한 '명품안동소주', 주류대기업 계열사인 J사를 모체로 한 '일품안동소주'를 비롯해 '명인안동소주'까지 4종의 안동소수가 제조되어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안동시의 추천에 의해 현재 경상북도에 허가과정을 밟고 있는 1개사를 더하면 곧 모두 5종의 안동소주가 유통될 전망이다. 이렇듯 동일한 전통주의 난립경쟁도 지역경제에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품질저하와 정통성 상실이 안동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장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큼직한 지역의 브랜드가치 하나를 통째로 망쳐버릴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이다.

전국 유통망과 자본을 갖춘 굴지의 기업들이 안동소주 사업에 진출하면서 대량 제조시설과 대량판매 유통망을 활용해 신세대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상품들을 생산하는 등 안동소주만의 고유한 맛과 전통적 생산방법이 변형되고 있고 이는 무분별하고 도를 넘는 전통 아이템의 상업화로서 결국 '안동소주'라는 브랜드가치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안동지역은 우수한 전통 하나를 시장논리의 막장에 내다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그것이다.

현재 안동소주 제조사 중 전통식품명인자격으로 제조하고 있는 두 곳은 급격한 매출감소와 휴업한 상태로 경영에 어려움을 격고 있다.

안동소주 전술을 만드는과정
 안동소주 전술을 만드는과정
ⓒ 권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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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로 빚은 술로서는 국내 유일의 전통주인 안동소주는 옛부터 임금에게 진상 될 만큼 명성이 높다. 고문헌에 따르면 이미 13세기부터 그 기록이 있어 장고한 역사를 간직한 우리 고유의 전통명주이다.

본래 안동소주는 경북무형문화재이자 전통식품 명인인 조옥화씨가 전통재래방법으로 옛 맛 재현에 성공하면서 그 유명세가 더욱 커졌는데, 쌀과 보리 등 다섯 가지 곡류를 시루에 찐 다음 누룩을 섞어 전술을 만들고 이를 약 15일간 자연 숙성시킨 후 다시 이것을 솥에 넣고 그 위에 소주고리를 얹어 불을 지펴 전술을 증류시키는 방법으로 만든다.

이때 증류되는 술의 도수가 45도일 때 가장 맛있고 향이 좋기 때문에 전통 안동소주는 이 도수를 고집해 왔다. 그러나 최근 술의 도수를 낮춘 안동소주 제품들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어 진정한 의미의 안동소주가 아닌 상업적으로 변질된 아류라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데 있다. 전통안동소주는 쌀을 이용하여 전술을 증류시켜 만든 순수 증류식소주다. 광복 이후 식량난으로 쌀을 원료로 한 양조가 금지됨으로써 소주 생산은 크게 위축, 소주생산업체들은 희석식소주를 생산하게 된다.

이 희석식소주는 주정(주세법상 전분(澱粉)이 함유된 물료(物料) 또는 당분(糖分)이 함유된 물료(物料)를 발효시켜 알코올 85도 이상으로 증류한 것)에 물을 섞어 만드는 것으로 증류식소주와는 그 방식이 엄연히 다른 술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는 소주가 바로 이러한 희석식소주다. 이 희석식소주는 당연히 그 가격이 쌀 수밖에 없다. 희석은 곧 "물을 탄다"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동소주가 대량생산되면서 업체가 난립하다보니 과열경쟁으로 인한 생산원가 절감을 이유로 일부 희석식소주와 같은 방법으로 제조가 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안동소주 제조사 B씨는 "맛 조절과 생산원가 절감을 위해 저도주에 한해서 주정 49%, 증류주 51%를 쓰고 있다. 고도주에는 쓰지 않고 있으며 세무서에 정상으로 모두 등록이 되어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며 희석식 방법의 사용을 인정하면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이에 술 제조와 관련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관할세무서 관계자는 "안동소주는 희석식소주처럼 주정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신고가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도 "다만 술의 도수를 맞추기 위해 조금씩 쓰는 정도로는 알고 있다"고 희석식 고도주 사용을 알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도 "주정을 그렇게 쓴다면 전통주라고 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금씩'의 의미를 49%로 해석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편 이에 관해 국세청 기술연구소 관계자는 "술 제조에서 현행법상 주정이 50%를 넘지 않고 증류주가 50%를 넘게 되면 증류식소주(전통주)로 인정을 하고 있다. 유럽이나 서양에서도 전통주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지금은 시장 흐름에 따라 소비자기호에 맞춘 제품들이 자연스럽게 판매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면서 법률상에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49%를 타도 증류주라는 논리이고 법률해석이다. 이러한 논리와 해석에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안동소주와 함께 살아온 안동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한 마디로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다. 안동시 평화동의 A씨는 "안동소주를 일반 소주처럼 주정이라는 것과 섞어서 만드는 줄은 몰랐다. 안동소주는 모두 전통방식에 의해 제조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실망스럽다"면서 "안동소주는 공장은 많지만 모두 똑같은 제품들이 나오는 줄 알았는데... 그렇다면 안동소주를 일반 소주와 다르게 볼일이 있겠냐"며 의아 해 했다. 그동안 일반 희석식소주 반, 증류식소주 반으로 된 안동소주를 100% 증류주로 알고 비싼 가격에 구입해온 것에 대한 불만과 배신감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안기동의 K씨는 "평소 즐기지는 않지만 명절이나 어떤 행사 때 특별하다 해서 몇 개씩 선물로 주곤 했는데 그마저 시시한 제품이라면 다시는 선물용으로 안산다"며 불신을 드러냈다. "그런 선물했다가는 체면 구기고 망신당할까 두렵다"며 손사래를 저었다.

지역농산물 사용으로 농가수익증대하고 지역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한다는 그럴듯한 목적으로  농업생산자단체의 주류제조업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안동시의 방침에 편승해 탄탄한 자본력과 전국 유통망을 갖춘 기업들이 설립한 농업법인 등이 안동지역 주류시장의 큰 손으로 등장하면서 지역 내 과열경쟁은 물론 안동의 자존심이기도 한 안동소주의 질과 명성을 크게 저하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경북in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안동소주, #안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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