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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운전 할 때 제일 무서운 게 졸음운전이여. 각시들은 졸음운전으로 사고날까봐 불안해서 못 살겠다고 그래."

 

고속버스 운전경력 18년차인 김모씨 말입니다. "운전 중 깜빡 졸다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고 합니다. '잠 앞에 장사 없다'고 "졸음운전은 운전경력이 소용없다"더군요.

 

이들을 만난 건 지인을 만나러 가던 고속버스였습니다. 한 분은 고속버스 운전 중이었고, 한 분은 쉬는 날 부부가 함께 딸네 집에 갔다 오던 중이었습니다.

 

"운전하느라 심심하고 잠이 와 혼났는데 진작 앞으로 오지 부부가 뒤에서 뭐했어요?"

"실컷 잤더니 이젠 잠이 안 와."

 

그들은 앞좌석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음주운전은 천하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는 음주운전으로 사표 냈다 하대요."

"음주운전으로 그만 둔 사람 많아. 걸리는 날에는 바로 사표야. 얄짜 없어. 나도 음주에 걸려 바로 옷 벗고 나왔잖아. 그러다 5년 다른 데서 일하다 다시 들어왔어."

 

"음주운전은 천하에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돼. 안 그래요?"

"맞아. 음주운전은 직장 그만 둘 사람이 하는 거야. 회사도 음주운전자 처리는 냉정해."

 

고속버스 운전기사님도 음주운전으로 직장을 잃는 사람이 심심찮게 생기는 모양입니다. "음주운전자는 40여 일 유예기간을 거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게 된다"며 "처분 받기 전에 회사가 먼저 안다"고 합니다.

 

"저 차, 서울 가는구먼. 손님이 텅 비었네."

"시골에서 서울 가는 버스는 가을이면 복잡해. 시골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추수한 곡식 이고지고 가느라 사람보다 짐이 더 많아. 자리는 남았는데 짐칸은 꽉 차서 짐 넣을 데가 없다니까."

 

가을 추수 마치고 자식에게 햇곡식 먹이려는 부모들 심정이 고스란히 고속버스 기사님 안테나에 잡히고 있었습니다.

 

"순경이 자기 자식 순경시킨다는 사람 봤어?"

 

"3인 (고속버스) 2대 근무가 완전히 자리 잡혀 편해. 무슨 일 있으면 서로 양해하고 근무하면 되니까. 그런데 차가 고장 날 때가 문제여."

"맞아요. 두 사람은 차를 잘 고치는데 꼭 한 사람이 안 고친다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탈 때는 고장 안 나고, 꼭 잘 고치는 사람이 탈 때 고장 나. 이건 무슨 조화인지?"

 

두 기사님 하는 이야기마다 묘하게 묻고 싶은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끼어들 찬스 포착을 잘해야 했습니다. 까딱하다간 입을 닫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 하루 운전 코스는 어떻게 돼요?

"오전에 서울 갔다가 오후에 내려오면 밤이야. 그 다음날은 아침에 서울 갔다가 와. 그리고 하루 쉬고. 한 달에 19일은 일해야 월급을 받거든."

 

- 연봉과 정년은 어찌돼요?

"경력 18년 내 연봉이 3900(만원)이야. 초봉은 3500정도 돼. 정년은 58세고. 무사고 운전 등 근무 경력이 좋은 사람은 네 번에 걸쳐 촉탁 근무가 가능해서 62세까지 운전할 수 있어."

 

- 자식들이 직업으로 운전을 택하면 허락하실 거예요?

"순경이 자기 자식 순경시킨다는 사람 봤어? 우리도 노가다 시킬망정 운전은 안 시켜."

 

자기 직업에 만족하는 이가 드물다더니 그런 모양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더니 맞는 소린가 봅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유겠지요? 그래도 각자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덧붙이는 글 | 다음과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태그:#고속버스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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