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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7월22일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8개월간의 긴 장정을 거치고, 결국에는 한나라당이 일방적인 '날치기'로 본회의에 상정 했다. 오늘 하루 끊임 없는 육탄전으로  살벌한 '미디어법 전쟁'을 치른 여야는 결국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저지를 뚫고 본회의를 열어 신문법과 방송법, IPTV법, 금융지주회사법 등 4개 법안을 신속 배달 '날치기'로 상정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는 제작거부를 포함한 세번째  '총파업' 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미디어법 강력반대' 의지를 드러내는데 사용했다. 그리고 지상파3사 또한 1997년 이후 12년만에, 동시 파업을 강행해  '미디어법 반대' 의지를 다졌다.

 

"미디어법이 뭐예요? 찬성해야 해요, 반대해야 해요?"

 

이런 어수선하고, 어이없고, 허탈한 상황을 맛본 나는 나름 '기자'로서,입까지 차오른 분노를 참을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알고있는 기자들에게 "미디어법 직권상정 처리될 위기.... 긴급 시민여론 취재" 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언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어이없는 현실에 가만히 있을수 없고, 우리도 무언가를 해야한다며 호소했다.

 

그리고 인터넷 뉴스 바이러스 광주지부 책임자로서, 소속기자들을 모두 '긴급 소집' 했다.  먼저 광주 지역에서도 이미 민주당사에서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 규탄대회' 를 연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 언론이기도 하고, 또, 많은 시민들과 함께하는것이 더욱더 중요하다고 여겨, 광주 시내로 나가 '미디어법 날치기 반대 운동'과 동시에 지금 상황에 대한 여론과 인터뷰를 듣기로 최종 결정했다.

 

광주 시내에는 여느때보다도 더 사람들로 붐볐다. 우리들은 시민들에게 다가가 " '미디어법 통과위기' 관련해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습니다."라고 말을  붙였다. 우리 특별취재팀은 너무나도 '뜨거운 감자'이고 , 지금 날치기 통과될 위기라서 당연히 반응이 뜨거울거라고 생각했지만, 반응은 너무나도 반대 였다.

 

어떤 시민들은 미디어법이 뭐냐며 되묻기도 했고, 미디어법이라는것을 들어 보기는 했으나, 이것을 찬성해야 하는지 반대해야 하는지 아무생각이 없었던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겨우 한마디 해주는 시민들은 "반대에요",  "왜 반대하는지 이유는요"라는 질문에는 '모른다' 며 그냥 가버렸다. 우리 특별취재팀은 허탈감을 감출수가 없었고, 민주당사에 가지않고 이렇게 시민들에게 여론조사를 하는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광주 시민들이 이렇게 모르고 있으니, 우리가 오늘 계획 했던, 여론조사와 인터뷰는 하지 않고, 미리 준비한 '미디어법 반대' 목소리를 담은 '피켓'을 들고 홍보에 열중했다. 광주 시민들이 이렇게 무관심하니, 다른 지역의 일반 국민들은 오죽할것인가, 우리는 더 많은 국민에게 알리는 일이 지금 우리가 가장 해야 할일이라고 생각했다. 동행했던, 김혁진 기자는 "국민들이 이렇게 회의감에 젖어 잘 알지 못하니까,미디어법이 통과되지..." 라며 자조 섞인 허탈감을 드러냈고, 나또한 너무 황당해서 뭐라 할말이 없었다.

 

 "인터넷과 방송에서 나오는 여론조사 미디어법 반대60%는 단순히 여론 조사 일뿐"

 

오늘 내가 한번의 여론조사로 모든것을 단정지은것은 분명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렇게 펄쩍뛰며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이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무감각한 국민들도 존재하는 구나...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이렇겠구나.... 우리만 그런건가??하는 자조를 뼈져리게 느꼈다.나는 "광우병 파동으로 인해, 그렇게 모두가 들고 일어났엇는데...  미디어법은 그보다도 더욱 큰 정부여당의 잘못인데, 우리 국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침묵할까?" 라는 생각을 하며, 그 국민들의 외면과 무지의 모습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보았다. TV에 나오는 여론조사는 그냥 여론조사일 뿐이구나라는 느낌을 받으며 그동안 직접 오프라인에 나와 직접 알아보지 못한 내 자신을 자책 했다.

 

 "불의에 맞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惡이다."

 

오늘 내 머리를 스치는 말이 떠올랐다. DJ가 말했던 것처럼 "불의에 맞서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惡이다."라는 것처럼 정치 회의는 이 정부의 반국민기조에 동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이렇게 참여하지 않고, 정치에 무관심하며, 자신의 일에만 메여서 사는 사람들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분명히 이것만은 주장하고 싶다. " 나는 나치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처형당할때, 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침묵했다. 그러나 내가 처형당할떄에도 사람들은 역시 침묵했다." 

 

미디어법이 이대로 통과되어 시행되면, 결국 그 피해는 우리에게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이다.  자신의 목을 조여오지 않는다고 하여 '무관심'하고, "언론계 종사자에게나 해당되는 일이겠지라며" 안심 하다가, 어느새 자신의 목을 조여오는 순간이 올 것이다.


태그:#미디어법 , #광주 시민 , #정치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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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에서 국회 출입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고, 그 이후로는 광주로 내려와서 독립 언론 <평범한미디어>를 창간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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