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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안개 정국을 풀고 갈 열쇠를 쥐고 있는데도 모르쇠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유족 등이 현안들이 극과 극으로 달리고 있다.

 

현재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법 개정을 놓고 국회 여야 격돌이 심화되고 있다. 여야 모두가 농성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20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단식에 들어갔고, 20일 전현직 언론인 시국선언, 21일 오전 MBC노조, YTN노조 등 언론노조 사업장들이 파업에 돌입했고, SBS도 파업을 결의했다. 언론노조를 탈퇴한 KBS노조도 오는 22일 파업을 선언한 상태이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 여야 물밑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별로 신통치 않다. 경쟁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면서 신자유주의 노선을 지향해온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자유신당이 내놓은 대안을 놓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저울질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안들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그리 좋은 대안은 아닌 듯싶다. 자본(재벌) 그리고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중동 등 보수신문의 소유지분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기 평택에서는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울분에 찬 생존권 투쟁이 60일 넘게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쌍용자동차 노조 간부 부인이 비관해 자살하는 사태까지 비화됐다. 여기에다 공권력 투입까지 가시화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의 사과와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용산참사 유족들은 6개월을 넘게 고인의 시신을 안장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지난 20일 순천향대병원 영안실에 안치된 고인 시신을 가지고 청와대로 돌진하려는 마음을 가졌을까. 안타까움이 앞선다.

 

또한 2년 유예기간을 넘긴 비정규직법 개정 문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교사시국선언, 4대강 정비사업 중지 등도 뜨거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현안을 두고 정부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래서 잘 이해가 안 된다. 왜냐하면 정부의 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은 한나라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고, 쌍용자동차 등 회생을 위한 법정관리 등도 정부의 몫이다. 특히 노동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쌍용자동차 같은 사태를 미연에 예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됐다. 중립적으로 노사 중재를 통해 해결책을 찾으려고 설치한 부처가 노동부인 것이다. 현재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공권력 투입도 정부의 몫임이 틀림없다. 정부가 자본을 비호하는 공권력 투입에는 관여하면서 왜 이들 노사의 중재는 딴 나라 일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가 노사 문제에 적극 개입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들도 우리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이기 때문이다.

 

또한 비정규직 문제도 정부의 책임이다. 비정규직 생존권이 달린 비정규직법을 야당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100만대량해고설' 등 반대 여론 조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느낌이다. 이런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정부의 여야 중재 노력도 중요하다. 야당을 설득하기도 하고, 야당이 주장한 정당한 원칙은 들어줘 서로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

 

전국교직원노조가 시국선언 한 것을 두고 정부가 엄벌을 하겠다고 나섰다. 교사들을 두고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든 입을 다물고 있으라는 것은, 인간 본연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다. 정부가 시국선언의 내용과 의미들을 살펴보고 소통을 해야 하는 것이지, 막무가내 탄압을 하는 것은 정부가 할 도리가 아니다.

 

4대강 정비사업에 상당한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 드는 삽질 사업보다 인간 구제사업이 더 중요하다. 20조가 넘은 사업 비용을 비정규직, 쌍용자동차, 용산참사 유족 등에게 일부 비용이라도 투입하면 여러 사람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안개정국을 조성하는 현안들에 대해 귀를 닫고 있다. 정부는 모든 현안 접근에 있어 선악으로 구분하는 것 같다. 진보 단체의 의견은 무시한다. 보수단체의 의견은 존중한다. 이런 후진적 정책을 멈춰야 한다. 보수단체나 진보단체 등 모든 회원들도 똑같이 우리나라 국민이다. 이들에게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똑같이 누릴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생각된다. 정부는 최근 계속 이어졌던 교수, 교사, 노동자, 언론인, 학생 등의 시국선언을 진보단체의 프레임으로 바라보지 말고, 이들과 소통을 할 수 있는 채널을 가동해야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5년이다. 국민의 임기는 죽을 때까지이다. 더 이상 정부가 스스로 편 가르기를 중단해야 한다.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했으면 그것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을 실현해 가야 한다. 취임 초기부터 국민의 변화 바람에도 아무런 변화가 없이 진행하고 있는 정책을 일관성이라고 말할 수 없다. 설령 일관성이 있는 정책일지라도 국민이 싫어하는 정책은 쓰레기통으로 버려야 한다.

 

이쯤에서 현재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여야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미디어법 얘기를 해 볼까한다. 물론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안도 정부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미디어법안을 통과시키려고 안달을 하고 있다.

 

통칭 우리가 부르고 있는 미디어법은 법률상의 용어는 아니다. 미디어법은 방송법과 신문법을 말하지만 좀 더 나가보면 언론중재법, 정보통신망법, IPTV법 등을 일컬은 말이다. 현재 미디어의 소유지분 등의 문제로 이슈가 되지 않고 있지만, 물론 후자로 거론한 법들도 독소조항들이 상당수 있다.

 

문제는 현행 미디어법에서 강제하고 있는 신문과 방송의 겸영 금지 조항을 한나라당이 허용하겠다는 것에서 여야 격돌이 촉발됐다. 당초 한나라당은 대기업 및 일간신문의 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을 지상파 20%, 종합편성채널 30%, 보도채널 49%까지 허용하겠다는 안을 내놓았다.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20%이하의 외국인 참여 방송사 지분도 허용했다. 또 지상파,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의 1인 최대주주 지분제한을 49%(기존 30%)까지 완화했다. 대기업의 위성방송 지분제한 폐지와 일간신문과 외국인의 지분소유제한도 49%(기존 33%)까지 완화했다.

 

보시다시피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은 공공의 이익(공공성)을 위해 존재해야 할 언론을 산업논리(경제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의 부자 정권이라는 오명을 면하기 위해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한 이명박 정권의 논리에도 맞지 않는 정책이다. 왜냐하면 자본과 여론을 독과점하고 있는 조중동 등 족벌신문에게 방송사의 지분을 준다는 것 자체가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한 정부의 정책과도 배치되기 때문이다.

 

물론 OECD국가들을 보면 신문과 방송의 겸영을 허용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일본을 제외하고는 현재 이명박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법관 사뭇 다르다. 방송겸영을 허용하되 다양한 규제 장치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재벌들이 이미 케이블 텔레비전에 진출해 있다. 이들에게 지상파까지 허용하겠다는 것은 친자본 여론독과점을 허용하겠다는 논리나 다름 아니다.

 

만약 과거 군사독재시대처럼 정경(정언)유착이 횡행해지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다. 정부 홍보용 방송과 신문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끔직한 히틀러 나찌당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입'이 다시금 기억에 떠오르게 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미디어는 인간의 정신적 메시지산업이기 때문에 인간 정신을 황폐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칫하면 거짓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그래서 미디어법은 각종 규제 장치를 해놓고 여야가 처리하는 것이 합당하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이라는 이유로 날치기로 통과하면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임이 분명하다. 최근 여론조사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아직 국민의 여론 70%가 미디어법을 좀더 국민과 여야간에 소통을 해서 제대로 만들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일방통행하고 있는 미디어법안이 당장 중단 돼야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 역풍을 무서워할 줄 하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됐으면 한다.


태그:#미디어업, #쌍용노동자, #용산참사 유족, #교사시국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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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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