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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근무 중 머리가 띵해 조퇴하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돌려 금강공원으로 향했다. 금강공원 산책로는 내가 머리가 복잡할 때 즐겨 찾는 곳이다. 나는 수십번도 더 지나쳤던 금강공원 망미루 앞에서 잠시 내가 살았던 망미동의 과정로를 떠올린다. 망미루, 그 망미루 앞에서 정과정별곡도 덩달아 떠오른다.
 
 
내 임을 그리워하여 울고 있더니
두견새와 나는 비슷합니다.       
아니면 거짓인줄을, 아
지새는 새벽달과 새벽별만이 아실 것입니다
넋이라도 임과 한자리에 가고 싶어라. 아
어기던 사람이 누구였습니까?
잘못도 허물도 전혀 없습니다.
멀쩡한 거짓 말씀이었는가.
아 임께서 나를 벌써 잊으셨습니까
맙소사 임이시여, 돌려 들으시어 사랑하소서.
<정과정곡;한역> - '정서'

 
망미루의 망미(望美)는 님을 그리는 뜻. 그 님은 임금을 칭한다고 한다. 이 망미루는 1742년(영조 18) 김석일동래부사가 동래부 청사인 동헌 앞에 세운 문루였으나, 일제시기 시가지 정리계획에 따라 현 금강공원 입구로 옮겨졌다. 앞면에는 동래도호아문(東萊都護衙門), 뒷면에는 망미루라는 큰 편액이 붙어 있다.
 
1895년(고종 32) 동래도호부가 동래관찰사영으로 승격됨에 따라 일명 포정사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으며, 누(樓) 위에는 동래읍성 4대문의 개폐와 정오를 알리는 큰북이 걸려 있었다고 한다. 정면 3칸, 측면 2칸의 2층 누각으로서, 조선후기 전형적인 관아의 대문으로 부산지방의 대표적인 건물이다.
 

 
망미루를 지나 금강공원으로 들어오는 푸른 그늘 아래 노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골짝마다 절경이다. 녹음이 우거진 숲속에 풀벌레 소리 요란하다. 이 산책로 길에는 다양한 역사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동래독진대아문' 이 건물은 우리 고장에 남아 있는 전형적인 관아 대문으로 솟을삼문 형식과 중앙칸 정면의 홍살로 보아 동헌의 외삼문(外三門). 원래 망미루 뒤쪽에 위치하고 있었던 것을, 일제시기 시가지 정리계획에 따라 연고도 없는 지금의 금강공원 소나무숲(松林) 속으로 옮겼다고 한다.
 
이 대문에는 1655년(효종 6) 동래부의 군사권이 경상좌병영 휘하 경주진영에서 동래독진으로 승격되었음을 알리는 동래독진대아문(東萊獨鎭大衙門)이란 현판. 왼쪽 기둥에는 동래부가 진변의 병마절제사의 영(營)이란 뜻의 진변병마절제영이, 오른쪽 기둥에는 대일외교 때 일본사신을 접대하는 관아라는 뜻의 교린연향선위사라는, 세로의 편액이 각각 걸려 있는데, 이는 당시 동래부의 직책을 알리는 뜻이다.
 

 
푸른 수림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하늘, 그리고 깎아지른 듯한 바위들이 다양한 예술 조각품 같다. 내 한문 실력으로는 다 해독할 수 없는 바위에 깊이 새긴 글자들을 손끝으로 매 만져 본다. 산꼭대기에서부터 줄기차게 흘러내리는 바위 사이 계곡물은 혼을 울리는 듯 순결하고 냉랭하여 더위를 저만큼 물리친다.
 

 

가끔 청솔모들이 꼬리를 세우고 이 나뭇가지에서 저 나뭇가지로 다리도 없이 건너간다. 그 허공 아래 우뚝 서 있는 것이 이섭교 비. 이섭교 비가 눈길을 잡아 끈다. 이 이섭교는 지금은 없어졌으나, 1695년(숙종 21) 동래구 낙민동에서 연산동으로 갈 때 건너야 하는 온천천에 놓인 다리로서 3개의 아치를 연결한 돌다리.
 
돌다리를 만들기 전에는 나무다리가 있었으나, 나무는 쉽게 부식되어 그때마다 수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에 따른 민폐가 심하였으므로 돌다리로 개축한 것이라고 한다.
 
이 석비는 내주축성비와 더불어 부산지방의 기념비 가운데 가장 큰 비석에 속하고 동래구에서는 이섭교의 옛터(현 낙민치안센터 맞은편)에 표석을 세워 문화유적지의 원위치를 보존하고,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산을 오르느라 무거운 몸에서 쏟아지는 땀만큼 마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잠시 그 땀을 닦는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암벽을 오르는 산꾼의 모습이 다가온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여 스스로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 암벽을 타고 오르는 산꾼의 모습에 이상하게 내 자신이 한 없이 작아만 보인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부산 시내의 건물도 한없이 작아 보인다. 그러나 오랜만에 직장을 이탈한 기분… 꼭 학교 다닐 때 아프다고 조퇴하고 나온 기분이다. 그런데 이 기분 그리 나쁘지 않고 상쾌하기까지 하다. 새로운 충전을 위함이라고 스스로에게 변명해 보면서...
 


태그:#망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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