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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부터 24일까지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역 통합: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 란 제목으로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회원국(브라질, 우루과이,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정부와 각 대륙의 사회운동단체들이 함께 하는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국제회의에 참가하는 김애화 한국진보연대 국제연대 위원장(새세상연구소 객원연구원)이 현장에서 소식을 직접 전한다. [편집자말]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지난 6월 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이 지난 6월 1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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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확장을 위한 지역통합

지난 6월 제주도에서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특별정상회담이 열렸다. "신아시아"란 외교 구상을 가지고 이명박 정부는 아시아에 대하여 정성을 쏟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와의 공동체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대중 정부의 아세안+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구상이 있었고,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론이 있었다. 그러나 이 모두 동아시아 공동체 주장을 하고 있고, 아시아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지만 모든 일련의 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미국 중심적인 한미 동맹 전략의 부수적인 지위에서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부쩍 요즘 들어 '지역적 블록', '지역주의', '지역통합' 등의 어휘가 언론에서 자주 등장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 경제계에서는 지역화가 주요한 전략적 구호가 되어가고 있다. 이들의 지역화 목적은 수출시장 확대와 에너지 자원 확보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한국의 경제침체를 타개하기 위해서 동아시아 국가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한 한 예로 지난 해 12월, 한중일 정상회담이 일본에서 열렸다. 사실상 이 회담은 한국의 긴급한 경제적 요구에 따라 한국을 구제하기 위하여 성사된 것이었다. 한국의 경제위기에 대한 통화스와프를 결정을 위한 것이 실제적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회담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중국과 일본이라는 강대국이 포함된 경제적 협력, 통합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이러한 높은 관심은 미국과 유럽이 갖는 일종의 경계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일련의 아시아 정상과 만나는 데 적극적인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북한에 대한 견제, 북한을 고립 시키기 위한 것이다. 즉 북한과의 긴장관계를 만들기 위한 지역내 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그 목적임이 확실하다. 

이 제주도 아세안 회담에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의 기업들이 대규모로 참가하여 공식적으로 CEO 회담을 했다. 이러한 회담의 구성과 진행은 현재 정부간 지역협력, 지역통합의 주역이 누구이며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의 지역통합은 주로 경제통합이며 이 지역경제통합의 중심 축은 FTA이며, 규제 풀린 자유시장이다.

그런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러한 정부간 지역통합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사실상 일반 서민들은 이러한 회담에 관심이 없다. 실질적으로 그러한 회담이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조건을 만드는 데 중심이 있을 뿐, 우리의 서민 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강하다. 특히나 아세안 정상회담은 전국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애통해하고 한나라당과 검찰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따라서 이 회담은 국민들의 빈축만을 살 뿐이었다. 국내 산적한 문제는 해결도 못하고 외교적 허세만을 부리는 정부로만 비칠 뿐이었다. 

다시 생각하는 지역통합

그런데 지역통합의 움직임을 그저 우리 국민의 이해와 먼 것으로 무시해도 좋을 것인가? 지역통합 구상은 한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전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유럽연합,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SAARC(남아시아경제통합), GCC(걸프경제통합), SADC(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 등 현재 지역 블럭화는 구호를 넘어서서 현실적인 움직임으로 각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지역통합(regional integration)을 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그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론적으로 지역통합은 주권국가들이 통합된 정치체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 지역통합 과정과 수준은 다양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지역통합이란 다양한 목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유럽 대륙의 유럽연합은 이미 실제적인 경제공동체로서 자기 활동을 한 지 오래되었고 명실상부한 하나의 정치공동체로 탄생하기 위한 단계에 돌입했다. 소위 유럽헌법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상품, 자본, 사람이 자유롭게 이동, 교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권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유럽 연합 내에는 국경심사없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상품도 자유롭게 이동한다.

지역공동체로서 유럽연합의 위력을 한국은 한-EU FTA 협상에서 경험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27개국과 한국이 FTA 협상을 벌인 것이었다. 아세안과의 FTA도 마찬가지이다. 아세안 10개국과 협상을 한 것이었다. 아세안은 유럽연합처럼 사람의 이동이 자유로운 단계가 아니라 상품의 역내 무관세 단계이다. 그러나 2020년까지 유럽과 동일한 공동시장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남미에서는 지역통합의 역사가 오래되었다. 지역경제통합구조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여러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중에서 최근에 전지구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구상은 2004년 출범한 'ALBA(알바, 미주를 위한 볼리바르 대안)'이다. ALBA는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 안에 맞서 차베스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에 의해 2004년 12월 결성돼 2006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회원국은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온두라스, 파라과이, 도미니카공화국 등이며, 최근 에콰도르와 카리브 지역 소국들이 가입하면서 회원국 수가 10개 국으로 늘었다.

알바의 회원국들은 경제적 협력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남미 통합을 위한 적극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데, 바로 '우나수르(남미국가연합)' 창설이다. 2004년 남미국가연합 창설을 선언한 이후 올해 5월 공식적으로, 우나수르가 출범을 하였다. 이는 그간의 지역적 통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우나스르는 신자유주의에 대항하기 위한 통합을 넘어서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단일적인 공동체가 그 목표이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리는 지역통합 국제회의

지역 통합의 진행은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다. 특히 현재 새롭게 추진되고 있는 지역통합은 기존의 지역통합운동과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의 붕괴, 미국 중심의 경제 구도 실패로 인해 새로운 경제체제 재편의 필요성이 현실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지역적 협력을 강화하는 지역통합의 구상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리고 그 구상과 발전에는 사회운동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

현 지구적 위기는 금융위기만이 아니라 환경위기, 에너지 위기, 식량위기 등 복합적이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한 위기는 일국의 노력만으로 특히나 기존의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도, 환경과 에너지를 파괴하는 경제발전 구도하에서는 해결될 수 없다. 일국의 독립성을 존중하면서 지역적으로 협력하고, 상호보충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리고 평화구축과 인권, 민주주의를 증진을 위한 공동체도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경제적 공동체와 평화공동체는 상호 연관되어 있다. 특히 냉전이 종식되지 않고 상호 적대감을 키우고 있는 한반도에서 아시아 공동체 구상은 경제와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7월 21-24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는 "지역 통합: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 란 제목으로 정부와 사회운동의 국제회의가 열린다. 이 회의는 7월 23일과 24일에 개최되는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 정상회담에 맞추어서 조직된 것이다. 이 국제회의는 메르코수르의 의장국인 파라과이 대통령실의 후원으로 열린다. 이 국제회의에는 메르코수르, 안데스 지역 공동체(Andean Community), 알바(ALBA), 남아시아, 남아프리카, 아세안 그리고 유럽 지역으로부터 정부, 지역/국제조직, 정책결정자, 의회, 사회운동단체가 참여하여 민중 중심의 지역적 대안에 대하여 토론할 예정이다. 자유시장과 격렬한 경쟁의 원칙을 대신하는 연대의 원칙에 기반한 대안적 지역 통합은 남반구 민중과 국가에 어떤 이익을 제공하는지 각 지역에서 사례들이 소개될 예정이다. 

필자는 민주노동당 연구소인 새세상연구소의 후원으로 민주노동당 대협실장 이승헌씨와 함께 이 회의에 참여한다. 회의의 진행 상황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현장에서 연재 기고를 할 것이다. 독자들도 이 회의에 동참하여 새로운 경제체제와 평화체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중인 지역통합에 대한 생각을 모으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태그:#지역통합, #메르코수르, #알바, #신자유주의 , #지구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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