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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찰에 강제연행됐던 하인준 건국대 총학생회장이 3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다음은 하 총학생회장이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겪은 체험을 쓴 글입니다. [편집자말]
지난 5월 20일 '민주주의수호 공안탄압저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회원들이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21세기판 긴급조치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지난 5월 20일 '민주주의수호 공안탄압저지 시민사회단체 네트워크' 회원들이 경찰들에게 둘러싸인 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 앞에서 '21세기판 긴급조치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하려고 하고 있다(자료사진)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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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일 늦은 6시경 사복경찰에 강제로 연행되었다가 홍제동 대공분실에서 수사를 받고, 어제(8일) 저녁에 불구속 기소되어 나왔습니다. 그간 수없이 많이 지지해 주시고 힘써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참 많이 놀랐습니다. 처음에 잡혔을 때는 정말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소환장이 발부된 상태도 아니었고, 강력범죄를 저지르고 도주 중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는 거칠게 수갑을 채우고 "체포영장이 발부되었다"라는 말 한마디에 끌려갔습니다.

대개 관할 경찰서로 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어딘지 모르는 구석길로 자꾸만 들어갔습니다. 순간 불안이 엄습했습니다. 어느 빌딩 앞에 멈춰서더니 문을 관리하는 의경이 우리를 확인하고 거대한 검은 철문을 열었습니다. 바로 홍제동 대공분실이었습니다.

하얀색 방에 공개 화장실... 납치된 줄 알았습니다

남영동 보안분실 509호 조사실. 이곳에서 박종철씨가 고문을 받다 숨졌다. 보안분실의 나머지 조사실 16곳은 지난 2000년 모두 리모델링 됐지만, 이곳만 역사보존 차원에서 탁자, 침대, 욕조, 변기 등 원형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자료사진).
 남영동 보안분실 509호 조사실. 이곳에서 박종철씨가 고문을 받다 숨졌다. 보안분실의 나머지 조사실 16곳은 지난 2000년 모두 리모델링 됐지만, 이곳만 역사보존 차원에서 탁자, 침대, 욕조, 변기 등 원형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자료사진).
ⓒ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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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층 높이의 빨간 벽돌로 지어진 빌딩 주변에는 5미터 이상의 높은 담과 철조망이 쳐져 있었습니다. 1층은 보통 빌딩의 내부였습니다.

이때까지 저는 여기가 어딘지도 몰랐습니다. 순간 납치범에게 끌려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3층으로 올라가니 경찰청 마크의 유리문이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납치범에게 납치된 것이 아니라 경찰에게 끌려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습니다. 제가 들어간 곳은 제2조사실이었습니다.

이곳도 제게는 공포였습니다. 온통 하얀색 방에 안쪽에는 공개된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세면대와 양변기가 있었습니다. 과거 교과서, 영화에서만 보던 수사실이었습니다. 여기서 고문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형사는 자신이 보안수사대 소속이라며 저의 수사를 맡았다고 했습니다. 혐의는 집회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 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였습니다.

이때부터 근 이틀간 집요한 수사가 진행되었습니다. 노트북, USB, 휴대폰 등 제가 소지하고 있던 모든 물품을 압수하고 하나하나 확인했습니다.  

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저는 엄청난 사실을 알았습니다. 집회 현장에 있던 저를 사진으로 찍어 확대해 문서로 보관해 두었고, 휴대폰 발신 기지국을 추적하여 몇 시 몇 분 어디서 누구에게 발신했는지 하나하나 보고서에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과 이메일을 모두 다 정리해 놓았습니다.

저에 관한 수사 보고서 분량이 제 허리까지 올 만큼 많았습니다. 그리고 저를 수사하기 위해 보안수사관 5~7명이 배치되어 근 서너 달간 집중 수사하고 근 한 달간은 미행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경찰은 2008년 5월 광우병 촛불집회 관련 20여 집회에 대한 집중 수사, 2009년 용산 집회 관련 5회 사건 수사, 대전 화물노동자 파업 집회 수사, 5월 29~30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집회 수사, 6월 10일 6·10 항쟁 기념 집회 수사를 했습니다.

위 수십 가지 집회에 관해 근 100여 페이지가량의 조서가 작성되었습니다.

집회에서 발생한 기물파손을 모두 저에게 뒤집어씌우려 하고, 사회분란을 조장하였다고 하는 것이 너무나 어이없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총학생회장이 되기 위해 광우병 집회를 조직하고 단체를 결성하지 않았느냐'는 어처구니없는 질문까지 했습니다. 정말 막 나가는 경찰이었습니다.

저와 우리 모두를 구해주세요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 다함께, 대학생 사람연대, 민주당 대학생 특별위원회 등 대학생 단체 20여 개와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달 18일 저녁 한국외대 법학관에서 시국 대토론회를 열고 현 시국에 대한 논의와 함께 'MB OUT,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행동연대(가)'결성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대학생 다함께, 대학생 사람연대, 민주당 대학생 특별위원회 등 대학생 단체 20여 개와 전국 30여 개 대학 총학생회는 지난달 18일 저녁 한국외대 법학관에서 시국 대토론회를 열고 현 시국에 대한 논의와 함께 'MB OUT, 민주회복을 위한 대학생행동연대(가)'결성의 필요성을 논의했다.
ⓒ 이경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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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많은 일이 있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각종 포털 사이트와 언론에서 취재하고, 학교 친구들과 대학생들이 기자회견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많이 놀라셨습니다. 아들이 살인을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급작스럽게 잡아가도 되느냐고 저를 만나 눈물을 비추기도 하셨습니다.

제가 이틀 만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이렇게 큰 관심을 가져주신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루 만에 백여 명이 모여 부당한 연행과 수사를 언론에서 알려주었기 때문에 그들도 저를 더 이상 붙잡고 있지는 못했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 사건에 대한 재판과 이후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가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완전히 혐의가 풀린 것은 아닙니다. 또 무엇을 만들어 낼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더욱 강력한 투쟁을 해야 합니다. 저의 사건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분노하고 일어서야만 됩니다.

저를 구해주십시오. 아니 우리 모두를 구해주십시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모두 피해자입니다.

내 휴대폰이 추적당하고, 내 이메일이 강제 수사되고, 내가 인터넷에 게재한 모든 글들이 파헤쳐져 새로운 사건을 만들어 냅니다.  더욱 강력하게 투쟁해서 이 공안정권을 분쇄합시다.

7월 10일 늦은 3시반에 제가 다니는 건국대학교에서 '대학생 대표자 기습 연행 규탄! 공안정권 분쇄 대학생대회'를 진행하려고 합니다. 모입시다. 우리의 힘으로 이 공안탄압을 분쇄합시다. 저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아니 우리 민중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투쟁합시다.

풀려나고 나서 마음이 복잡합니다. 가슴 아프셨을 부모님, 정말 고생많았던 주변 친구들…. 앞으로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저를 석방시키기 위해 노력한 모든 사람들을 생각하며 더 열심히 싸우겠습니다. 그간 충격을 씻고 다시 기운 차려 7월 10일 건강한 모습으로 뵙겠습니다.


태그:#신 공안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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