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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광고는 이명박 정권 들어 2년째 0원입니다."

늘 살펴보고 글을 써왔던 공간이지만 오늘은 느낌이 서먹하다. 마치 사랑하는 사이와 이별을 준비하는 듯한 인상 때문이다. 한 꼭지 기사가 너무 무거워 보인다. 오연호 대표기자가 쓴 '여러분께 <오마이뉴스>는 무엇입니까? 월 1만 원이 아깝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란 글은 읽고 또 읽어보게 한다.

그런데 기사를 읽어 내려갈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시야가 자꾸만 흐려진다. 설마 했는데 이럴 수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한 걸까. 민주주의를 지키고 확장해나가는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히 전달하고자 가장 노력했던 언론에 대한 정부 광고가 거의 제로라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 이 충격적인 기사에선 깨어 있는 시민, 살아 있는 민주주의가 점점 우리 곁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음이 자꾸만 읽힌다. 그 이유는 뭘까.  

미디어법도 모자라 정부광고, 보수성향 매체에 집중?

지난 2일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정부광고'가 보수성향의 매체와 단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한국기자협회보>의 보도를 접할 때만 해도 이렇게 충격이 크진 않았다. 그건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기 때문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최문순 의원(민주당)이 지난 1일 한국언론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정부광고 집행 현황'(2008년 2월~2009년 6월)을 분석한 결과, 보수성향의 매체와 단체 등에는 정부광고가 집중되는 반면 정부·여당의 언론법 개정 등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매체에 대해선 정부광고 배정이 중단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디어법 등으로 보수언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도 모자라 정부광고를 편중적으로 지원해 오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한국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최문순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보수성향의 인터넷신문 중 <뉴데일리>가 7550만 원으로 가장 많은 정부광고를 받았으며 <데일리안> 6565만 원, <프런티어타임스> 4370만 원, <디지틀조선> 4110만 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는 것.

반면 진보적 성향의 인터넷 매체들은 정부광고와는 담을 쌓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프레시안>은 이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정부광고도 받지 못했고, <미디어오늘>은 지난해 220만 원을 수주하는 데 그쳤으며 <오마이뉴스>도 이 정부 들어 중앙정부 광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기자협회보>는 이 같은 사실 외에도 "<기자협회보><미디어스><미디어오늘><PD저널> 등은 지난해 중앙행정기관 광고를 각각 5백만, 3백만, 6백만, 550만 원을 수주했으나 올해 상반기엔 전무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큰 문제다. 미디어법을 고수하고 있는 정부와 여당은 특정 매체만을 위해 존재하려는 듯 애써 각인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한쪽 날개를 꺾으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보수 날개만 키우고 진보날개는 아예 포기하면서까지 도대체 어디로 비상하고자 하는 걸까.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오연호 대표가 쓴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 대한민국 특산품... 오연호 대표가 쓴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 휴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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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희망의 바다로 보였던 것은 '모든 시민이 기자'인 인터넷 신문을 영향력 있게 만든다면 왜곡된 한국의 여론시장을 바꿀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문득 오연호 대표가 쓴 책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뉴스> 내용 중 한 구절이 문득 머릴 스친다. 2000년 2월 상근기자 4명으로 시작해 2004년 7월 60명의 식구들에게 월급을 준 주인공의 절절한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책이다. 가끔씩 이 책을 보노라면 한 편의 신화나 무협지 같은 느낌을 받곤 했다. 

지역 언론계에선 지금도 많이 읽히고 있다. 통용되는 부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신문 초기 운영자들에겐 모범답안은 아니더라도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필자도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에 몸담고 있으면서 가끔 문제가 꼬일 때마다 책상 위에 올려진 이 책에 손이 가는 버릇이 생겼다.

특히 인터넷신문을 창간하려는 이들에겐 많은 조언과 지침들이 가득 들어 있어 가이드북과도 같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새 인터넷신문을 성공적으로 창간할 수 있을 것인가?'란 고민이 구석구석에 담겨 있어 더욱 진지하고 흥미를 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언론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인터넷 사이트가 성공하려면 네티즌들에 의해 저절로 널리 알려져야 한다. 우리는 그것을 네티즌 혁명이라 부른다"는 오 대표의 명제엔 큰 변함이 없는 것 같다. <오마이뉴스>의 창간은 '모든 시민은 기자다'는 모토를 전면화시킨 것이지만 이 역시 쌍방향 저널리즘 시대를 미리 예견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도 생생하다. 2000년 10월 YS의 고대 앞 농성을 17시간 동안 현장중계한 것이며, 2001년 경기도 화성군 매향리에 한 명의 기자가 33박 34일 동안 상주하면서 미군 폭격장의 환경파괴 실상을 전달한 선택과 집중의 전술은 지금도 가슴 깊숙이 와 닿는다. 물론 민주주의를 확장하고 수호하기 위한 그 전술(?)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오연호,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이 머리를 짓눌렀을까?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 오연호 대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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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뉴스는 기자를 발로 뛰게 하지만, 더 좋은 뉴스는 기자의 가슴까지 뛰게 한다'는 오 대표의 말은 절실하게 피부로 와 닿는다. 인터넷신문이 살 길은 쌍방향성 외에도 속보성, 굳어버린 공식을 파괴하는 데 있다는 것을 누구나 알면서도 정작 실천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오마이뉴스>는 이를 실천했기 때문에 오늘날 대한민국 특산품으로 손색이 없다.

"오마이뉴스가 창간 후 2년 동안 광고부가 없었다. 광고는 내가 거의 전담했다"는 오 대표의 말은 특히 절절히 와 닿는다. 그럼에도 꾸준히 배너광고를 늘리고 최근엔 오마이스쿨을 운영하면서 나름대로 수익모델을 건전하게 창출해 내는 걸 보면서 참으로 대단한 안목을 지닌 사람이란 걸 느껴왔다.

그런데 오늘 그가 쓴 기사에는 전례 없는 비장함이 가득 묻어난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왔을까. 대충 짐작이 간다. '생존을 위한 두 가지 선택'을 놓고 지금도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그의 글에 물씬 배어 있다.
 
두 가지 선택 중 '시민의 힘으로 해결하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오마이뉴스>를 소비하고 있는 독자 여러분이 <오마이뉴스>를 지속가능한 모델로 만들어주시는 것입니다"란 간절한 호소는 사실 진즉 시도됐어야 옳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함께.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오마이뉴스>는 국내 인터넷 미디어의 산 역사다. 종이신문들이 인터넷 공간을 어지럽게 하는 종속형 인터넷신문이 아닌 독립형 인터넷신문의 탄생과 성장의 최초 장본인이며 증인이란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보존할 가치가 있다. 시작부터 함께한 시민들이 나서서 이젠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오마이뉴스>, 새로운 의제설정 모델 '의제파급(agenda rippling)' 낳아

둘째, 2000년 <오마이뉴스>의 등장 이후 인터넷 매체는 기존 언론매체와 함께 언론의 주요 기능인 정보 전달과 여론형성은 물론 새로운 형태의 저널리즘, 즉 독자와의 쌍방향성, 멀티미디어 기능을 수행하면서 영향력 있는 언론매체로 급격히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이는 한국 현대 언론사의 대단한 족적이 아닐 수 없다.

기존 언론사의 일방향적 커뮤니케이션에 비해 독자들이 질문을 한다거나 뉴스 제보, 특정기사 비판, 하이퍼링크나 검색엔진을 통해 관련기사 찾기 등 기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독자들간의 정보공유를 가능케 했다. 기존의 독자 혹은 수용자 등 수동적인 의미가 적극적인 독자의 의미로 바뀌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현상은 특히 젊은 세대, 주부 등 그동안 소외된 언론 수용자들의 사고방식과 맞아 그들의 참여와 이용을 더욱 증가시켰다. 이런 과정에서 신문과 방송 등 기성 언론사들의 의제설정(agenda setting) 기능은 상대적으로 미약해졌다. 즉, 언론이 독자들에게 의제설정 기능을 하기보다는 반대로 독자들이 언론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이 더 강해진 것이다. 이른바 의제파급(agenda rippling)의 주도자로 새로운 유형의 의제설정 모델을 낳은 것이다.   

셋째, 2002년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진 두 여중생의 억울한 최초 사연부터 한 시민의 제안으로 발화되기 시작한 촛불확산, 연예인 X파일,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진위여부, 부실도시락 파문, 개똥녀 사건 등에서 드러난 발 빠르고 끈질긴 <오마이뉴스> 보도는 한국 사회에서 신문과 방송 등 기성언론이 더 이상 의제설정과 확산의 주인공이 아님을 증명해 주었다.   

수많은 시민기자들은 기존 언론들의 취재 영역 밖에 있는 사건들이나 이슈들을 다루기도 하며 기존 언론들이 다루는 문제에 대해서도 논리적인 비판과 분석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인터넷신문은 이제 TV보다도 빠르게 뉴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용과 신뢰도 측면에서 신문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지금도 수많은 일반 시민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글들을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있다.

<오마이>, 척박한 풀뿌리 지역언론 토양에도 큰 '물줄기'

넷째, 독립형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의 새로운 시도와 지속적인 성장은 척박한 지역언론의 토양에도 큰 물줄기가 됐다. 꾸준히 씨앗을 뿌리며 풀뿌리 언론을 지향하는 인터넷언론이 부쩍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열악한 재정상태와 수적인 인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지방언론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방정부 및 토호 등 권력과 맞서 비판적 기사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서면서 지역신문과 방송은 물론 인터넷신문들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인터넷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지하고 많은 법안들을 내놓고 있다. 인터넷 실명제에서 시작해 포털을 신문법에 넣어 규제하는가 하면, 한 발 더 나아가 '사이버 모욕죄' 신설에 이어 비판적인 인터넷신문들에 대한 정부광고 중단 및 제한조치 등은 치졸하기 짝이 없다.

미디어법 강행과 신문고시 폐지방침이 일면서 서울의 과점 보수신문들의 불공정 판촉행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신문들간 광고 및 판매경쟁은 더욱 치열해만 가는 상황이다. 지역 인터넷신문들은 이러한 틈바구니 속에서 전례 없이 고전하는 국면을 맞고 있다.

최근 보수언론에 대한 정부광고가 증가하고 진보 또는 비판적 언론에 대한 정부광고가 줄자 지역의 풀뿌리 언론에 대한 지원마저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지역신문 발전지원 특별법이 2010년까지만 시행되는 한시법이고, 정부와 여당이 지역언론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에 더욱 초조하기만 하다. 꿈과 희망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지역 인터넷신문들은 자발적인 후원회원 등을 모집하여 재정을 충당하고 있지만 유동성이 심해 여의치 못하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인터넷 광고는 생각했던 것만큼 광고시장에서의 비중이 크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 인터넷신문들이 시작하고 있는 수익모델은 유료화이다.

살아 있는 민주주의, 무엇보다 깨어 있는 시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

기존의 독자들이 떠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존에 무료로 제공하던 기본적인 뉴스는 그대로 유지하되 고급 정보나 이전기사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유료화 작업을 추진하는 곳이 더러 있다. 그러나 성공모델은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결국, 국내 독립형 인터넷신문은 10년 역사를 코앞에 두고 큰 위기다. 맏형격인 <오마이뉴스>의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 모델이 가장 큰 관심사다. 지속적으로 운영해나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정부광고 지원을 받기 위해 무비판적인 기사를 생산해 낸다면 이는 언론공해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온 독립형 인터넷 언론이 겪고 있는 위기를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좀 더 적극적으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시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오늘도 <오마이뉴스>를 방문해주시고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실 1백만 독자 여러분, 여러분에게 <오마이뉴스>는 무엇입니까? 여러분이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제대로 살겠습니다."

오 대표의 절절한 호소 이면엔 쓰라린 번민이 감춰져 있음이 읽힌다. "독자 여러분,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 여러분. 여러분을 믿습니다. 저희랑 함께 혁명을 제대로 한 번 해보지 않으시렵니까?"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이다. 많은 자발적 참여가 있으리라 믿는다. 살아 있는 민주주주는 깨어 있는 시민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이미 <오마이뉴스>가 2000년에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태그:#오연호, #오마이뉴스, #살아 있는 민주주의, #깨어 있는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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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가 패배하고, 거짓이 이겼다고 해서 정의가 불의가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성의 빛과 공기가 존재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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