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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이라는 잣대를 놓고 영화와 드라마를 비교할 때 일반적으로 영화가 드라마보다 더 예술적인 장르로 여겨진다. 공적 매체인 텔레비전을 통해 공급되고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드라마에는 그만큼의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술과 제약의 관계는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의 관계이고 공존할 수 없는 커피와 숙면의 관계다. 반면에 영화는 관람 등급으로 작품의 수위가 나뉠 뿐, 제재가 거의 가해지지 않는 장르로서 일반적으로 드라마보다 더 예술적인 장르로 여겨진다.

 

상영 당시 820만 관객 몰이를 하며 인기를 끌었던 영화 '친구'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하 친구)'이 4회째 방영되고 있다. 영화 속 명대사 "니가 가라, 하와이"를 1회 초반부에 배치한 파격적인 설정부터 원작보다 리얼한 과거 재현까지, 원작과의 비교를 통해 드라마 친구의 흥미 요소를 찾아보고 작품을 분석해보자. 과연, 드라마는 영화보다 예술성이 덜 하다는 일반의 공식이 이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먼저, 드라마 <친구>의 경우, 충분한 시간과 호흡을 가진 드라마의 장점을 잘 활용하여 인물 개개의 사정을 보여주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예를 들면, 초등학교 때부터 동수(현빈)가 미술을 잘 했다는 사실은 영화에는 없는 이야기다. 성적순으로 반장까지 맡았다가 담임의 가정방문 후 반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그 후로 '삐딱선'을 타기 시작했다는 진숙(왕지혜)의 사정도 영화 속 진숙(김보경)에게는 없는 사정이다.

 

사실, 사람은 누구도 단편적이지 않다. 영화에서는 '부산고 2인자' 혹은 '양아치'로 다소 단순히 표면화되었던 동수에게 미술을 잘 하던 소년, 즉 섬세한 인간형이 첨가되면서 시청자는 드라마 속 동수에게 애잔한 시선을 품게 된다. 가족과 함께 2층 집에서 사는 게 꿈이라는 드라마 속 진숙의 소박한 꿈 역시 그녀의 이면을 드러내면서 보는 이의 애틋한 시선을 산다. 드라마는 이렇듯 시청자의 다층적인 감수성을 자극하면서 영화보다 좀 더 깊이 있는 재미를 선사한다.

 

동수, 준석, 상택, 중호 이 네 친구들의 우정은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다. 깊고 진한 우정이 부각될수록, 후에 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오면서 극의 의도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 점에 있어서 드라마는 단연 영화보다 낫다. 드라마 제목을 '우리들의 전설'이라고 한 것도 전설과도 같은 이들의 우정을 부각시키겠다는 암시일 것이다.

 

드라마는 매 회 초반 십여 분을 빠른 진행 속도로 현재를 보여주는 데 할애하고 나머지 시간을 과거를 비추는 데 할애한다. 긴 시간 동안 과거를 비추는 만큼, 친구들이 축적한 우정의 깊이는 더 잘 현현된다. 시청자는 우정의 깊이를 공감하면서 후에 일어나는 비극에 대해 영화를 볼 때보다 더 많이 안타까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능력에 있어서도 드라마 친구는 원작보다 뛰어나다. 뿐만 아니라, 향수를 자극하는 중에 코믹이 유발되어 웃음을 자아내기까지 한다. 디제잉을 하는 중호(이시언), 그를 따르는 호걸들, 선생님을 짝사랑하는 은지(정유미), 떡볶이집 오빠, "어텐션", "바우" 등  영화에는 없는 이런 추억의 요소들이 재미를 더한다. 롤러장에서 성애(배그린)와 중호의 댄스 장면이나 계곡을 찾아 떠나는 무리의 모습 또한 젊은 층에게는 아날로그적 낭만에 대한 동경과 부러움을, 중년층에게는 그것에 대한 추억을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추억을 아련하게 담아내는 이와 같은 전개는 드라마 초반 과도한 모자이크 처리로 빈축을 샀던 이 드라마의 결점을 상쇄한다.        

 

뿐만 아니라 레인보우로망스의 공연은 원작에 비해 한층 더 관능적이었고 성애, 은지 등 개성있는 인물의 투입으로 재미가 부가되고 스토리는 더욱 다각화되었다.   

   

이 드라마를 보는 재미는 무엇보다도 이렇게 원작과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에서 가장 잘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친구'의 경우 드라마가 영화보다 재미의 측면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더 낫다고 생각한다. 친구는 예술성에 관한 드라마와 영화 사이의 일반론에서 예외적인 작품이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태로 볼 때, 드라마가 영화보다 탄탄하고 설득적이며 필연적이다. 게다가 드라마 결말에는 드라마만의 반전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니 그 반전까지 더해, 드라마 친구가 원작에 비해 손색없는, 아니 더 훌륭한 작품으로 남아주길 기대한다.    


태그:#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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