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백용호 국세청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오는 8일 열린다. 지난 1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인사청탁 의혹 등으로 퇴진한 이후 6개월여 만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백 후보자는 국세청 역사 43년 만에 처음으로 학자 출신 외부인사다.

 

이번 청문회의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백 후보자가 과연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세정당국의 수장으로서 도덕성과 청렴성을 갖추었느냐다. 서울 강남 아파트와 경기도 땅 거래 등으로 불거진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시절 겸직으로 거액의 수입을 올린 경위 등을 풀어야 한다.

 

또 하나는 백 후보자가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다. 이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백 후보자는 시정개발연구원장과 대통령 당선자 시절 인수위원, 공정거래위원장 등을 지냈다.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마지막으로 국세행정에 대해선 전혀 경험이 없는 백 후보자가 2만 명이 넘는 국세청 인력을 상대로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개혁해 나갈 수 있을지 여부다. 특히 전직 국세청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파면당한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 복직 여부와 향후 국세청 인사와 조직 개혁 방향도 청문회에서 논란이 일 전망이다. 

 

[쟁점 ① 도덕성] 강남 아파트와 오피스텔, 경기도 땅 거래를 둘러싼 의혹들

 

우선 백 후보자의 도덕성과 관련해선, 그를 둘러싼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의원들과 후보자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7일 국세청이 김종률 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1990년 이후 백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월까지 백 후보자와 부인인 조아무개씨는 서울 강남에 아파트와 오피스텔을 각각 2채씩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백 후보자가 살고 있는 서초구 신반포아파트(132.94㎡, 40평)는 지난 98년 3월에 3억2000만 원에 샀고, 현재 시세는 11억7000만 원에서 12억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투기 논란이 일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아파트(71.76㎡, 21평)의 경우는 백 후보자의 부인인 조아무개씨가 지난 2000년 3월에 3억 원을 주고 사들였다. 1억5000만 원의 전세를 안고 있으며, 실제 매입에 들어간 돈은 1억5000만 원이었다.

 

조씨가 아파트를 구입하던 2000년 2월께부터 강남 개포동 아파트 일대에 재건축 기대감과 함께 투기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었다. 현재 시세는 12억4000만~12억7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후보자 부부는 또 서울 강남 역삼동에 각각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다가, 지난 2007년과 지난해에 잇달아 매각했다. 이들 오피스텔은 서울 강남 테헤란로 대로변과 역삼역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현재는 개인사업자와 금융회사가 각각 사용하고 있었다.

 

만 14세 아들 위해 강남 재건축 아파트 구입?

 

백 후보자는 7년여 오피스텔을 가지고 있으면서, 별다른 임대수익을 신고하지 않았다. 조씨도 11년동안 소유하고 있었지만, 임대수익을 신고한 것은 1년 10개월(2005년 10월~2007년 8월)뿐이었다.

 

백 후보자쪽은 "해당 오피스텔은 외부인에게 따로 임대하지 않고, 각자 연구실로 사용했기 때문에 임대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투기 의혹은 최근에 매각한 경기도 용인시 땅이다. 조씨가 지난 2001년 11월 29일 사들인 이곳은 애초 임야로 돼 있다가, 곧이어 대지와 도로 등으로 바뀌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기획부동산 업체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백 후보자쪽은 용인 땅 매각으로 3억43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백 후보자쪽에선 개포동 아파트은 "아들을 위해 미래 준비 차원에서 투자한 것"이며, 경기도 땅은 "해당 토지에 노후를 대비해 집을 짓고 살려고 했지만, 시정개발연구원장 등으로 발령이 나서 하지 못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비치고 있다.

 

하지만 강남아파트를 매입했을 당시 백 후보자의 장남이 만 14세에 불과한 점이나, 용인 땅의 매입 이후, 해당 토지의 용도 변경이 곧바로 이어진 점 등을 볼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전하다.

 

김종률 민주당 의원은 "백 후보자가 신고한 재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을 통해 얻은 것들"이라며 "부동산 투기를 바로 잡아야 할 국세청장이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 자체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1990년 이후 백용호 후보자 가족의 부동산 매매현황

소유자

소재지

종류

면적(㎡)

취득일자
(매입금액)

양도일자
(매각금액)

비 고
(차익규모)

백용호
(본인)

서울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아파트

107.32

1989.3.23
(5900만원)

1995.2.20
(1억3200만원)

7300만원

서울 서초구 우성아파트

아파트

127.01

1995.3.2
(1억8900만원)

1996.3.13
(1억9100만원)

200만원

경기 고양 일산백마아파트

아파트

201.87

1995.4.8
(1억7500만원)

2000.2.22
(1억5800만원)

-1700만원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 한양아파트

아파트

137.08

1997.3.19
(1억7900만원)

1998.3.25
(1억8300만원)

400만원

서울 서초구 신반포아파트

아파트

132.94

1998.3.9
(3억2000만원)

현재
보유중

 

서울 강남구 역삼 아남타워

오피스텔

78.02

2001.4.6
(1억3800만원)

2008.7.24
(1억4700만원)

900만원

조아무개
(배우자)

충남 부여 외산

대지

572.00

1990.9.14
(100만원)

1991.9.19
(100만원)

0원

서울 강남구 역삼 성지하이츠3차

오피스텔

65.51

1996.6.24
(8200만원)

2007.8.16
(1억3800만원)

5600만원

서울 강남구 개포 주공2차

아파트

71.76

2000.3.27
(3억원)

현재
보유중

 

경기 용인시 수지

대지
/도로

625.00
/125.00

2001.11.29
(2억4600만원)

2009.6.16
(5억8900만원)

3억4300만원

경기 용인시 수지

도로

6.00

2002.10.15
(100만원)

2009.6.16
(100만원)

0원

 

직원들은 겸직 금지해놓고, 자신은 민간회사 이사와 초빙교수?

 

백 후보자의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재직 시절 겸직 부분도 논란거리다. 지난 2002년 8월부터 3년동안 시정연 원장으로 있으면서, 민간 보험회사의 사외이사와 일부 대학의 초빙교수로 일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들 두 곳으로부터 백 후보자는 모두 780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시정연 복무규정에는 이 같은 대학 출강이나, 타기관 용역, 자문 등에 대해선 원장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 원장 스스로 이 같은 규정을 어긴 셈이 된 것이다.

 

백 후보자쪽에선 "시정연 자체가 재단법인이고, 원장은 별도의 규정을 통해 일을 수행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지난 2005년 서울시의 청계천 발전계획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가 당시 서울시 부시장을 비롯해, 도시국장, 시정연 수석연구원에게 불법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나 구속되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7일 백 후보자에 대한 공개질의서에서 "백 후보자는 당시 시정연 원장으로 있으면서, 서울시의 요청대로 청계천 고도제한을 완화하는 개발 계획을 마련, 시행됨으로써 부동산 개발업자가 큰 이익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송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팀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국세청장에 대한 도덕성과 청렴성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매우 높다"면서 "백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 의혹뿐 아니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시절의 겸직 논란과 함께 자신 연구기관의 고위간부가 직권남용과 뇌물수수로 처벌 받았는데 (백 후보자는) 상관으로서 어떤 법적, 도의적 책임을 졌는지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 ② 중립성] S라인(서울시청), MB 최측근으로 국세청 독립 가능할까?

 

백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과 함께 이번 청문회에선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 여부도 쟁점이다.

 

무엇보다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국세청장 후보자가 됐다는 것을 두고, 공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은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참여정부와 직간접적인 기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였고, 특히 심층세무조사라는 이름을 빌어 태광실업 등에 대한 정치적 표적 조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게다가 금융시장 전문가인 백 후보자는 세무행정에 대한 경험이 전혀없는 데다, 오랫동안 이 대통령과 친분을 쌓아오면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방향을 대변해 온 인물이다.

 

실제 백 후보자는 시정개발연구원장으로 재직할 때, 서울시정과는 연관성이 없는 이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경부운하' 타당성 검토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에 2007년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경선후보가 대선공약 개발에 공공 연구기관을 동원한 의혹에 대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하기도 했다. 이 후보가 경찰의 수사를 받게 되자, 백용호 당시 원장은 경찰 진술에서 "(해당 경부운하 연구는) 내가 지시한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백 후보자의 진술 등을 토대로, 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처리했다.

 

이 같은 비판을 염두에 둔 듯, 백 후보자는 청장 내정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이기 때문에) 오히려 소신과 원칙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며 "국세청은 권력기관이 아니라 징세 행정을 하는 곳"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쪽에선 국세행정에 대한 경험이나 식견이 없는 백 후보자를 내정한 것은, 결국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 하나만을 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참여정부 국세청장을 지냈던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세무)전문성도 없는 사람을 국세청장에 앉힌 이유는 결국 이 대통령의 심복이기 때문 아닌가"라며 "정치권력으로부터 국세청이 독립을 지킬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쟁점 ③ 혁신성] 국세행정 경험없이 2만여 조직을 이끌어 나갈수 있을까

 

이와 함께, 국세청 경험이 전혀 없는 백 후보자가 과연 직원수만 2만 명이 넘는 거대한 조직의 수장으로 제대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느냐도 의문이다.

 

이송희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팀장은 "국세청은 다른 어떤 기관보다 자기방어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국세행정 경험이 거의 없는 후보자가 세무행정의 수장으로서 업무 수행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검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섭 의원도 "백 후보자 말대로 국세청을 권력기관이 아닌 국민 봉사기관으로 바꾸기 위해선 조직에 대한 혁신이 필요하다"면서 "후보자에 대한 이 같은 혁신성에 대한 검증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 후보자는 이미 청와대 등에서 마련된 '국세행정개혁방안'을 토대로 대대적인 국세청 조직 개혁에 나설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에는 국세청에 대한 별도의 외부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인사와 세무조사 등에 대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담을 예정이다. 구체적인 추진내용과 방향 역시 이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지난 5월 국세청 내부게시판에 전직 청장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가 파면조치를 당한 김동일 전 나주세무서 계장에 대한 복직 여부에 대해서도 백 후보자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후보자 스스로 이번 청문회를 통해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것"이라며 "또 향후 국세행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구상도 소신있게 말씀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백용호, #국세청장, #인사청문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