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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를 둘러싼 경찰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작년 촛불집회부터 지난 5월 등록금 인하 촉구 집회까지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을 이유로 각 대학 총학생회 대표자들에게 소환장을 남발하고 있는 경찰이 과거 총학생회 활동을 했던 사회인에게도 수년이 지난 일을 문제 삼아 구속하고 있다.

 

경찰이 촛불집회 당시 불법·폭력 시위를 벌인 혐의로 건국대 하인준 총학생회장과 이태우 정치대 학생회장, 어광득 생활도서관장을 지난 5일 전격 체포한 것 역시 이런 심상치 않은 행보 중 하나다. 

 

지난 5월 21일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어제(5일) 자택 등 서울시내 곳곳에서 이들을 연행했다. 그러나 건국대 총학생회는 "이들이 이와 관련해 소환장을 받은 적이 없고, 대간첩 조사를 주로 하는 홍제동 경찰청 보안국 대공분실로 연행됐다"며 공안탄압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건국대 이소정 부총학생회장은 6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택에서 연행된 어광득 생활도서관장의 경우 소환장이 발부됐다면 (그 사실을) 몰랐을 리가 없다"며 "경찰이 자세한 혐의는 조사를 진행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어떤 혐의를 엮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표했다.

 

경찰,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장 남발... 체포 시도

 

앞서도 경찰은 지난 6월 19일 체포영장 없이 현재 대학생 반독재투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고려대 정태호 총학생회장을 연행하려다 주변 시민들의 제지로 실패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등록금 인하 촉구 전국 대학생 대회 당시 집시법 위반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받은 상태다. 

 

또 경찰은 지난달 30일 민주노동당 학생위원회 연대사업국장으로 활동 중인 고려대 황규철씨를 민주노동당 중앙당사 앞에서 연행하려다 실패했다. 황씨는 용산참사 집회 참가를 이유로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생연합 관계자는 "이미 이원기 한국대학생연합 의장(부산대 총학생회장)과 박해선 서울대련 의장(숙명여대 총학생회장), 문소영 북부대련 의장(덕성여대 총학생회장)에게도 정 회장과 같은 이유로 3차 소환장이 발부됐고 이미 기간(6월 19일)이 끝나 수배 상태나 다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건국대 총학생회장 등의 혐의는 지난 5월 등록금 인하 집회 관련 집시법 위반이 아닌 작년 촛불집회 관련 집시법 위반으로 알고 있다"며 "경찰이 1년도 넘은 불분명한 일을 가지고 건국대 총학생회장 등을 연행한 것은 단순한 집시법 위반 혐의 체포가 아닌 것 같다,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학 졸업한 사회인도 3년 전 집회참가 문제 삼아 구속

 

한편, 현 대학 총학생회 관계자만이 아니라 대학을 졸업한 사회인들도 경찰의 '공안몰이'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8기 의장을 역임한 이희철씨를 지난 6월 13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연행한 데 이어, 6월 24일엔 2006년 서총련 의장(홍익대 총학생회장)을 역임한 김하얀(29)씨를 국보법 위반 및 2006년 한미FTA 반대집회 등 집시법 위반 혐의로 연행했다.

 

특히 김씨의 경우 서총련 의장 활동 당시 소환장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었고 졸업 후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다.

 

황순원 한국진보연대 민주인권국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찰이 지금과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지난 4월 각 지방경찰청과 일선 경찰서로 하달된 '안보위해 사범 100일 수사' 계획과 관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6일 국내 간첩 및 안보위해 사범 검거를 위해 '안보위해 사범 100일 수사'를 진행 중이며 수사 대상은 ▲ 인터넷 친북 게시물 게재 ▲ 이적단체 구성 ▲ 간첩행위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황 국장은 "현재 경찰의 보안수사대가 전국 35개소가 있는데 과반수 이상이 1건의 실적도 못 올린다"며 "이에 경찰이 공안라인 위축을 막기 위해 과거 학생운동 전력, 집시법 위반 등을 이용해 건수를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인권단체연석회의·한국진보연대·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이 연대체를 꾸려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며 "오는 14일 정도에 100일 수사 동안 경찰이 연행 체포한 사건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보안수사대의 구성·인력·재정이 얼마나 허구적인지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태그:#대학생, #공안탄압, #국가보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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