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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리 마을 들머리. 국방부에 항의 표시를 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현리 마을 들머리. 국방부에 항의 표시를 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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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몰아내는 것이 주민을 위한 것이냐!'

마을 들머리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띄는 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었다. 경기도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 여느 농촌과 다름없어 보이는 마을은 국방부의 훈련장 확장 계획에 따라 강제 매입되고 있다. 햇수로 13년째,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오현리 주민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서울여대 평화농활대와 함께 오현리를 방문했다. 농사짓는 땅에 포탄이 날아올 정도로 주민 피해가 심각한 마을이지만 외부인이 보이면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농활대에 '평화'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그 때문이다.

3년째 오현리에 거주 중인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 소장은 "훈련장에서 외부 여론을 의식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주변을 행진하는 것만으로도 마을이 평화로워진다"고 말했다. 때마침 경찰차가 주변을 지나갔다. "마을에 외부인이 올 때마다 경찰이 순찰을 도는 것"이라고 마을 주민은 설명했다.

   오현리 주민이 마을 주변을 살피고 있다.
 오현리 주민이 마을 주변을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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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시작은 국방부가 1996년 무건리 훈련장, 비암리 훈련장, 노야산 훈련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권역화 훈련장 계획을 세우고 오현리 일대를 확장부지로 편입하면서부터다. 집수리조차 군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게 하는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를 제약하는 동시에 인근 지역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협의 매수를 진행한 것이다.

국방부는 이어 협의매수에 응하지 않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기 시작했다. 2008년 5월 강제수용을 위한 보상계획을 공고한 뒤로 오현리 일대 토지 강제 매입은 차례차례 진행 중이다. 강제매수 업무를 수탁한 토지개발공사는 주민들의 동의 없이 강제 매입할 토지를 감정평가 했다. 남은 것은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법원에 공탁을 거는 일뿐이다. 공탁을 막지 못하면 오현리 주민들은 갈 곳을 잃는다.

농활대 학생들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둘러봤다. 자전거는 철조망을 둘러친 훈련장과 산 능선이 끝없이 펼쳐진 풍경 가운데를 달렸다. 오현리 일대는 백로 서식지로도 유명하다. 날아가는 백로 무리를 목격한 학생들은 그 자리에서 탄성을 질렀다. 농활대에 참가한 황예슬씨는 "서울 근교에 이런 곳이 있다니 놀랍다. 그리고 국방부가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군사 훈련장으로 만들 생각을 한다니 더 놀랍다"고 말했다. 훈련장 확대로 갈 곳을 잃는 건 마을 주민들뿐만이 아니었다.

   마을과 맞닿은 군부대의 철조망.
 마을과 맞닿은 군부대의 철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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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리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축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생업을 유지하기 어렵다. 대부분 노령자이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찾기도 힘들다. 이용남 소장은 "논을 판 돈으로 마을을 떠난 사람이 분양 사기를 당해 무일푼이 된 경우도 있다"며 "노인들이 고향을 떠나는 건 그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 소장과 얘기를 나누는 서울여대 평화농활대 학생들.
 이용남 현장사진연구소 소장과 얘기를 나누는 서울여대 평화농활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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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건리 훈련장은 주한미군이 한국군보다 더 자주 사용하는 곳이다. 국방부의 훈련일수 180일 가운데 91일을 미군이 사용한다. 2002년 6월에 발생한 두 여중생 압사사건은 이곳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을 마친 미군 장갑차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미군은 무건리 훈련장을 '트윈 브릿지'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미군을 위한 훈련장 확대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현장사진연구소의 전시 사진을 살펴보는 서울여대 평화농활대 학생들.
 현장사진연구소의 전시 사진을 살펴보는 서울여대 평화농활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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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살고 싶다"는 평범한 소망을 위해 오현리 주민들은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다. 평생을 농사만 짓던 농민들이 국방부의 일방적 행태에 맞서는 방법은 맨몸뿐이다. 힘겹게 싸우는 주민들을 위해 함께 할 국민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밭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마을 주민과 평화농활대 학생들.
 밭에 허수아비를 세우는 마을 주민과 평화농활대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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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현리 마을 들머리에 세운 허수아비.
 오현리 마을 들머리에 세운 허수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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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오현리, #무건리훈련장확대, #국방부, #주한미군, #서울여대평화농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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