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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3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8000여 명이 비정규직 개정 저지와 쌍용자동차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발언은 주로 비정규직 문제과 쌍용자동차 사태에 집중됐다. 앞서 이날 노동자대회 무대에 선 선명희 보건의료노조 보훈병원지부 조합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민생행보 소식이 담긴 신문을 들고 나와 "비정규직 문제가 정말 민생이다, 이 대통령이 이건 뒷전에 밀어놓고 방관하고 있다"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다음과 같이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

 

"영양실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정규직이 될 거라고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1년짜리, 2년짜리 계약서를 쓰다가, 2009년 와서는 3개월 계약서를 쓰고 4월 들어서 2개월 계약서를 썼다. 5월 말에 한달짜리를 쓰라고 하더라. 한 달만 일하라는 뜻이다. 계속 일해야 한다고 한시간 반 통사정을 했는데, 정말 미안하다고 보훈병원이 아니고 그 위에서 결정한 일이라더라. 공기업선진화 때문이라더라. 못 쓰겠다고 했더니 내일부터 출근 못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계약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저는 (해고되어) 오늘 이 자리에 서고 말았다.

 

7월 1일 신문을 보니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 부속실장을 임명했다는 소식이 나왔는데, 그 글을 보고 참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리는 직장을 잃었는데 꼭 그날 임명했어야 했나. 그리고 2일 이명박 대통령이 하신 말씀이 '고용유연화'였다. 저희는 길거리에 내몰렸는데 대통령이 이런 때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된다. 그래도 앞으로 울지 않겠다. 내가 대성통곡을 해서 아이들이 많이 놀랐다. 이런 모습만 보여줘서는 안 될 것 같다. 복직 될 때까지 당당한 모습 보여주겠다고 우리 아이들에게 약속했다. 끝까지 싸우겠다."

 

"2년 전에는 비정규직법 반대한 사람은 단 9명이었는데..."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지난 17대 국회 법사위에서 제가 비정규직법 통과하면 안 된다고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부탁도 있으니 통과시켜야 한다'고 한 사람이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다"면서 "당시 비정규직법은 수많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찬성해서 통과됐고 막으려고 싸운 사람은 (민주노동당 의원) 9명뿐이었다"고 꼬집었다.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역시 "우리가 파업투쟁하면서 반대해도 훌륭한 법이라고 통과시킨 저들이 지금 와서 '유예하자'고 호들갑을 떨고 있다"면서 "지금 유예하고 나중에 (유예기간이 끝나면) '사유제한'과 '동일노동 동일가치'를 명문화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박금석 쌍용차노조 투쟁실천단장은 "가장 힘든 것은 20년 넘게 친구와 선배로 매형과 처남으로 일하던 동지들이 서로 쇠파이프를 들고 마주보게 하는 사측의 행태"라고 말했다. 그는 "인륜을 어기게 만드는 이 상황이 너무 참담하다"면서 "노동자들이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이 이명박정부의 새 노동정책이라면 우리는 끝까지 싸워서 이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정아 쌍용차 가족대책위 대표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선크림을 아무리 발라도 살이 타들어가는 날씨에 우리 남편들 1000여 명이 44일째 현장에서 투쟁을 벌이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족들이 남편 얼굴, 아빠 얼굴 한번 보게 해달라고 사정을 해도 들여보내주지 않는다"고 "그런데 사측은 며칠 전 단수를 시도하더니 이제 단전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은 "총파업과 총력투쟁 과정에서 어쩌면 노조 몇 개가 흔적도 없이 박살날 지도 모른다"면서 "대통령 같지도 않은 대통령, 정부 같지도 않은 정부에 맞설 조직은 민주노총이다, 반드시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결의를 밝혔다.

 

임 위원장은 "보수정당들은 현행법의 유일한 긍정적 요소인 '정규직화'에는 아무 관심이 없다"면서 "비정규직법 개악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즉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쌍용자동차 사태와 관련 "벌써 3명의 노동자가 죽음의 이르렀다, 가장 크게 책임져야할 자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라면서 공적자금 투입 등 회생방안 마련을 요구했다.

 

여당 원내대표실에 항의전화하고, 산업은행에 계란 던지고...

 

한편 이날 대회 시작에 앞서, 하인리히 니게스만 세계서비스산업연맹 언론서비스섹터 의장도 무대에 서서 "뭉치면 살고 흩어진다, 여러분들의 투쟁을 끝까지 지지한다"면서 국제연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한국의 노동자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들었다, 그 싸움에 함께 하겠다"고 외쳐 박수를 받았다.

 

이날 노동자들은 집회 도중 비정규직법 개정 시도를 규탄하기 위해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실로 항의전화를 거는 항의행동을 펼쳤다. 또한 오후 5시 집회를 마친 뒤 한나라당사 쪽으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한나라당사 앞 골목을 차벽으로 가로막았고 차도에도 경찰병력을 배치했다.

 

노동자들은 차도 맞은편 산업은행을 향해 "쌍용자동차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라"는 뜻으로 준비해온 계란을 던졌다. 이들은 연좌집회를 벌인 뒤 쌍용차 사태와 관련 '정리해고 철회 함께 살자' '공적자금 투입하라' '정부가 교섭에 나가라' 등의 플래카드 100개를 펼친 뒤 오후 6시 20분께 모두 해산했다.


태그:#비정규직, #쌍용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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