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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자료사진).
 정진후 전교조 위원장(자료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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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화 이후 최대 징계위기'를 맞고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아래 전교조)의 수장 정진후 위원장은 2차 시국선언을 놓고 "정부와 전면전을 하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서도 "양보할 수 없는 가치"라고 주장했다.

3일 새벽 5시 검찰은 전교조 본부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전교조 역사 20년 동안 처음 벌어진 일이다.

앞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교조 교사 88명을 중징계하고 41명을 국가공무원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나머지 교사들은 시도교육청을 통해 고발키로 했는데, 강원·경북·제주·충남·대구·부산 교육청이 교육부 방침대로 교사 고발을 시작한 상태다.

전교조는 "검찰이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2차 시국선언을 막기 위해서 압수수색을 펼쳤다"면서 "그러나 예정대로 시국선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2일 오후 2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오는 15일까지 3만 명 규모의 시국선언을 조직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정 위원장은 이 같은 상황을 정 위원장은 이렇게 비판했다.

"교사들은 민주적 질서를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학급운영을 할 때도 아이들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것이 교사들이 가르치는 질서와 기본권이다. 수업 중에 아이들이 질문하는데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정부가 전교조에 하는 것은 질문한 아이에게 꿀밤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시국선언, 법적승산 있다... 징계 흐지부지 될 것"

일단 정 위원장은 "법적으로도 승산이 있고 징계도 흐지부지 될 것이라고 본다"면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교조 시국선언 사례, 최근 다른 교원단체나 국공립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사례들을 볼 때 교사 처벌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각 교육청의 줄고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이 있는 경기도교육청. 정 위원장은 "경기도를 지켜보고 하겠다는 지역들이 좀 있다"면서 "김 교육감이 현명한 판단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내친 김에 최근 논란이 되는 경기도 급식예산 문제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정 위원장은 "국민 여론을 통해서 김 교육감이 확고하게 정당성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육자치가 뿌리내리기 시작하는 단계에서 큰 욕심을 내선 안 된다, 꼭 필요한 한두 가지만 해야 한다"고 김 교육감에게 조언하기도 했다.

교과부는 이번 교사징계는 물론 사교육정책에서도 오락가락 행보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여의도연구소에서 나오는지 교과부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으면서 "이미 교과부는 주도력을 상실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교육관료들도 어디 줄 설지 눈치만 보는 상황"이라면서 "정책 혼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 치유할 수 없는 피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다음은 정진후 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이 인터뷰는 2일 전교조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전교조 회원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정진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전교조 회원들이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변화와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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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기자회견 도중 연행돼 하루 반나절 구속됐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비합(비합법화) 때 빼고는 연행된 적이 없던 것 같다.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암담하더라. 조사하는 수사관들도 어이없어 했다. 곧 그에 대한 법률적 대응도 할 생각이다."

- 전교조가 시국선언을 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왜 이렇게 강경하다고 보는가.
"정부의 수족인 공무원 집단까지 시국선언을 한다면 위기가 온다고 본 것 같다. 이를 차단하려는 목적이 가장 강한 것 아닌가 싶다. 또 하나는 대통령직인수위 시절부터 정부 교육정책 중에 국민 호응을 받은 게 없다. 가장 앞장서서 교육정책에 문제제기하는 전교조를 이 기회에 위축시키려는 의도도 크다고 본다. 그리고 용산참사, 노동현안들, 대운하 등 (정부의 정책실패가) 교육부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다. 여러 번 전교조 팔아서 득을 본 경험이 있어서 그러는지 이번 일을 돌파의 계기로 삼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 교과부로부터 이와 관련된 입장이나 계획을 들은 것은 없나.
"대화가 단절된 것이 이미 오래 됐다."

- 실제로 처벌되어 '시국사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나.
"교사들을 처벌한다면 사법부까지 총체적 불신을 얻게 될 것이다. 심각한 문제다. 그렇게 징계도 못하고 법적 제재도 못하면 정부가 어떻게 되나. 어떤 경우를 놓고 봐도 스스로 바보가 되는 길이다.

법적으로 우리가 승산 있다고 본다. 전교조의 시국선언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이번에 다른 교원단체나 국공립대학 교수들도 시국선언을 했다. 우리의 정당성을 뛰어넘을 반대논리가 사회에서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징계도 교사들만 (위협해) 눌러놓고 흐지부지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내리면 당하고 갇혀야죠. 그게 이 정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교과서와 다른 사회... 학생들의 '가치 혼란'이 진짜 혼란"

-  이 일로 전교조의 사업이나 현안 대응이 밀리는 것 아닌지.
"제일 걱정되는 것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 문제다. 자사고는 이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이다. 등록금·사교육비·학교 서열화 등에 줄줄이 영향을 미친다. 이게 시국선언 때문에 묻혀버리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 그렇다고 전교조의 대응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서울교육청 앞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농성 중이다. 시국선언에도 자사고에 대한 비판이 들어가 있으니 사실상 하나의 사안이다."

- 일선 교사들은 많이 위축될 텐데 2차 시국선언으로 맞불을 놓는 게 승산 있다고 보나.
"학교 관리자들의 (탄압) 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위축되는 분위기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상황을 싸움으로 보지 않는다. 정부와 사사건건 맞붙어서 싸우겠다는 게 아니라, 이건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다가 피해 입는 것은 교사로서 헌신이다.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 민주적 질서를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학급 운영할 때도 아이들 의견을 들어가면서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교사들이 가르치는 질서와 기본권이다. 수업에서 누가 질문하면 무시할 수는 없지 않나. 지금 정부의 태도는 질문하는 아이에게 꿀밤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런 질서가 부정된다면 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생활하겠나."

- 2차 시국선언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나.
"오늘 선언문 발표하고, 최대한 내용을 선전해서 교사들의 판단을 기다려야죠. 1차 시국선언에서 솔직히 1만 명을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많았다. 이번에는 최대한 3만 명이 목표다. 기말고사 기간이라서 바쁘겠지만, 교사들이 이에 대해 생각해줄 것이다. 15일까지 모은 뒤 그 다음 주에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 "교육을 이념의 장으로 만든다"는 비판이 늘 나온다. 학부모나 학생들의 반응은 어떤가.
"여론조사에 나타난 국민들 반응을 봐도 그렇고, 현장에서도 칭찬과 격려가 많다고 알고 있다.

교사들이 학교 현장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는 주장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교사가 가르친 민주주의와 실제 사회현상이 달라서 학생들이 가치의 혼란을 느끼는 것이 진짜 '학교현장의 혼란'이다. 지금 정부는 군사독재 시절을 넘어 전제주의 시절의 교육을 요구한다. 교사가 앵무새처럼 국가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도록 파시즘으로 돌아가게 강요하는 것이다."

"교육마피아들, 누구에게 줄설지 눈치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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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도 교육청의 고발이 시작됐는데, 지역에 따라 대응방식의 차이가 있나.
"앞으로 다른 시도도 다 고발할텐데, 좀 눈치 보는 것 같다. 경기도를 지켜보고 하겠다는 지역들이 좀 있다. 김상곤 교육감 입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다'고 말한 보도를  봤고 그 이상은 모른다. 더 확인하는 것은 부담 주는 것 같다.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것으로 본다.

김 교육감이 얼마나 괴롭고 힘들지 충분히 짐작한다. 국민들 힘으로 (상황을) 뚫고 나가야 한다. 무상급식 예산 삭감 이후에 (김 교육감이) 국민 여론을 통해서 확고하게 정당성을 얻고 있지 않나. 지금의 어려움이 희망이 될 것이다."

- 괴롭고 힘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조언을 한다면.
"지금은 교육자치가 뿌리를 내리는 단계다. 큰 욕심내서는 안 된다. 교육현안에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은 전교조 같은 조직의 역할이다. 교육감은 많은 부분을 다음 사람에게 과제로 남기고, 한두 가지 사안에서 변화할 수 없는 (정책의) 움직임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왜 이런 교육감 필요한지 지역 주민들에게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 첩경이다. 그런 면에서 김 교육감의 무료급식 예산과 혁신학교 정책은 긍정적이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

다음 교육감 선거에서 교육감들의 전면적 교체는 어렵다고 보지만 지금보다 훨씬 좋아질 여건은 있다. 그 희망을 더 넓히는 게 제 역할이다."

- 이번 징계 문제는 물론 사교육 대책을 놓고 교과부의 혼선이 지적된다.
"이 정부의 교육정책이 여의도연구소에서 나온 것인지 교과부에서 나온 것인지 모르겠다. 교과부는 정책 주도권을 이미 상실했다. 이 정부가 교육을 정치논리·경제논리로 보는 것이다. 너무 혹평하는지 모르지만, 지금 교육정책은 아예 없는 지경으로 가고 있다. '교육마피아' 얘기 듣던 관료들은 어디에 줄 설지 보고 있다. 실제적으로 안병만 장관은 허수아비고 (이주호) 청와대 수석이 차관으로 오면 정책이 누구의 의중이라고 생각하겠나. 결국 정책 혼선의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고스란히 돌아가는데, 치유할 수 없는 피해가 된다."


태그:#전교조, #압수수색, #정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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