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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최근 몇 년 사이 남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사진은 전남 함평 모평마을에 있는 한옥이다.
 한옥은 최근 몇 년 사이 남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사진은 전남 함평 모평마을에 있는 한옥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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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남도에 새로운 풍경 하나가 그려졌다.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한옥마을 풍경이 그것이다. 그렇다고 민속촌처럼 박제된 것도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면서 흡족해 하는 '행복마을'이다.

행복마을은 전라남도가 농어촌을 살기 좋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농어촌 주거환경 개선사업. 전남도가 행복마을 조성을 내세우면서 한옥을 보급한 것은 지역을 사람 사는 세상으로 만들자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시키기 위해선 한옥이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한옥은 선조들이 오랜 세월 경험으로 우리 환경에 맞는 주택으로 발전시켜 온 것이기에. 주민 건강을 위해 한옥처럼 좋은 주택이 없고, 마을 경관을 가꿔 사람이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도 한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한옥마을에서 민박을 쳐 주민들의 부가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는 것도 요인이 됐다.

몇 년 전부터 한옥을 보급한 전남도의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한옥마을이 조성되면서 도시사람들이 발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거기에 한옥을 짓고 살겠다며 전입해 오는 인구도 늘고 있다.

한옥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능소화.
 한옥 담장 너머로 고개를 내민 능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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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과 어우러진 한옥풍경에서 옛 고향집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사진은 함평 모평마을 풍경이다.
 돌담과 어우러진 한옥풍경에서 옛 고향집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사진은 함평 모평마을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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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힘입어 수년째 제 자리 걸음만 하던 땅값도 오르기 시작했다. 마을에 관광객이 찾아오고,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 일에 참여하는 등 지역공동체가 복원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일손이 많이 들어가는 한옥의 신축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냈다. 한옥 시공업체와 목재 취급업체가 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됐다. 노령화, 공동화된 농어촌 마을의 이러한 변화를 두고 사람들은 "행복마을 효과"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 사업은 지난 2007년 12월 시작됐다. 전남도는 이 사업을 위해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모두 팔을 걷고 나섰다. 기존 마을에 한옥을 10채 이상 짓거나, 한옥이 20채 이상 들어서는 새 동네를 만들 경우 마을 공공기반시설비 5억 원과 가구당 보조금 2000만 원을 지원했다.

여기에다 한옥발전기금(205억 원)을 확보해 연리 2%로 3000만 원을 빌려주고, 시ㆍ군에서도 추가로 2000만 원을 지원토록 했다. 표준설계도를 만들어 보급하고 한옥건축업의 기업화를 유도하면서 초기에 평당 700만∼800만 원하던 건축비도 400만 원 선까지 낮췄다.

이에 따른 조건은 하나. 한옥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갖춘 방을 따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숙박시설로 활용, 주민소득도 늘리자는 것이었다.

해남 매정마을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진입로가 개설되는 등 마을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해남 매정마을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진입로가 개설되는 등 마을 풍경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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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짓겠다는 농가가 줄을 이은 것은 당연했다. 현재 41개 행복마을에 한옥 172채가 신축됐거나 공사 중에 있다. 올 연말까지 530채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한옥을 짓겠다는 신청이 크게 늘어 지원 대상을 선정하는데 애를 먹을 정도다.

한옥을 지은 주민들은 민박을 쳐 짭짤한 부수입도 올리고 있다. 실제 해남군 삼산면 매정마을의 경우 한옥 16가구에 손님방 57개를 만들어 지난해 가구당 평균 2200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마을주민 최상용(60)씨는 "주말이면 방이 없어서 못 내줄 정도"라고 귀띔했다.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버스승강장이 들어서고 진입로가 개설되는 등 마을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무안 약실마을은 한옥이 보급되면서 외지인의 전입은 물론 부모를 찾는 자녀들도 늘어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무안 약실마을은 한옥이 보급되면서 외지인의 전입은 물론 부모를 찾는 자녀들도 늘어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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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을 타고 외지인들의 귀촌(歸村)도 늘고 있다. 무안군 몽탄면 약실마을의 경우 도시생활에 지친 은퇴자들이 옮겨오면서 27가구 60명이던 주민이 1년 새 37가구 95명으로 늘었다.

주민 박광일(49)씨는 "한옥이 들어선 후 외지인의 전입은 물론 부모를 찾아뵙는 자녀들도 늘어 마을이 활기를 띠고 있다"면서 "올 여름부터 민박을 치면 전원생활에다 부수입까지 생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마을 주변 땅값이 껑충 뛴 곳도 있다. 고흥군 금산면 명천마을 김상우(51)씨는 "행복마을 조성 이후 땅값이 3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전남을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살기 좋은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행복마을 조성사업이 하나씩 결실을 맺으면서 한옥마을이 남도의 새로운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도의 한옥마을은 박제된 게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면서 만족해 한다.
 남도의 한옥마을은 박제된 게 아니다.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면서 만족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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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한옥 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날마다 한옥이 새로 들어서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민박집도 늘고 있다. 사진은 신축 중인 함평 모평마을의 한옥체험 시설이다.
 남도의 한옥 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날마다 한옥이 새로 들어서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민박집도 늘고 있다. 사진은 신축 중인 함평 모평마을의 한옥체험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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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옥, #행복마을, #전라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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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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