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모교인 휘문고가 2회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 '선배와의 대화' 모교인 휘문고가 2회 선배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나는 99회 휘문고 졸업생이다. 2007년 2월 휘문고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한 후에 졸업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졸업한 휘문고등학교의 시설은 예전보다 좋아졌다. 시설뿐만 아니라 진학률도 점차적으로 좋아져, 졸업선배로서 자부심을 느꼈다.

이렇게 승승장구하고 있는 휘문고, 103주년이 되는 해인 올해 어떤 행사가 있을까 궁금했다. 100주년 같이 개교기념행사가 성대할지도 궁금했다. 그런데 때마침, 내가 3학년 1반 당시 담임 선생님이었던 조항렬 선생님이 전화를 거셨다.

"재환아, 잘 지내니? 너 작년에 선배와의 대화 시간에 참석을 못했더라구. 이번에는 더 성대하고 크게 '선배화의 대화' 행사를 열어. 취재할 수 있겠니?"

무조건 승낙했다. 휘문고 선배님들 중 사회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많고, 취재외 목적으로 참석해도 유익한 시간이 될 것 같았다. 모처럼 담임 선생님도 만나면 좋을 것 같았다.

굳은 날씨, 32명의 '선배님'들 정시 참석

휘문고 '선배와의 대화'는 현재 진로상담부장이신 내 3학년 담임선생님이 만드신 행사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2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행사는 궂은 날씨 속에 열렸다. 이날 비가 많이 올 것이라는 예보도 있었다. 그래서 휘문고 선생님들은 선배들이 잘 도착할 수 있을까 염려했다.

그러나, 모든 선배님들은 지각하지 않고 정시 참석했다.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기장소인 휘문고 본관 2층 디지털도서실에서는 오랜만에 동기와 선후배 간에 대화가 오고갔다.

휘문고 디지털도서실에 모인 '선배'들, 가운데 핑크색 자켓을 입은 선배는 바로 가수 이용
▲ 잘있었니? 휘문고 디지털도서실에 모인 '선배'들, 가운데 핑크색 자켓을 입은 선배는 바로 가수 이용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그 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가수 이용. 67회 졸업생인 그는 누구보다 더 반갑게 동기와 선후배를 맞이했다. 분홍색 옷차림으로 등장한 그는, 밝은 모습으로 그동안의 근황을 물었다.

당시 그는 11시 교통방송 라디오 생방송 일정 때문에 많이 바쁜 상태였다. 그러나 그는 후배들을 위해 짬을 내서 참석했다. 이에 대해 다른 선배들과 선생님들은 그에 대한 감사를 어김없이 표현했다.

67회 휘문고 졸업생 가수 이용이 동기와 함께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찍어주라 '김치!' 67회 휘문고 졸업생 가수 이용이 동기와 함께 휴대전화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가수 이용, 자신의 오랜 '굼벵이' 시절 극복하고 가수왕 돼

'선배와의 대화' 참석 중 가장 바쁜 사람은 단연 가수 이용 선배다. 11시 라디오 생방송을 앞두고 그는 조급하지 않았을까? 그는 무려 40여 년 후배인 휘문고 학생들을 위해 성심성의 껏 강의에 나섰다.

1학년 14반 교실에 배정된 그는, 칠판에 'MBC 가수왕'이라는 표현을 보고 이런 말을 남겼다.

"가수왕은요, MBC 10대 가수 가요제에서 '최고 인기상'이라는 타이틀을 줄인 거에요. 아마 건국 이래로 가수왕이 11명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거에요."

이런 그의 말에 1학년 14반 학생들은 부러운 눈으로 그를 처다봤다. 심지어 가수 이용을 알지 못하는 이들도 그의 화려한 경력에 주목하는 눈치였다.

1학년 14반에서 일일교사로 나선 가수 이용
▲ 가수 이용은 누굴까? 집중해보자 1학년 14반에서 일일교사로 나선 가수 이용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그의 강연은 대체적으로 '힘'을 주는 강연이었다. 1학년 14반 학생들과 함께 옛추억을 상기하며 함께 들은 그의 1교시는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주를 이뤘다.

중간에 조는 학생을 보았을 때 그의 반응은 어땠을까? 그는 그 학생을 혼내는 대신,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률 현황을 나타내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여주고 읽으라고 했다.

"전체 아침 평균 시청률, 6.9% 우리는 9.9%...." 좋은 내용의 메시지를 조는 학생이 힘없게 읽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됐다. 학생에게 강연의 집중을 유도하면서 부드럽게 이끌어나가려는 그의 카리스마를 볼 수 있었다.

강연 도중 조는 학생을 발견한 가수 이용은 학생에게 문자메시지를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 이 문자 읽어봐! 강연 도중 조는 학생을 발견한 가수 이용은 학생에게 문자메시지를 읽어보라고 권유했다.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1교시 강연이 끝나갈 때 쯤, 한 학생은 "어떻게 선배님이 조용필, 나훈아와 같은 가수로 성장하게 됐냐"는 질문이 나왔다. 그는 "난 굼벵이 같은 시절이 오래 있었다. 휘문고 재학 당시 나같이 가수의 꿈을 키우는 사람이 별로 없어 힘들었다. 그러나 초지일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의 오랜 굼벵이 같은 시절 덕분에, 단기간내 수많은 가요제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다고 전했다. 강연을 들은 나 외에 1학년 14반 학생들은 그의 대답에 감격했다.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좋은 선배와 대화의 장 가지는 후배들 부러워

이처럼 나에게 소중한 은사님이 주최한 '선배와의 대화', 내가 재학시절 없었던 프로그램이다. 졸업한 후로 생긴 이 행사를 들어보니 후배들이 부러웠다. 물론 예전과 달라진 학교환경도 부럽다. 그러나 더더욱 부러운 것은 후배들이 선배와 더 가까운 곳에서 선배들의 업적을 들을 수 있다는 거다.

또 가수 이용 선배의 강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 휘문고 출신임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외에 다양한 선배들이 다방면에서 '한 나라'를 이끌 정도로 영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보면서 향후 언론인을 꿈꾸는 휘문고 후배들에게 '재미있고 훌륭한 일일 명예 교사'가 되고자 하는 꿈도 가졌다.

보기보다 친절한 이용
라디오 생방송 끝나고 다시 찾아와 점심식사 함께해
67회 졸업생 선배 가수 이용과 내가 3학년 당시 담임선생님이셨고, 현재 휘문고 진로상담부장이신 조항렬 선생님
▲ 이용 선배와 담임선생님 67회 졸업생 선배 가수 이용과 내가 3학년 당시 담임선생님이셨고, 현재 휘문고 진로상담부장이신 조항렬 선생님
ⓒ 조재환

관련사진보기


교통방송 라디오 스케쥴을 끝내고, 가수 이용 선배는 학교로 다시 찾아왔다. 모교에 대한 사랑이 컸음을 보여줬다.

강연이 끝나고, 소감을 묻자 "내가 좋아하는 그룹 4월과5월 백순진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그도 휘문출신이었다. 나도 재학시절 그 선배에게 좋은 말을 들었다" 며 "시간이 부족한 것에 대해 아쉬웠지만, 초롱초롱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답했다.

간담회가 끝나고 점심 시간, 라디오 생방송을 끝나고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가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연하게 식사를 담임선생님과 같이 하게 됐다.

나와 담임 선생님, 그리고 가수 이용 선배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중에 나를 칭찬하는 내용도 있었다.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얼굴에 성실성이라는 것이 써있네!"

성실하다고 칭찬을 해준 가수 이용 선배, 그는 오늘 나에게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따뜻한 선배의 인상을 남겨줬다. 그리고 나에게 이메일 주소를 알려줘 오늘 찍은 사진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그가 참석해, 난 더욱 더 모교 휘문고에 대해 감사했다. 그리고 담임선생님께도 감사했다. 이렇게 좋은 자리를 취재할 수 있게 돼서.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SBS U포터, 네이버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이용, #휘문고, #진로의날, #휘문고등학교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3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