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일을 기점으로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선언하고 나섰다. 작년 6월에 이어 거의 1년 만에 벌어진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는 이번 파업의 목적으로 ▲ 해고 조합원의 원직복직 ▲ 노동기본권 보장 ▲ 화물연대 인정 ▲ 노동탄압 중단 ▲ 운송료 삭감 중단을 내세운 바 있다. 과연 현장의 기사들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의 시각

 

작년 총파업 이전만 해도 화물기사 가입률이 20%가 채 되지 않았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일반 화물 기사들의 적극적인 가담에 있었다. 국제 원유가의 폭등에 따른 기름 값의 인상이 모든 화물 기사들의 목을 죄었던 바, 비조합원 역시 총파업을 바라던 형국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비조합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는 08년 6월의 화물연대 총파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으며, 그에 따른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게 되었다. 운송료가 전반적으로 인상됨에 따라 각 운송사들의 기사 운임이 거의 10여 년 만에 전폭적으로 인상되었으며, 정부가 표준요율제 도입, 다단계 정리 등에 대해 약속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총파업 역시 비조합원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밑바닥 인심은 이번 파업에 대해 부정적이다. 많은 이들이 이 파업의 뚜렷한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화물연대가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운송료 삭감 중단을 거론하며 정치적 외연을 넓히려 하고 있지만 그다지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이후 경제 위기와 함께 물량이 절반으로 떨어진 이상, 운송료의 일부 삭감은 운송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치 못할 조건임을 모든 화물 기사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사 자신들이 운송비를 깎아가며 물량을 확보하려는 것이 현재 시장의 현실 아니던가. 이와 같은 상황에서 어설픈 파업은 결국 자살골로 귀결될 수밖에.

 

게다가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화물연대 인정, 노동탄압 중단은 어떠한가. 그것은 파업 때마다 들고 나오는 매우 정치적인 수사로 인식될 뿐이다. 화물연대 파업은 이와 관련하여 제대로 된 성과를 한 번도 얻지 못했지만 항상 어떻게든 마무리 됐고 이후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은 운송 전반에 대한 공공적인 성격보다 고 박종태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대한통운의 비민주적 행위에 대한 규탄에 더 큰 무게가 실려 있다. 화물연대 스스로도 정부가 아닌 금호·대한통운을 대화의 상대로 좁히고 있는 이상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며, 많은 기사들 역시 이를 알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파업의 내부 동력은 매우 약할 수밖에 없다.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이 1년 전처럼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화물연대의 눈치를 보며 어쩔 수 없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왜 대한통운에 가서 항의할 것이지 애꿎은 다른 화물 기사들이 피해를 봐야하냐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들.

 

터미널 길목에 늘어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가리키며 나중에 두고 보자고 외치는 화물연대 노조원 때문에 운송이 평소처럼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못하지만, 자발적인 지지 대신 강압으로 이끌어가는 파업은 계속 지속될 수 없는 것이다.

 

차라리 민주노총이 예고한 총파업 일정과 요즘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는 유가를 감안할 때, 화물연대가 조금 더 늦게 총파업을 실행했으면 어땠을까?

 

화물연대 총파업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시각

 

작년 화물연대 총파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될 수 있었던 중요 조건 중의 하나는 시민들의 우호적인 여론이었다. 당시 미국산 소 수입 반대를 내걸었던 촛불들은 수입 소를 운송하지 않겠다던 화물연대의 선언에 열광했으며, 덕분에 고유가 때문에 생존권을 주장하던 그들의 주장에 귀 기울였다. 많은 사람들이 화물 기사들의 열악한 운송 조건에 경악했으며, 이는 너무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화물연대 총파업은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까? 안됐지만 이번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예전과 같지 않다. 비록 확실한 여론조사는 없지만, 1년 전과 비교해 보았을 때 사람들은 화물연대의 이번 총파업에 대해 호불호는커녕 관심조차 가지고 있지 않은 듯 하다.

 

물론 화물연대는 일반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이 정치적 레토릭일 뿐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만약 그들이 진정으로 비정규직을 논하려 했다면 이미 작년부터 많은 시민들과 같이 했어야 했기 때문이다. 기륭전자 비정규직부터 시작해서 KTX 여승무원 등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부당한 자본의 압박으로 인해 거리로 내몰렸으며 또한 도움을 청하였던가.

 

 

그러나 화물연대는 작년 그 강렬했던 총파업에 있어서 자신들의 주장만 관철시켰을 뿐, 다른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하지 못했다. 물론 당장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화물 기사들에게 연대를 주장하는 것은 힘든 일이겠지만, 어쨌든 그들은 그와 같은 사회적 요구에 침묵했고 이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따라서 이번 파업에 대한 여론의 무관심은 필연적이다. 워낙에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계속 터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일 테지만 기본적으로 화물연대 비조합원들이 동조하지 않고 일반 시민들의 여론 역시 좋지 않은 바, 시간을 끌면 끌수록 화물연대에게는 부담이 될 것이다.

 

오늘(12일)로써 화물연대 총파업 이틀째. 이 파업이 좀 더 합리적이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유포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물연대파업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