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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에 북한산에 올랐다. 많은 등산객들로 드문드문 병목현상이 생기기도 했지만
산행 하기에는 좋은 날씨였고 능선에 올라서서 시원한 바람에 땀을 날린후 그늘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근처에서 두명의 노인이 노 전대통령 서거와 북핵문제에 대해 나눈 대화가 귓속을 파고 들어와 조금 엿들어 보기로 했다.

노인A : 조문하는 것들 전부 빨갱이들이야. 몇시간씩 기다렸다고 하는데 노사모 애들하고 전교조, 노조에서 나온 애들이 조를 짜서 하루에 50번씩 돌았다는거야. 제 정신이 박힌
놈들이면 그렇게 하겠느냐고. 김일성이 죽었을 때 북한 애들이 조문한 것처럼 똑같이 한 거야.

노인B : 봉하마을에 버스가 5천대가 들어왔다는 거야. 그거 다 어디서 돈을 댔으니까 그런 거 아냐. 백만명이 조문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되는게 뭐냐면 조문하고 버스 타고 돌아 갔다가 공설운동장에서 안내리고 다시 돌려서 간다는 거야. 길게 줄서서 있는 것도 빨갱이XX들 동원해서 서 있으라고 했다는거야.

이들은 한나라당 연찬회에 초청된 극우인사의 막말소동까지 곁들이며 조문객을 비하했다.
근거도 없는 카더라 식의 두 노인의 대화를 들으면서 전 국민적인 추모 분위기를 애써 깎아 내리며 자위(自慰)라도 해야 할 만큼 충격파가 컸던 것 같다. 이들은 이어서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을 내놨다.

산행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
 산행길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노인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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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A : 이번에 못 끝내면 우리(남한)가 옛날 중국 애들한테 조공 바친 것처럼 평생 돈, 식량을 대줘야 한다고. 안주면 핵으로 위협하는데 어쩔 거야. 지금 가지고 있는 핵은 무기로
만들지 못한 상태라서 미사일 실험하는 거야. 핵무기로 만들기 전에 폭파시켜야 돼.

노인B : 땅굴까지 파고 들어가는 미사일을 미국이 준다고 하는데 그거 몇방이면 끝난다고 하더라. 우리가 먼저 공격해도 저것들은 못 내려와. 옛날 구식 무기로는 상대가 안되거든.
중국이나 러시아도 호랑이새끼를 키웠다고 해서 지금 반대하고 있으니까 기회라고.

그냥 하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전쟁을 경험했을 노인들의 대화에서는 어떤 증오감마저 느껴진다. 자리를 털고 일어서려고 할 즈음에 노인 한 분이 올라오면서 세명의 노인이 대화를 이어갔다.

노인A : 노무현이 조문하는 놈들은 지 에미애비가 죽어도 그렇게는 안할꺼요. 제 정신 박힌 놈들이 아니라서 50번씩 조문하는 거지. 완전 빨갱이XX들이야.

노인C : 일국(一國)의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이 그렇게 갔는데 슬픈 것 아니요. 조문 방해하는 짓들이나 하지 말아야지 잘했건 못했건 상중(喪中)에 갖춰야 할 예절이 있는 것이요.

노인B : 서울대에서 교수들이 140명인가 시국선언 했다고 하는데 서울대 교수가 1500명이 넘는다고 10%도 안되는 것들이 뭐 큰 일이라도 한것처럼 기자회견 하는데 그것들 다
빨갱이들이야. 우리나라가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 난다고 김대중 노무현이가 키워논 것들이 저 지랄하고 있는거라고..

노인C : 힘들게 산에 올라와서 기운빼지들 말고 올라가든지 내려가든지 하시요. 나는 올라 갑니다.

말이 안 통할것 같았는지 노인은 자리를 뜨고 나도 뒤따라 걸음을 옮기는 뒤로 들려온다.

'저것도 빨갱이야'


태그:#추모, #북한, #핵, #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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