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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에 공이 하나 날아다닌다. 한 무리는 공이 속으로 곯았다고 확신한다. 받기만 하면 터져 물크러진 속을 뒤집어쓸 것이라고 짐작한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공이 공(功)이 될 것이라며 받으라고 채근한다. 앞서의 무리는 "안 받을 걸 알면서도 던진다"고 나무란다. 마침내 공은 돌고 돌아 제자리에 와 있다. 그 공이 과연 누구한테 돌아갈지가 관심이다.

 

여당 쇄신론, 돌고 돌아 '제자리'

 

한나라당 쇄신 논의 얘기다. 대통령과 국정기조를 개혁하겠다던 쇄신론은 지도부 퇴진 논쟁을 지나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쇄신=조기전대' 구도는 여전하다. 이 덕분에 쇄신의 핵심인 이명박 대통령은 한발 비껴서 있다.

 

"지도부가 즉각 사퇴하지 않으면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별렀던 쇄신특위(원희룡 위원장)는 태도를 바꿔 활동을 재개했다. 박희태 대표가 "이대로는 떠밀려갈 수 없다"며 버텨서다. 대신 박 대표는 "쇄신의 본체는 대화합이다. 이를 위해 직을 걸겠다"며 쇄신특위에 '화합 전대'를 위한 방안을 주문했다. 사실상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당권을 넘기는 방안을 찾아보란 얘기다.

 

다시 '화합'으로 돌아왔는데 '친박'에선 반발한다.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쇄신의 초점을 흐린다"는 주장이다.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을 여건이 안 되고 의사도 없는데 끌어들인다"(수도권 친박 의원)는 성토가 나온다. '쇄신은 곧 조기전대'란 구도에 박 전 대표를 대입해 마치 그가 쇄신의 걸림돌인 것처럼 몰아간다는 주장이다. 친박의 판단 이면에는 현재 박 전 대표가 대표를 맡아봤자 득 될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있다.

 

'친박' 이정현 "쇄신특위, 본질 비껴 조기전대에만 몰두"... 사퇴 

 

8일 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선 친이와 친박 사이에 이 같은 불신의 일단이 드러났다.

 

'친박' 이정현 의원이 '친이 소장파'의 맏형격인 정두언 의원의 인터뷰 내용을 도마에 올린 게 발단이었다. 정 의원은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를 겨냥해 "아예 당이 더 망가지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 그러고 나서 '땡처리'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자 정두언 의원과 가까운 '친이' 정태근 의원이 가로막고 나섰다. "박 대표의 '조건부 사퇴'에 대해 논의하는 쇄신특위 회의에서 왜 개인의 견해를 들고와 문제 삼느냐"는 취지였다.

 

한동안 두 의원 사이에 고성이 오갔고, 이 의원은 쇄신특위 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며 결국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 의원은 이날 대표실에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 의원은 9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쇄신특위가 대통령의 국정 개혁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 국민에겐 관심사도 아닌 조기전대 여부라는 지엽적 사안에만 몰두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의원은 쇄신특위 일각에서 '화합 전대'의 방안으로 '박근혜 추대'를 거론하는 것도 결국은 '초점 흐리기'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우리는 근본적으로 쇄신을 하자는 건데, 지엽적인 (조기전대) 사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마치 '반쇄신파'인 것처럼 낙인찍고 있다"며 "화합형 대표 추대론도 당헌 파괴적 발상"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이 의원은 "쇄신의 핵심은 당이 '청와대 눈치 보기'나 '보이지 않는 지침'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당직 인선, 공천, 입법 활동, 정책입안 등 전반에 걸쳐서 당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쇄신특위 위원이자 친박인 김선동 의원도 "마치 지도부 거취가 최고의 쇄신 주제인 것처럼 드라이브를 걸다가 결국엔 '박근혜 탓'으로 몰고 가고 있다"고 친이쪽을 꼬집었다. 또 김 의원은 "특위에서 화합 전대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고 '화합형 대표 추대론'에 공감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수용 불가' 의사를 내비쳤다.

 

결국 이재오 전 의원에게 가나... 친이 일각 "그래도 조기전대 해야"

 

지금 구도대로라면 공은 친이 쪽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더 정확히는 이재오 전 의원이다. 이재오계에서는 여전히 조기전대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이런 의혹을 키운다.

 

이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의원은 "쇄신특위에서도 화합형 대표 추대론까지 논의가 진전된 바 없다"며 "박근혜 전 대표가 '친박'의 대표이니 전당대회에 나와서 절차에 따라 대표가 되도록 하는 안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수도권 친박 의원은 "이른바 '화합 전대'라는 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여전히 조기전대를 밀어붙이는 의도가 무엇이겠느냐"며 "결국 이 전 의원이 당권을 거머쥐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박희태 대표도 박 전 대표나 친박 쪽이 조기전대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미 물러날 결심을 굳힌 듯하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화합 전대가 되든 안 되든 10월 재·보선 전에는 새 지도부가 출범해 선거를 치러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표도 용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쇄신특위 쪽도 "박 대표가 원희룡 위원장에게 당 화합을 위해 직을 걸고 노력하되 안 될 경우 사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쇄신특위도 입장이 난처하다. 무위론도 나온다. 게다가 '화합 전대'가 무산될 경우엔 비난을 면키 어렵다. 중립성향의 한 특위 위원은 "특위로선 '대표 즉각 퇴진' 주장을 관철시키기 어려운 상황이고, 박 대표 입장에서도 (불명예스럽게) 퇴진하기엔 부담이 크니 양쪽이 일종의 절충안을 찾은 것이지만, 결국 논의가 원점으로 와 고민이 더 커졌다"고 털어놨다.


태그:#한나라당 쇄신론, #쇄신특위, #박희태,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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