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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밤 이명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정치권이 들끓고 있다.

 

3일 오전 천 회장 영장기각 소식을 접한 야당은 "검찰의 구색 맞추기 수사가 확인됐다"고 일제히 성토하고 나섰다. 노 전 대통령 수사와 형평성을 꿰맞추기 위해 천 회장의 영장을 신청했지만, 부실수사로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는 얘기다. '검찰 중의 검찰'이라는 대검 중수부가 18군데나 압수수색을 하는 등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결국 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등 야당은 '천 회장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천신일 3대 의혹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월 23일 원혜영(전 원내대표) 의원 외 소속 의원 84명 전체 명의로 '천신일-박연차 특검법'을 제출해 놓은 상태다.  

 

"대검 중수부, 국민 비난 모면하려 천 회장 수사... 결국 면죄부"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상임고문 연석회의에서 "대검 중수부는 스스로 대한민국 최고의 수사기관이라고 자부하고, 검찰의 가장 유능한 검사들이 일하는 곳"이라며 "이런 대검 중수부가 천 회장의 피의사실도 증명하지 못할 무능한 수사기관이라면 더 이상 거악을 척결한다는 명목을 내세우면서 국민 세금으로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검찰의 부실 수사가 결국 이명박 정권 감싸기를 위한 방편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수사의 국민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해 천 회장을 불가피하게 수사했다"면서 "그러면서 천 회장을 처벌하지 않기 위해 수사 범위를 축소하고 부실 수사해서 법원의 힘으로 천 회장에 대한 면죄부를 주려고 획책한 게 이번 구속영장 기각"이라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검찰을 향해 "내부감찰권을 동원해 왜 이런 수사가 진행됐는지 명백히 가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나라당을 향해서도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특검을 도입하고 국정조사를 실시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정부의 전면적인 정치보복 진상을 규명하자"고 촉구했다.

 

정대철 상임고문도 "박연차-천신일로 연결되는 사건의 핵심은 대선자금"이라며 "처음부터 대선자금을 조사 안 한다고 한 것은 수사를 안 하겠다는 것이고, 얼마나 허술하게 수사했으면 천 회장 영장이 기각됐겠느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또 "검찰이 허술한 봐주기 수사를 하고, 나중에 (감옥에서) 나오기(로 한) 수사를 했으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거듭 성토했다.

 

민주노동당도 가세했다. 우위영 대변인은 이날 오전 공식브리핑을 통해 "천 회장 영장 기각은 검찰의 구색맞추기식 부실수사가 봉변을 당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우 대변인은 "검찰의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의지가 처음부터 눈꼽만큼도 없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며 "천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을 사법처리하기 위한 구색맞추기 카드였을 뿐이고 개인비리차원으로 무마시켜 꼬리자르기를 하려던 검찰의 의도가 낱낱이 벌거벗겨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검찰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면서 "당장 기만적인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검찰의 부실수사에 대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혀 특검과 국정조사 등에 민주당과 공조할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창조한국당도 특검 추진에 동참하기로 했다. 김지혜 부대변인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냉정한 수사를 통해 권력형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천 회장에 대한 특검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은 특검 도입에 반대하고 있지만, 검찰의 부실수사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류근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5역 회의에서 "검찰의 수사가 전직 대통령 예우를 강조했지만, 실제는 전직 대통령 망신주기가 아니었느냐"며 "또 확정되지 않은 피의사실을 유포해 머리를 들고 살 수 없도록 만든 부분은 없는지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류 원내대표는 또 "죽은 권력은 죽음으로 대답했는데,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수사를 국민은 지켜보고 있다"면서 "검찰은 남아 있는 수사를 제대로 해서 그 결과로 평가 받아야 한다"고 말해 천 회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민주당 'MB 대선자금 의혹' 검찰 고발... "수사 안 할 수 없을 것" 

 

한편 민주당은 특검 추진과 함께 천신일 회장 등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대선자금은 수사하지 않겠다"는 검찰을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천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대선자금 수사를 하지 않고, 탈세와 횡령, 금품수수 등 개인비리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게 민주당의 판단이다.

 

민주당 '천신일 3대 의혹 특위'(위원장 이미경 사무총장)는 이날 오전 "천 회장의 2007년 330억 원대 자금조성 경위와 사용처, 30억 특별당비 대납의혹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정세균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한나라당을 무고죄로 맞고소할 예정이다.

 

천신일 3대 의혹 특위 공동간사인 이재명 부대변인은 "우리가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고발한 이상 검찰은 천 회장과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자금을 수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천 회장의 대선자금 관련 고발장을 대검 중수부에 직접 낼 예정이다. 또 한나라당에 대한 무고죄 고소도 대검 중수부에 이첩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든 수사자료를 대검 중수부가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 중수부의 성실한 수사를 요구하는 뜻도 담겨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검찰 수사에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고 있다. 결국 특검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부대변인은 "이인규 중수부장과 이명박 대통령이 각별한 사이라고 하는데, 대검 중수부가 제대로 된 수사를 하려면 수사 인력을 교체해야 한다"며 "이번에도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민 여론을 통해 특검 도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특검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과반수 찬성이 필요해 한나라당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따라서 특검 추진 과정에서 여야간 극심한 대립도 예상되고 있다.


태그:#천신일, #이명박, #대검 중수부, #부실 수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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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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