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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31일 밤 10시]
 
낮에 추모의 국화를 들었던 시민들은 어둠이 내리자 분노의 촛불을 들었다. 경찰이 분향소를 무너뜨리고 차벽으로 분향소를 둘러쌌지만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자"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31일 저녁 7시 30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향소가 마련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5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날 문화제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주최 쪽은 촛불문화제에 앞서 진혼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의 넋을 달래는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위해 십자가를 진 것"
 
추도사를 낭독한 최헌국 목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신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99%의 국민들의 민생을 짓밟아 1%의 부자들만 살리고, 다시금 민주주의의 후퇴와 독재회귀로 날뛰는 이명박 대통령·정부여당·조중동·뉴라이트와 같은 보수우익집단들 때문에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들을 위하여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십자가를 대신 진 것이다."
 
또한 최 목사는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보수 우익 집단들이 민주주의를 탄압할지라도 불의와 거짓의 세력을 응징하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라는 메시지"라며 "노 전 대통령과 민주주의는 부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자유발언에 나선 김명운(52)씨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을 잡은 그 순간부터, 법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이 됐다"며 "노동자·철거민·전직 대통령의 죽음을 보면서 이처럼 잔인하게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 정권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씨는 또한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PSI에 참여함으로서 전쟁을 불사한다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이 나라를 전쟁을 내모는 참혹한 정권"이라며 "바로 이 자리가 투쟁의 시작점이다, 이명박 정권을 타도하자"고 외쳤다.
 
최철호(가명·77)씨는 "이명박 정부는 입으로는 자유와 민주를 외치고 있지만 모든 것을 짓밟고 있다"며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찾고, 민주를 되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의 분향소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여고생들도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은 "'사람 사는 세상'은 이명박 대통령 없는 세상"이라며 하고 싶은 말 한 마디씩 촛불 시민들에게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 때문에 매주 토요일이 없어진 것 같다. 토요일마다 집회 나오는 게 당연해졌다."
"촛불 시민들을 보고 시민들이 우리나라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노무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게 됐다. 노무현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이명박 대통령 없는 세상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1신 : 31일 오후 1시 32분]
"국민장은 끝이 아닌 시작"... 계속되는 추모열기
 

"국민장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31일 오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를 찾은 남궁석(40)씨의 말이다. 고등학교 영어 교사인 그는 "야간 자율학습 때문에 못 나오다가 오늘 시간을 냈다"며 "아직도 멍하다, 개인적으로 10년 동안 후유증이 이어질 것 같다"는 심경을 밝혔다.

 

그는 "평소 정치에 관심이 없었는데, 노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비극적인 한국 현대사에 대해 언급하는 등 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방관자 입장에서 분노만 느꼈는데, 이제는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덕수궁 앞 분향소에는 남궁씨처럼 뒤늦은 조문을 하러온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이 한 줌의 재로 돌아간 지 이틀이 지났지만, 분향소는 여전히 북적이고 있다.

 

시민들 "이제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야겠다"

 

가족 단위 추모객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대학생·체험학습에 나온 초등학생·60~70대 노인 등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고 있다. 4~5명으로 이뤄진 줄이 10줄 이상 이어져 있다. 조문을 마친 100여명의 시민들은 분향소 주변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지난 30일 새벽 경찰이 촛불을 든 시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너뜨린 천막을 보며 "너무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분향소 한쪽에는 '현장보존'이라는 팻말 아래 무너진 천막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분향소를 찾은 김용욱(41)씨는 "국민장 기간 때는 직장생활 때문에 찾지 못했다"며 "아이에게 역사적인 현장을 보여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간을 냈다"고 말했다.

 

대학교 86학번으로 1980년대 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김씨는 "불과 1~2년 사이에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말을 이었다.

 

"29일에 마흔 넘은 친구들끼리 만나 울면서 <상록수>를 불렀다. 독재 정권 때 정권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두려워했는데, 서울광장 봉쇄하고 분향소 천막을 짓밟는 것을 보면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답답하다. 이제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나서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날 분향소에는 어린 학생들도 눈에 많이 띄었다. 이은주(16)양은 "노 전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해소하고 남북평화를 위해 노력하신 분인데,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 같다"며 "국민장 기간 동안 집 근처에서 분향을 했는데, 너무 속상해 덕수궁 앞으로 또 나왔다"고 밝혔다.

 

이날 새벽 2시께 4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자해를 시도하기도 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 남성은 "노 전 대통령도 죽었는데, 같이 죽자"며 소주병을 깨 자신의 배를 찔렀다. 다행히 주위 시민들의 발 빠른 조치로 이 남성은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수궁 앞 분향소를 지키고 있는 '시민상주' 관계자는 "30일에도 8천명 이상 추모를 하는 등 추모객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49재가 끝나도 분향소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삼우제는 취소... 저녁 7시 촛불문화제 예정대로 개최

 

한편, 이날 예정된 삼우제는 취소됐다. 봉하마을 쪽에서 노 전 대통령이 안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우제를 치르기 부적절하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저녁 7시 촛불문화제는 분향소 앞에서 예정대로 진행된다. '시민상주' 관계자는 "대한문 앞 분향소를 지켜내기 위해 촛불문화제를 계속 이어나갈 것"이라며 "이에 앞서 오후 5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진혼제가 열린다"고 밝혔다.


태그:#추모열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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